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서부 해안 마을 Lourinhã 인근, 소나무숲과 완만한 농지가 만나는 언덕 위에 별장 한 채가 서 있다. 리스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Extrastudio가 설계한 Casa Plaj는 스스로를 ‘급진적으로 단순한’ 집이라 소개한다. 실제로 이 집은 군더더기 없는 박공 형태 하나로 이야기를 끝낸다.
120제곱미터 남짓한 이 집은 화려한 재료나 복잡한 매스 구성 대신, 지역의 오래된 농가 건축이 가진 소박함을 현대적으로 다시 그려낸 결과다. 설계팀은 별장이라는 용도가 주는 자유로움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상의 의무에서 벗어난 별장은 어느 정도의 자유와 실험을 허락한다.’ 그 말대로 이 집은 상시 거주 주택이라면 시도하기 어려웠을 과감한 선택들로 채워져 있다.

박공지붕 하나로 이야기를 끝냈다
Casa Plaj의 첫인상은 단순하다. 완만하게 기운 박공지붕 하나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그 아래로 목재 루버로 마감한 슬라이딩 게이트가 진입 마당을 가린다.
레드나 블루 같은 원색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테라코타에 가까운 흙빛 라임 플라스터가 지붕부터 벽까지 이어져, 노을이 지는 시간대면 건물 자체가 하늘빛을 그대로 흡수한 것처럼 보인다.
정면에서 보면 마치 헛간이나 농가 창고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례와 디테일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계산돼 있다.

거친 마감이 만든 온기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붕과 벽을 감싼 라임 플라스터는 매끈하게 다듬지 않고 일부러 거친 손맛을 남겼다.
흙손 자국과 미세한 균열까지 그대로 노출한 마감은, 공장에서 찍어낸 마감재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질감을 만들어낸다.
지붕과 벽의 경계마저 모호해지는 이 마감 덕분에 건물은 하나의 덩어리, 하나의 조각처럼 읽힌다.
창틀과 처마선을 따라 옅게 남은 그림자가 이 거친 표면 위에서 시간대별로 다르게 움직이는 것도 이 집을 관찰하는 재미 중 하나다.

네 개의 콘크리트 벽이 전부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 집은 놀랍도록 간결하다. 하중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벽 네 장을 세우고, 그 위에 나머지 매스를 얹었을 뿐이다.
이 네 개의 벽이 만드는 콘크리트 받침대 안에는 진입 계단이 숨어 있고, 벽 사이 빈 공간으로는 주변 지형이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
건물이 땅에서 살짝 들려 있는 듯한 감각은 이 구조에서 비롯한다. 벽으로 하중을 다 받아내니 내부에는 기둥이 거의 없고, 그만큼 실내 공간을 자유롭게 열어둘 수 있었다.

천장에 뚫린 두 개의 눈동자
거실 겸 다이닝 공간은 이 집에서 층고가 가장 높다. 경사진 천장 꼭대기에는 타원형 천창, 이른바 오큘러스가 두 개 뚫려 있어 하루 종일 다른 각도로 빛이 들어온다.
설계팀은 이 천창의 위치를 아무렇게나 정하지 않았다. 3D 모델링으로 해가 지는 방향을 미리 계산해, 노을 무렵이면 빛줄기 하나가 정확히 방 안 특정 지점을 비추도록 설계했다.
종이 갓을 씌운 펜던트 조명 하나가 다이닝 테이블 위로 낮게 드리워, 낮에는 천창의 자연광이 밤에는 이 조명 하나가 공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거실
이 집의 창호는 열리는 정도가 아니라 벽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슬라이딩 도어를 끝까지 밀면 벽면 자체가 통째로 비워지면서 거실과 테라스, 정원의 경계가 없어진다.
커튼 한 장이 바람에 부풀어 오르는 순간은 이 집이 얼마나 개방적으로 설계됐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설계팀은 이런 장치를 두고 ‘목욕 같은 일상적인 순간조차 야외 경험으로 바꿔놓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침실마다 딸린 욕실도 슬라이딩 도어 하나만 열면 바로 테라스와 이어지는 구조다.

대리석 아일랜드와 고요함
주방은 화려한 장식 대신 재료 하나로 존재감을 낸다. 결이 선명한 대리석을 통째로 잘라 만든 아일랜드가 공간의 중심에 놓였고, 그 위로 블랙 메탈 펜던트 조명이 낮게 걸렸다.
벽은 거친 그레이 플라스터로, 바닥은 매끈한 콘크리트로 마감해 외부의 거친 질감이 실내에서는 한층 차분하게 걸러진다.
라임과 유리컵 몇 개, 도마 위의 과도 하나만 놓인 이 장면은 군더더기 없는 이 집의 태도를 가장 잘 요약한다.

테라스마다 다른 표정
세 개의 침실은 모두 같은 층에 나란히 배치돼 있는데, 각 방마다 캔틸레버로 튀어나온 전용 테라스가 딸려 있다. 슬라이딩 유리문을 열면 침대에서 몇 걸음 만에 야외 좌석에 앉을 수 있다.
밤이 되면 블랙 메탈 프레임의 아웃도어 가구가 은은한 조명 아래 실루엣으로 드러나고, 그 너머로 어두워진 하늘과 대비되는 실내의 빛이 공간을 한층 극적으로 만든다.
진입 마당은 슬라이딩 목재 게이트로 가려 사생활을 지키면서도, 침실 테라스는 반대로 풍경을 향해 활짝 열어둔 점이 흥미롭다.

수영장은 정원 끝에 걸쳐 있다
정원 한쪽 끝, 소나무숲과 맞닿은 자리에 좁고 긴 수영장이 놓여 있다. 대리석으로 마감한 수영장 테두리가 에메랄드빛 물과 대비를 이루며, 항공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땅 위에 그어놓은 선 하나처럼 보인다.
수영장이 향하는 방향 끝으로는 바다가 아득하게 걸쳐 있어, 물놀이를 하다가도 고개만 들면 수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다이닝 공간의 캔틸레버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각도 역시 이 수영장을 감상하기 좋은 지점 중 하나로 꼽힌다.

소나무숲이 거울이 되는 시간
해 질 무렵 수영장 표면은 주변 소나무숲을 그대로 되비추는 거울이 된다. 바람이 잦아드는 시간이면 수면 위로 나무 그림자가 또렷하게 겹쳐, 실제 숲과 수면 속 숲이 어디서 끝나고 시작하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가장 가까운 해변인 Praia de Porto das Barcas까지는 숲길을 따라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자연 속에 파묻힌 사적인 수영장과,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용 해변을 동시에 가진 셈이다.

언덕 위에 뜬 것처럼
멀리서 이 집을 보면 콘크리트 받침대 위에 얹힌 매스가 언덕 경사면 위로 살짝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초저녁 하늘과 짙어진 억새풀 사이로 실내조명이 새어 나오는 장면은, 낮 동안 봤던 흙빛 외관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캔틸레버로 돌출된 테라스 아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서 건물의 부유감을 한층 강조한다. 계절이 바뀌어 억새가 마르고 색이 옅어지는 겨울에도, 이 집의 흙빛 외피는 주변 풍경과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