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니멀리즘과 아트데코가 만나면, Nobu 호텔 바르샤바

바르샤바 도심, 빌차(Wilcza)와 코시코바(Koszykowa) 거리가 만나는 지점에는 일본식 미니멀리즘과 아트데코가 뒤섞인 독특한 건물이 서 있다. 노부 호텔 바르샤바(Nobu Hotel Warsaw)다. 로버트 드 니로, 셰프 노부 마츠히사, 영화 프로듀서 메이어 테퍼가 함께 만든 글로벌 호스피탤리티 브랜드 ‘노부’는 건축·미식·환대를 하나로 엮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바르샤바 지점은 5년째 국제 여행객과 비즈니스 리더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실제로 2025년 11월엔 세 창립자가 폴란드를 직접 찾아 5주년을 자축하기도 했다.

노부 호텔 바르샤바 전경

오모테나시, 손님을 향한 진심 어린 환대

이 호텔의 건축과 분위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오모테나시(omotenashi)’, 손님을 향한 진심 어린 배려에서 출발하는 일본식 환대 철학이다. 옛 호텔 리알토(Rialto)의 역사적인 건물동은 클래식한 구역으로 되살리고, 그 옆에는 완전히 새로운 현대적 건물을 붙였다 — 아트데코 시대 호텔들에서 종종 쓰이던, 신축 동이 원형을 흉내 내기보다 보완하는 방식 그대로다. 두 건물동은 스타일도 재료도 전혀 다르지만, 그 대비가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흥미를 자아낸다. 11,800㎡ 규모의 복합 단지 전체에 겹겹이 쌓인 공간 서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노부 레스토랑과 사케 바

노부 레스토랑과 사케 바, 그리고 숨은 재즈 클럽 재스민

이 호텔 경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일본-페루 퓨전 요리로 유명한 노부 레스토랑이다. 사케 바가 나란히 자리하고, 지하에는 도시 호텔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숨겨진 재즈 클럽 ‘재스민(Jassmine)’까지 마련돼 있다. 낮에는 미식과 사케를, 밤에는 재즈와 음악을 즐기는 식으로 하루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구조라고 해야 할까. 호텔이라기보다 하나의 작은 문화 공간에 가깝다.

옛 주유소 부지에 들어선 노부 호텔 바르샤바 외관

옛 주유소 부지 위에 세운 절제된 매스

수상 경력이 있는 이 건물의 건축은 아트데코와 동시대적 요소를 섞으면서도 도시 맥락을 세심하게 살폈다. 메두사 그룹(Medusa Group)이 캘리포니아 기반의 스튜디오 PCH와 협업해 설계했는데, 부지 자체가 불규칙한 모양인 데다 예전엔 주유소였고, 주변엔 오래된 도시 조직이 밀집해 있어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스케일과 기존 건물과의 관계 모두에서 정교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던 이유다. 일본풍 미니멀 호스피탤리티 프로젝트들에서 흔히 보이는, 형태·재료·비례를 촘촘히 통제하는 방식이 여기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크러시드 글라스 파사드 디테일

크러시드 글라스로 감싼 반투명 파사드

신축 동은 층마다 살짝 엇갈리며 쌓아 올린 유리 트라페조이드(사다리꼴) 매스다. 덕분에 층마다 다른 시야와 더 풍부한 자연광을 확보한다. 파사드는 잘게 부순 유리(crushed glass)로 마감해 반투명 막처럼 기능하는데, 손님의 프라이버시는 지키면서도 빛은 걸러 통과시키고, 실내에선 바르샤바 스카이라인과 수직 녹지를 내다볼 수 있다. 건물 모서리를 곡면 유리로 처리한 것도 눈에 띄는데, 휘어진 유리가 만들어내는 유기적이고 유연한 형태가 하이엔드 건축의 언어를 새롭게 번역해낸다.

콘크리트와 목재, 트래버틴으로 마감한 객실

콘크리트·목재·트래버틴이 채운 116개 객실

116개 객실의 인테리어는 질감과 재료의 대비로 완성됐다. 거친 콘크리트에 부드러운 목재와 우아한 트래버틴을 더하고, 패턴이 있는 카펫과 건축적 콘크리트 같은 동시대적 요소가 목재 질감·블랙 마감·월페이퍼 같은 아트데코풍 디테일과 마주 앉는다. 여기에 ASOM 컬렉션 소속 폴란드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배치돼 완성도를 높인다. 옛것과 새것, 거친 것과 우아한 것이 한 방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구성이다.

로비의 조각적인 계단

건축가가 말하는 ‘동서양의 만남’

메두사 그룹의 건축가 프셰모 우카시크(Przemo Łukasik)와 우카시 자갈라(Łukasz Zagała)는 이렇게 말한다. “노부 호텔 바르샤바의 건축은 절제, 재료의 정직함,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는 아이디어로 정의된다. 로비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조각적인 계단, 객실 곳곳의 빛 반사 표면, 재스민 클럽에서 느껴지는 뉴욕 최고급 클럽 같은 분위기가 투숙 경험을 완성해 손님들이 다시 찾고 싶어지게 만든다.” 개장 5년이 지난 지금도 노부 호텔 바르샤바는 폴란드 현대 호텔 건축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브랜드의 통일된 정체성을 지역 역사(옛 리알토 호텔, 폴란드 작가들)와 부지의 제약(불규칙한 옛 주유소 부지) 위에 그대로 얹지 않고, 그 조건들을 설계의 재료로 삼아 오히려 장소성을 강화한 프로젝트다.

 

ArchitectsMedusa Group
DesignerPrzemo Łukasik, Łukasz Zagała
PhotosPION STUDIO
CategoryRestaurant
CountryPo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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