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안의 도서관, 넓은 공간의 향연, 브라질 Gama Issa V2.0

‘거실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하는 고민은 집의 얼굴과 표정을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브라질 상 파울로의 Gama Issa V2.0은 거대한 창과 두 개 층을 틔운 높은 거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인상적인 주택으로 디자인은 단순하게, 공간을 깊이감있게 설계하는 Studio mk27의 프로젝트이다.

이 주택에서 하나의 공간만을 소개해야 한다면 누구라도 거실을 택할 것이다. 2개 층을 확장한 높은 층고의 거실 벽면 전체를 거대한 서고로 활용할 수 있게 배치했고, 건축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마당쪽으로 난 창을 바닥에서 천장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로 계획했다.

이 점이 이 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두 개 층을 오픈시켜 볼륨이 큰 공간을 만드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두 개 층의 전면 창을 바닥에서 천장까지 모두 개방하는 것은 이례적인 디자인이다. 창을 열면 그 앞을 가리는 지장물 없이 집 앞 마당까지 연결되어 야외 공간에 머무르는 듯한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과도한 볼륨의 공간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섬세한 가구 배치

공간의 규모로만 보면 넓고 길고 높은 거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러나 Gama Issa의 거실은 거대한 공간이 주는 특유의 위압감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섬세한 가구 배치에서 찾을 수 있다. 길이가 긴 벽체 한쪽 면은 높고 긴 전창을, 다른 한쪽 면은 책장을 계획하고 바닥에는 면이 넓은 가구들을 배치해 바닥과 벽체의 거대한 면이 분절된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과도한 형태나 색상의 배치를 지양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채로운 층고 계획으로 한층 더 깊이감 있는 공간 만들기

거실이 개방, 또는 확장에 집중했다면 다른 공간들은 안락함에 신경을 썼다. 그에 비해 다른 공간의 규모나 구성은 특별할 것 없게 느껴진다. 실제로도 놉고 넓게 트인 거실을 제외한 다른 실들은 동일한 층고로 계획해 가능한 한 단순하게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그러나 높지 않은 공간을 필요에 맞는 규모로 배치하고 규모에 맞는 가구나 마감재들을 잘 선정해 단순한 공간에서 깊이감이 느껴진다. 이 주택의 공간들을 살펴보면 도드라져 모난 구석이 없고 조화로움이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방은 집의 규모를 닮는다, 독립된 주방 사용법

싱크대의 규모는 집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이다. 최근 주택들은 특별한 요구가 없는 이상 주방과 거실을 오픈해 한 공간처럼 느껴지게 한다.

같은 규모에서 주방을 독립된 실로 분리했을 때보다 거실과 연결해 사용하는 편이 훨씬 넓어 보일 뿐만 아니라 식탁과 소파 테이블 용도의 구분도 모호해지는 추세이다. 예컨대, 거실에는 소파를 두고 주방에는 식탁을 두는 것이 관례적인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실에 소파 대신 식탁을 두고 식사를 할 때는 거실 테이블이 식탁이 되는 인테리어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택의 주방은 직사각형의 독립된 실을 사용하고 주방에서 연결된 실에 다이닝룸을 배치했다. 길고 넓은 주방에 그에 맞는 아일랜드 싱크를 배치하고 그 옆으로 홈 바를 연결해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연결된 다이닝룸 역시 비슷한 규모의 공간이지만  마당으로 큰 창을 계획해 개방된 공간을 만들고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긴 테이블 배치해 그 자체가 하나의 거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독립된 주방과 독립된 다이닝 룸을 한 공간에 만들지 않고 별도의 공간으로 계획한 점이 의문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규모로 보건대 주방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고 다이닝 룸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는 공간일 것이다.

이 점은 이 집에 사는 사람들과 이 집에 방문할 객들을 모두 배려한 배치로 보인다. 가령 일상적으로 가족들이 식사를 할 때 지나치게 넓은 공간에 압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손님이 방문했을 때 요리를 하고 준비를 하는 소음이 그들이 머무르는 시간을 방해할 것을 고민한 결과인 것이다.

사는 사람을 위한 집

Studio mk27은 건물 자체의 장식과 미적 아름다움보다 도시와의 조화를 고민하며 디자인했다. 실제로 이 집 안의 공간들은 장식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공간이 있어야 할 곳에 조화롭게 존재하고 필요한 정도의 규모를 가질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도시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이 집에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기도 하다.

때때로 어떤 건물들은 기능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는 디자인으로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무용한 일이 아니고 더 좋은 도시나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택만큼은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담은 ‘사람 사는 집’으로 지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Gama Issa V2.0은 그 기능에 충실하고 공간마다 이후의 쓰임에 대해 충분한 고민으로 지어진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ARCHITECTS
: Studio mk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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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ley
Riley
낯선 장소에서 공간을 탐험하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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