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값은 오르는데 아파트는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정부가 이번엔 아파트 대신 빌라와 오피스텔로 눈을 돌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등 일반주택 13만호의 착공을 추진한다는 게 핵심이다. 전세사기 이후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 생태계를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규제는 풀고, 대출은 늘리고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지을 때 적용되던 건축규제부터 완화된다. 건축면적 기준은 현행 660㎡ 이하에서 1000㎡ 미만으로 넓어져, 여러 동으로 쪼개는 대신 한 개 동으로 지을 수 있고 세대별 전용면적도 늘어난다. 다가구주택의 층수 제한도 3개 층에서 4개 층 이하로 높아지고, 도시형생활주택은 심의를 거치면 5층에서 6층까지 지을 수 있다.
금융 문턱도 낮아진다. 다세대·다가구 건설자금의 가구당 대출 한도는 7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금리는 연 3.5%에서 3.2%로 조정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원칙적으로 막혀 있던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도 신축 일반주택 매입에 한해 열린다. 소형 신축주택을 취득세·종부세·양도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빼주는 특례도 2028년 말까지 1년 더 연장됐다.
그런데 정작 사려는 사람이 없다
문제는 이걸 사들여 임대할 사람이다. 최근 세제개편안에서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대거 폐지되면서, 정작 개인 임대사업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는 상생임대 특례를 올해 말 일몰과 동시에 폐지하기로 했고,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주택은 내년 말까지 팔아야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등록주택임대사업자들로 구성된 대한주택인임대인협회는 “등록임대주택 제도는 민간이 주거 안정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국가가 제한적인 과세 특례를 부여하는 정책적 계약”이라며 “등록 당시 약속한 제도를 사후에 바꾸고 소급해 불이익을 준다면 어떤 국민이 정책을 신뢰하겠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의무임대 기간이 끝났는데도 양도세 중과 배제가 항구적으로 주어지는 게 문제라는 인식이 세제개편안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인이 나선다
개인 임대사업자들이 세 부담 증가로 발을 빼면, 시장의 무게중심은 자연히 기업형 임대로 옮겨간다. 정부도 이 흐름을 예상한 듯 공공지원민간임대 모델에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20년 이상 장기임대 공급을 유도하는 카드를 함께 꺼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부 ‘임대주택 담보 장기 모기지 상품’도 새로 도입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에서 법인형으로 규모를 키워 제대로 관리·감독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도 담보할 수 있다”며 “임대주택 건설·운영까지 장기간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금융제도가 구축되면 해외 자본 참여도 기대되고 임대시장은 한층 선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제도는 기존 임대차시장 정상화를 포기하고 기업형 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정책”이라며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임대를 제공한 뒤 훗날 집값이 오르면 분양수익을 얻는 사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다세대·다가구의 건축면적 상향, 층수 제한과 일조규제 완화, 기금대출 확대는 단기 전월세 안정 측면에서 비교적 실효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라면서도 “전세사기 이후 약화된 비아파트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보증·금융·임대사업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