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기 전에 마당부터 그렸다면 어떤 집이 나올까. Spain 북동부 Costa Brava, 작은 만 Aiguablava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이 집은 정말로 그 순서를 따랐다. 현지 건축사무소 Arquitectura-G가 설계한 Patio House는 대지가 허락하는 가장 큰 정사각형 마당을 먼저 정하고, 집의 모든 기능을 그 둘레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경사진 대지에 반쯤 파묻힌 단층 구조인데도 답답한 구석이 없다. 가느다란 기둥 몇 개가 얇은 콘크리트 지붕 하나를 떠받치는 게 전부인 이 집의 뼈대는, 오히려 그 단순함 때문에 공간이 훨씬 넉넉하게 느껴진다.
15×15미터, 마당이 곧 설계도였다
“대지가 허락하는 가장 큰 마당을 만들고, 집의 프로그램 전체를 거기에 맞춰 배치하고 싶었다”고 Arquitectura-G는 설명한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게 한 변이 15미터인 정사각형 중정이다. 작은 못과 나무 세 그루가 중정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고, 집은 이 중정을 고리처럼 감싸는 링 형태의 평면으로 정리됐다. 침실을 모으는 ㄱ자 동 하나와 생활·주방·식당 공간을 모으는 ㄱ자 동 하나, 두 개의 매스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본다.
언덕의 경사를 거스르지 않다
대지 둘레는 지하층과 옹벽, 계단으로 울퉁불퉁한 지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당이 있는 안쪽은 반대로 수평을 고집한다. 그래서 대지가 높아지는 쪽에서는 지붕이 땅에서 겨우 1.1미터 위에 떠 있고, 낮아지는 쪽에서는 지붕과 땅이 거의 맞닿는다. 같은 지붕 아래인데 위치마다 층고가 달라지는 셈인데, 이 비대칭이 오히려 중정의 기하학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됐다.
기둥 위에 얹힌 얇은 지붕
Arquitectura-G가 처음부터 원했던 건 “단순하고 명료한” 형태였다. 얇은 콘크리트 지붕 한 장을 가느다란 원형 기둥들이 떠받치는 구조가 그 답이다. 지붕과 기둥, 바닥까지 콘크리트를 마감 없이 그대로 노출시켰는데,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나니 오히려 나무 그늘과 마당의 초록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벽 대신 기둥이 공간을 구획하다 보니, 어디서 봐도 안과 밖의 경계가 흐릿하다.
문도 벽도 되는 목재 셔터
전면 높이의 목재 셔터는 이 집에서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는 요소다. 접으면 생활 공간이 중정과 그 옆의 낮은 마당 쪽으로 완전히 열리면서, 콘크리트 지붕 아래가 순식간에 지붕 덮인 산책로처럼 변한다. 목재 셔터는 이 지역 전통 가옥에서 흔히 쓰던 장치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건축가들은 말한다. 콘크리트와 알루미늄이 만드는 서늘한 인상을 나무 특유의 결과 온기가 중화해주는 역할도 겸한다.
부엌이 곧 포치가 되는 순간
이 집의 동선은 폭이 고정돼 있지 않다. 좁은 복도로 시작한 순환 통로가 걸어가는 방향에 따라 넓어지고, 어느 지점에 이르면 부엌이 되고 또 다른 지점에서는 거실이 된다. “공간은 늘 마당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게 건축가들의 설명인데, 실제로 트래버틴 상판을 얹은 부엌 조리대조차 셔터만 걷으면 반쯤 야외 포치가 된다. 요리를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마당 너머 숲이 그대로 보이는 구조다.
콘크리트 사이로 스며든 목재 온기
이 집이 쓰는 재료는 딱 네 가지뿐이다. 콘크리트, 창호용 알루미늄, 셔터와 문·가구에 들어가는 목재, 그리고 부엌과 욕실에 쓴 트래버틴. 거실 한가운데 놓인 검은색 프리스탠딩 벽난로는 군더더기 없는 콘크리트 상자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브제다. 재료 수를 줄인 만큼 공간은 차분해졌지만, 나무 셔터와 문이 군데군데 끼어들면서 삭막해지는 걸 막아준다.
침실동, 조용히 닫히는 공간
두 개의 ㄱ자 동 가운데 침실 쪽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으로 설계됐다. 가족 침실과 게스트룸은 복도 하나로 이어지는데, 이 복도가 넓어지면서 부엌과 식당, 거실로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구조다. 옷장은 얇은 합판으로 마감해 벽처럼 세워뒀고, 손잡이만 동그랗게 남겨 튀지 않게 처리했다. 창 하나만 열어도 바로 옆 숲이 보이는 위치라, 방마다 답답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하와 옥상을 잇는 원형 계단
마당 한쪽 모서리에는 작은 원형 계단이 숨어 있다. 이 계단 하나가 지하 저장 공간과 메인 층, 그리고 옥상까지 세 개 층을 모두 연결한다. 나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좁은 통로는 콘크리트로 마감돼 있는데, 위쪽에서 떨어지는 자연광 덕분에 어둡다는 인상은 별로 없다. 집의 규모에 비해 계단실은 눈에 띄게 작지만, 그만큼 동선은 군더더기 없이 짧다.
옥상은 또 하나의 마당이다
원형 계단을 타고 끝까지 올라가면 또 다른 야외 공간이 나온다. 지붕 자체가 옥상 테라스를 겸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벽난로 연통과 환기구가 낮은 기둥처럼 여기저기 솟아 있고, 난간 너머로는 Aiguablava 만을 둘러싼 소나무숲이 그대로 펼쳐진다. 1층 마당이 집의 중심이라면, 옥상은 그 마당을 내려다보는 두 번째 전망대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