캐나다 퀘벡의 완만한 언덕에 지어진 이 별장은, 저 멀리서만 봐도 지붕 한 장이 유난히 크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수녀들이 쓰던 모자, 코르네트(cornette)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지붕은 집의 규모를 통째로 삼킨 듯한 비율로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건축사무소 YH2 Architecture가 설계한 이 집은 두 가족이 함께 쓰는 별장이다. 명절이나 여름휴가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방이 모자라지 않도록, 지붕 아래로 잠자리와 놀이 공간이 층층이 들어차 있다.

지붕 하나가 집을 통째로 덮은 이유
이 별장이 서 있는 땅은 예전부터 대가족이 모여 살던 퀘벡 농가들이 흩어져 있던 자리다. YH2 Architecture는 그 전통을 지붕 하나로 압축했다. 처마가 거의 땅에 닿을 듯 낮게 떨어졌다가 반대편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비대칭 박공지붕은, 옛 헛간이나 곳간처럼 집이라기보다 농업 구조물에 가까운 스케일을 하고 있다. 벽과 지붕을 가리지 않고 원료 그대로의 파이버시멘트 패널로 통일해 마감했는데, 썩지 않고 오래 버티는 재료를 고른 덕에 별다른 유지관리 없이도 세월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이웃한 헛간을 닮았지만 전혀 다른 집
실제로 이 집 옆에는 지붕을 인 오래된 헛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두 건물을 나란히 두고 보면 지붕의 경사와 크기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하지만 헛간이 창고와 가축을 위한 구조물이었다면, La Cornette는 그 외형만 빌려와 완전히 다른 목적, 즉 두 가족이 함께 머무는 휴가지로 바꿔놓았다. 오래된 농업 경관 속에 슬쩍 끼어든 새 건물이지만 위화감보다는 자연스러움이 앞선다.

여름엔 그늘, 겨울엔 볕이 되는 지붕
지붕이 이렇게까지 커진 데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크게 돌출된 처마와 가로로 긴 루버형 창이 한여름 가장 뜨거운 시간대의 햇빛을 걸러내는 차양 역할을 한다. 반대로 해가 낮게 뜨는 겨울에는 같은 창으로 빛이 깊숙이 들어와 집 안을 데운다. 맑은 날이면 냉방도 난방도 따로 켤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지붕 하나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하는 셈이다.

두 가족이 함께 쓰는 부엌, 스테인리스 아일랜드
실내로 들어서면 재료가 완전히 바뀐다. 외피는 무뚝뚝한 파이버시멘트였지만 안쪽은 온통 목재다. 부엌은 스테인리스 아일랜드 하나를 중심에 두고, 창가를 따라 붙박이 목재 수납장을 길게 짜 넣었다. 여러 세대, 여러 가족이 동시에 요리하고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별장의 특성상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넉넉한 폭을 확보한 것이 눈에 띈다.

긴 식탁 하나로 완성되는 공동생활
부엌 옆으로는 맞춤 제작한 긴 원목 식탁과 벤치가 자리한다. 목수가 직접 짠 투박한 마감이 오히려 별장다운 편안함을 준다. 통유리 너머로는 완만하게 굽이치는 초원이 펼쳐지고, 벽에는 기하학적인 레드 톤 회화 한 점이 걸려 공간에 포인트를 준다. 여러 가족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방식은 마당 하나를 네 채가 둘러싼 Georgica Cove와도 통하는 데가 있는데, 이 집은 아예 지붕 하나로 그 답을 낸 경우다.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놀이터가 되는 집
계단실 중간에는 어른 허리 높이의 목재 선반이 다리처럼 걸쳐 있다. 아이들이 그 위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이 집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식탁부터 소파, 책장까지 거의 모든 가구를 맞춤 제작했는데, 그 목적은 어른을 위한 격식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뒹굴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데 있었다고 한다. 건축가 스스로도 이 집을 건축가와 아이, 어른 모두를 위한 놀이터라고 부른다. 가족 단위가 쪼개져 있으면서도 결국 하나처럼 붙어사는 방식은 마을처럼 흩어진 House of Cluster에서 다른 방식으로도 나타난다.

계단 옆 책장이 만든 여백
위층 복도에는 난간 대신 얇은 목재 선반을 촘촘히 짜 넣어 책장으로 썼다. 계단실 쪽으로 열린 구조라 아래층 소리와 빛이 그대로 전달되고, 동그란 펜던트 조명 몇 개가 복도 전체에 은은한 리듬을 만든다. 수납이면서 동시에 난간이고, 난간이면서 동시에 시선을 트는 장치인 셈이다.

발끝을 맞대고 눕는, 들판 위에 뜬 침대
손님방으로 쓰이는 다락에는 흔한 2층 침대 대신 벽에 완전히 붙박인 침대 두 단이 들판을 향해 떠 있다. 위아래에 각각 눕는 게 아니라 한 침대에 여럿이 발끝을 맞대고 자는 구성도 있는데, 캠프나 산장을 연상시키는 배치다. 침대 아래로는 등나무 바구니를 짜 넣어 수납까지 해결했다. 창밖으로는 앞서 본 지붕선이 산맥처럼 이어진다.

다락 지붕을 그대로 노출한 침실
정식 침실 한 곳은 경사진 지붕면을 그대로 천장으로 삼았다. 삼각형으로 잘린 커다란 창이 지붕의 각도를 그대로 반복하며 들판을 프레임에 담는다. 화이트로 마감한 목재 패널과 밝은 원목 바닥이 다락 특유의 좁고 낮은 느낌을 상쇄해, 오히려 개방감이 크게 느껴지는 방이다.

지붕의 각도를 그대로 따라간 욕실
욕실 창도 침실과 같은 삼각형 모양을 반복한다. 독립형 욕조에 몸을 담근 채로 창밖 숲을 내다볼 수 있도록 배치를 짰고, 초록색 수건 몇 장이 화이트 톤 일색인 욕실에 유일한 채도를 더한다.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지붕의 기하학을 놓치지 않으려 한 흔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