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하나가 집 전체를 설명한다, The Sanctum

인도 북부 Punjab, Amritsar 외곽의 3에이커 부지에 낮게 웅크린 집 한 채가 있다. 이름은 The Sanctum, 인도 건축사무소 Renesa가 설계했다. 겉에서 보면 붉은 벽돌과 콘크리트로 마감한 담담한 매스 하나로 보이지만, 이 집의 진짜 얼굴은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1,115㎡ 규모의 이 집을 관통하는 개념은 하나, 원형 마당이다. 원을 그리며 도는 벽과 물이 채워진 중심 공간이 집 전체의 동선과 빛, 감정을 좌우한다. Renesa의 원칙 건축가 Sanchit Arora는 이 집을 “과시적인 인도식 럭셔리 저택과는 정반대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크기로 승부하는 대신, 절제와 비례로 승부를 본 셈이다.

The Sanctum House 정면 진입로와 낮은 지붕선
© Avesh Gaur

붉은 벽돌 뒤에 숨은 원형 마당

진입로에서 마주치는 첫인상은 담담하다 못해 무뚝뚝하다. 지붕선이 낮게 깔리고 처마가 깊게 빠져 있어 Punjab 특유의 강한 햇볕을 미리 걸러내는 구조다. 정면 어디에도 화려한 제스처는 없다. 이 집의 진짜 얼굴은 벽돌 담장 안쪽, 눈에 보이지 않는 원형 마당에 숨어 있다.

The Sanctum House 곡선 벽과 벽돌 매스
© Avesh Gaur

1,115㎡를 채운 기하학 덩어리들

집은 붉은 벽돌과 콘크리트로 빚은 여러 개의 기하학적 볼륨이 모여 이뤄진다. 각진 매스 사이사이로 곡선 벽 하나가 부드럽게 돌아 나가며 전체 구성의 긴장을 풀어준다. Arora는 “농촌 인도의 예측 가능한 상자형 집”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화려함 대신 절제, 과시 대신 진심 어린 촉감을 택한 결과다.

회랑 개구부 너머로 보이는 The Sanctum House 안쪽 마당
© Avesh Gaur

벽 틈으로 살짝 보여주는 안쪽

정면에서는 마당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벽돌로 두른 회랑을 통과해야 비로소 안쪽 풍경이 조금씩 열린다. 곡선으로 마감된 개구부 너머로 야자수와 물이 언뜻 비치는데, 이건 설계팀이 의도한 일종의 예고편에 가깝다. 실제 중심 공간에 도달하기 전까지 방문객은 몇 번이고 이런 틈새 풍경을 거쳐야 한다.

The Sanctum House 벽돌 파사드와 창
© Avesh Gaur

친밀함의 농도를 층층이 배치하다

Arora는 집 전체를 “친밀함의 그라데이션”으로 설명한다. 가장 사적인 가족 공간을 중심 마당 가까이에 두고, 바나 다이닝 같은 공용 공간은 바깥쪽 켜로 밀어냈다는 것이다. 창문 하나를 뚫어도 그 안쪽 마당과 바나나잎이 살짝 걸리게 배치한 게 그 증거다. 벽과 창, 마당이 겹겹이 쌓이며 안과 밖의 경계가 여러 겹으로 늘어난 셈이다.

The Sanctum House 수공간과 조각 작품
© Avesh Gaur

물이 벽을 타고 떨어지는 순간

곳곳에 배치된 수공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좁은 수로를 따라 흐르던 물이 벽 틈으로 쏟아지며 작은 폭포를 만드는데, 이 소리가 걷는 내내 방향 감각의 기준점이 되어준다. 조각 작품 하나가 물가에 놓여 있어, 정원과 미술관 사이 어디쯤의 분위기를 낸다. 건조한 지역 특유의 공기를 물소리와 그늘로 다스리려는 의도가 읽힌다.

The Sanctum House 중심부의 원형 마당과 나무
© Avesh Gaur

원형 마당, 이 집의 심장

이 집의 핵심은 지름을 가늠하기 힘든 원형 마당이다. 동심원으로 두른 화단과 폴리싱 콘크리트 계단, 얕은 수공간이 겹겹이 배치돼 있고, 경사로가 그 사이를 가로질러 중앙의 나무 한 그루까지 이어진다. Arora는 이 마당을 “비어 있음이 오히려 모든 걸 만들어내는 발생기”라고 표현했다. 빛과 동선, 감정까지 이 원 하나에서 시작해 집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The Sanctum House 곡선 회랑
© Avesh Gaur

곡선 회랑이 만드는 리듬

마당을 감싸는 회랑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걷는 방향에 따라 벽돌 질감과 그림자 각도가 계속 달라져서, 같은 복도를 두 번 걸어도 느낌이 다르다. 거친 벽돌과 매끈한 스투코 마감이 번갈아 나오며 리듬을 만드는 것도 이 회랑의 특징이다. 겉으로 드러난 재료의 거침과 안쪽 생활 공간의 매끈함이 여기서부터 이미 예고된다.

The Sanctum House 거실 인테리어, 오크 가구
© Avesh Gaur

거친 겉과 다른 매끈한 속살

벽돌과 콘크리트로 무뚝뚝하게 마감한 외피와 달리, 생활 공간 안쪽은 완전히 다른 온도를 낸다. 매끈한 흰 천장 아래로 광택 있는 스톤 바닥이 깔리고, 짙은 오크 가구가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초록색 가죽 의자와 도예 오브제들이 놓인 거실은 절제된 겉모습과 대비되는 아늑함을 만든다. 겉과 속의 온도 차를 의도적으로 벌려놓은 셈이다.

The Sanctum House 침실 인테리어
© Avesh Gaur

침실은 수영장을 등지고 앉았다

침실은 거실 영역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서쪽의 2층짜리 별도 블록에 자리한다. 곡선 벽 뒤에 숨어 수영장을 내려다보는 구조라, 사생활을 지키면서도 답답하지 않다. 커튼을 통과한 노을빛이 방 안 가득 번지는 시간대에는 짙은 색 가구들이 오히려 차분한 무게감을 더한다. 낮 동안 마당 중심으로 열려 있던 동선이, 밤이 되면 이렇게 조용히 닫히는 구조로 바뀐다.

ArchitectsRenesa
PhotosAvesh Gaur
CountryIndia
MaterialsBrick, Concrete, Stone, Wood

더 볼만한 기사

박선영
박선영
가장 평범한 것에서의 행복.

댓글 남기기

댓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추천 기사

처음과 끝이 연결된 그림 속 무한 계단 같은 일본 주택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이 집은 새 둥지를...
00:12:43

옛 한옥에는 어떻게 10명이 살 수 있었을까? 서민 한옥 구조 비밀과 현 한국의 주거 특징

한옥 하면 현대의 근사한 한옥을 떠올리지만, 사실 서민들이 살던...

공부 많이 한 건축주를 건축가는 좋아한다? NO~ 건축주를 위한 교육백서

건축가를 만나기 전 클라이언트는 사전 공부를 하고 가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