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간판 대신 거대한 만두가 손님을 부른다면 어떨까. 싱가포르(Singapore)의 로컬 건축사무소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는 뉴 바루(New Bahru) 쇼핑몰에 들어선 소형 플레이트 레스토랑 덤플링 달링스(Dumpling Darlings)를 위해 실제로 거대한 유리섬유(fibreglass) 만두 조명을 천장에 매달았다. 낡은 브리즈블록(breeze-block) 마감의 모더니즘 학교 건물을 개조한 뉴 바루 안에서, 이 만두 하나가 사람들을 식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가 된 셈이다.
이자카야 감성으로 문을 연 스몰플레이트 레스토랑
오픈 스튜디오는 이 레스토랑을 설계하며 일본의 전통 이자카야(izakaya)를 참고했다. 공동 창립자 잭스 탄(Jax Tan)은 “이런 이자카야는 종종 거리로 넘쳐 나오고, 낮게 접이식으로 낸 처마 아래 다닥다닥 붙은 좌석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거리와 식당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고, 그걸 덤플링 달링스에도 그대로 옮기고 싶었다”는 게 탄의 말이다.
낮게 눌러 쓴 골함석 지붕
이런 발상은 100㎡ 남짓한 레스토랑 정면을 낮게 덮은 지붕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짙은 붉은빛의 천공 골함석으로 만든 이 지붕은 매장 앞쪽으로 얕게 기울어져 있다. 탄은 “가벼운 지붕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건축적 제스처가 됐다”며 “길가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만들면서 동시에 매장 전면을 규정하도록 각도를 낮게 잡았다”고 말한다. “목표는 이자카야의 ‘모습’을 베끼는 게 아니라 그 ‘느낌’을 포착하는 것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천장을 뚫고 나온 거대한 만두 조명
연한 붉은빛의 거대한 만두 조명이 천장에 매달려 지붕을 뚫고 살짝 튀어나온 채로 야외 좌석을 밝힌다. 탄은 “전통 이자카야에서는 빨간 종이 초롱인 아카초친(akachōchin)을 환영의 표시로 밖에 걸어 둔다”며 “그 초롱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만두 하나가 비슷한 역할의 신호등이 될 수 있다고 상상했다”고 말한다. 지붕에 뚫은 구멍에 절반쯤 파묻힌 이 거대한 유리섬유 만두는,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절제된 구조 안에 유쾌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레스토랑에 맞춰 새로 그린 가구
오픈 스튜디오는 부스와 테이블, 표면 마감에 플라이우드와 금속 조인트를 조합해 금속 지붕과 대비를 이뤘다. 여기에 로컬 가구 제작사 가마르 퍼니처(Gamar Furniture)와 함께 이 레스토랑만을 위한 커스텀 체어도 새로 만들었는데, 탄은 이 가구가 인테리어의 “구축적 성격”을 그대로 따른다고 설명한다. “가구를 실내 건축의 연장으로 봤기 때문에, 공간을 완성한 뒤 나중에 채워 넣기보다 처음부터 함께 디자인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테이블과 의자는 서로 붙였다 뗐다 하며 다양한 캐주얼 그룹 구성에 맞출 수 있도록, 좁은 매장의 치수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고려해 만들어졌다.
붉은빛과 플라이우드가 만든 밤거리 분위기
실내는 짙은 레드를 메인 컬러로 삼고, 따뜻한 플라이우드 톤으로 그 강렬함을 눅였다. 탄은 “이 팔레트는 따뜻하게 불 밝힌 거리의 느낌에서 가져왔다”며 “은은한 조명, 네온 포인트, 커스텀 쌀종이 펜던트 조명이 함께 어우러져 밤의 일본 거리가 뿜어내는 빛을 재현한다”고 말한다. 오픈 스튜디오는 로컬 제작자 라이크 라이츠(Like Lights)와 협업해 야외 좌석을 밝히는 질감 있는 쌀종이 펜던트 조명도 함께 완성했다.
만두 하나로 완성한 위트
오픈 스튜디오가 뉴 바루에서 선보인 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같은 단지 안의 옛 학교 강당을 피클볼 코트로 바꾼 것도 이 스튜디오의 작업이다. 지난해에는 Dezeen 어워드 주거 인테리어(소형)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거대한 만두 조명 하나로 이자카야의 정서를 되살린 이번 작업 역시, 작은 레스토랑에서도 얼마든지 위트 있는 건축적 제스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