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브루클린 지구, 35층 높이에 자리한 29제곱미터 스튜디오. 원래는 신축이라 깨끗했지만 그만큼 개성이 없었다. 단기 임대용으로 기획된 이 집은, 좁은 평수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무대가 됐다.
건축팀은 기존 욕실 배치는 그대로 두되, 원래 있던 구르메 테라스를 실내로 편입시켜 공간을 늘렸다. 그 결과 주방과 침실 알코브, 붙박이 좌석이 딸린 다이닝 존, 자그마한 업무용 데스크가 하나의 열린 평면 안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게 됐다. 벽을 세우는 대신 색과 재료로 영역을 가르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가벽 없이 색으로 나눈 29제곱미터
침실에서 주방, 데스크까지 이어지는 시선을 그대로 사진에 담으면 이 집의 전략이 한눈에 보인다. 물리적인 벽 대신 색과 바닥재로 공간을 구분했고, 그린 타일 바닥은 침실에서 주방 쪽으로 미끄러지듯 이어진다. 오렌지빛이 도는 테라코타 레드는 침실 벽을 감싸며 하나의 덩어리처럼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 옆으로 옅은 베이지 톤 벽이 다시 공간의 온도를 낮춘다. 좁은 평수일수록 경계를 흐릿하게 두는 편이 오히려 넓어 보인다는 걸 이 집은 보여준다. 짧게 머물다 가는 손님들에게는 이런 개방감이야말로 가장 사치스러운 옵션이 아닐까 싶다.

그린 타일이 기어 올라가 헤드보드가 되다
침대 머리맡을 자세히 보면 바닥에 깔린 초록 타일이 그대로 벽을 타고 올라가 헤드보드 역할을 한다. 바닥재를 그대로 수직으로 연장한 이 디테일은 시공 단가를 아끼면서도 공간에 통일감을 준다. 협탁 위에 놓인 작은 액자와 화분은 과하지 않은 선에서 집의 개인적인 온기를 더한다. 타일 위쪽으로는 은은한 간접조명이 깔려, 밤이 되면 오렌지빛 벽이 노을처럼 부드럽게 번진다. 임대용 숙소인데도 마치 누군가 오래 산 집처럼 느껴지는 건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직선의 방 안에 슬쩍 끼어든 곡선
전체적으로 직선과 격자로 짜인 평면 안에서, 침대 옆 수납장과 선반은 의도적으로 둥글게 깎였다. 곡선으로 마감된 선반에는 화분과 책이 툭 놓여 있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수납장 역시 모서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천장 역시 침대 위쪽에서 완만하게 휘어지며 공간에 리듬을 만든다. 각진 벽과 부드러운 가구가 대비를 이루면서, 좁은 방이지만 시선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된다. 이런 곡선 하나가 자칫 밋밋할 뻔한 컬러 블록에 표정을 더해주는 셈이다.

옐로우 타일 뒤에 숨은 실용주의
주방으로 들어서면 벽 전체가 부드러운 옐로우 타일로 덮여 있다. 화사한 색이지만 사실 이 선택은 감성보다 실용성에 가깝다. 바닥과 벽, 붙박이 가구까지 세라믹 타일로 통일한 이유는 단기 임대 특성상 잦은 청소와 유지 관리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재료라도 색과 배치를 신경 쓰면 얼마든지 고급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걸, 이 옐로우 벽이 증명한다. 냉장고와 오픈 선반, 블랙 상판 싱크대까지 좁은 폭 안에 군더더기 없이 배치된 모습도 인상적이다.

TV 하나, 데스크 하나로 완성한 업무 공간
주방과 침실 사이, 좁은 통로처럼 보이는 자리에 화이트 곡선 데스크와 가죽 체어가 놓였다. 벽걸이 TV 아래 매입형으로 짜 넣은 이 데스크는 재택근무나 짧은 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 담았다. 옐로우 타일 주방과 마주 보는 위치라 요리를 하면서도 화면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자리 하나 넣기도 빠듯해 보이는 폭이지만, 곡선으로 다듬은 데스크 모서리 덕분에 동선이 걸리지 않는다. 손님용 숙소에 업무 공간까지 챙긴 걸 보면, 이 집이 겨냥한 손님층이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

테라스였던 자리, 이제는 다이닝 존
원래 이 자리는 실외 구르메 테라스였다. 건축팀은 이 공간을 실내로 편입시켜 원형 원목 테이블과 붙박이 벤치가 있는 다이닝 존으로 바꿨다. 통유리창 너머로 브루클린 지구의 스카이라인이 그대로 펼쳐지고, 35층이라는 높이 덕분에 답답함 없이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벤치는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하고 그 위에 레드와 그린 쿠션을 올려, 침실의 컬러 팔레트와 은근히 리듬을 맞췄다. 테라스를 없애는 대신 실내 다이닝으로 바꾼 판단이 이 집 전체의 개방감을 오히려 키운 것 같다.

군더더기 없는 화이트 욕실, 그리고 이 집이 흥미로운 이유
유일하게 손대지 않은 공간이 욕실이다. 기존 배치를 그대로 살리고 화이트톤 타일과 그래니트 상판으로 차분하게 정리했다. 컬러가 강한 나머지 공간들과 달리 이곳만큼은 군더더기 없이 조용한 편을 택했는데, 덕분에 색이 쏟아지는 다른 공간들이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나의 집 안에서 톤을 완급 조절하듯 나눈 셈이다.
이 집의 핵심은 색을 벽 대신 썼다는 데 있다. 29제곱미터라는 물리적 한계를 가벽이나 파티션으로 쪼개는 대신, 오렌지와 그린, 옐로우 컬러 블록으로 영역을 나눴고 그 결과 공간은 실제 면적보다 훨씬 여유 있어 보인다. 개장하자마자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 지위를 얻었다는 사실도, 결국 좋은 디자인이 숙박객의 만족과 임대 수익 모두를 붙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