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공장이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공간 — 현대자동차 수원 하이테크센터

차를 고치러 갔다가 두 시간 넘게 대기실에 앉아 있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정비소에서 가장 아쉬운 건 기술력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걸. 현대자동차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새로 문을 연 수원 하이테크센터는 이 기다림 자체를 다시 설계했다.

개관식에서 내걸린 모토는 간단하다. “공장은 자동차를 만들고, 서비스센터는 신뢰를 만든다.” 단순히 차를 고치는 정비 공장 기능을 넘어, 기술과 사람과 운영 시스템을 입체적으로 엮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의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담긴 문장이다. 서아키텍스(디자인 총괄 서을호, 조병욱)가 설계한 이 건물은 대지면적 1만 6729㎡, 연면적 5만 1496㎡ 규모다.

반도체 벨트 한복판에 자리한 이유

센터가 자리 잡은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은 인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화성 남양연구소와 이어지는 첨단 산업 벨트의 요충지다. 모빌리티의 무게중심이 내연기관이라는 하드웨어에서 데이터와 연산 능력을 쌓는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로 옮겨가는 시대에, 이 지리적 인접성은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건축가는 조형성을 앞세우기보다 기업의 운영 시스템을 대지 위에 안착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폐기물 창고나 위험물 저장 시설은 대지 안쪽으로 숨기고, 기존 시가지와 마주하는 축에는 오픈스페이스와 녹지를 열어 보행자를 위한 도시 경관을 만들었다. 대형 차량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지상 5층 규모의 정비동은 철골철근콘크리트(SRC) 구조로 세웠다. 이곳에서만 하루 약 60대, 연간 1만 4400대의 차량이 진단부터 행정 처리까지 낭비 없는 동선으로 처리된다.

로봇의 동선과 사람의 동선을 분리하다

이 건물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이 부딪히지 않도록 조율하는 방식에 있다. 지하 1층 모비스 자동창고에서 자율 케이스 처리 로봇(ACR)이 부품을 집으면, 11대의 자율주행 로봇(AMR)이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층부 엔지니어 작업대까지 부품을 실어 나른다. 로봇의 동선은 사람의 작업 동선과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수직 이동망을 탄다.

부품을 찾아 작업장을 헤매던 시간을 로봇이 대신 떠맡은 결과, 엔지니어는 차량 진단과 고객 응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350킬로와트급 초급속 충전기 6기가 돌아가고 무인 카리프트가 10초 만에 층을 오르내리는 이 빠른 환경 한가운데, 건물 중앙을 비워 여러 층을 하나로 연결한 원형 아트리움 라운지가 자리한다. 방문객이 몰리는 오전 피크 시간대의 병목과 불안을 자연채광과 조경으로 누그러뜨리려는 장치다.

현대자동차 수원 하이테크센터 야간 항공뷰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고전압 배터리 작업장 인근에는 이동식 침수조와 질식소화포 같은 화재 대응 설비를, FCEV·LPG 작업장에는 강제 환기와 수소 누출 감지 센서, 방폭 전기 설비를 전면 적용했다. 100% 예약제와 원격 진단 시스템을 거쳐 구현되는 1:1 전담 엔지니어 서비스와 맞물려, ‘기다리는 서비스’를 ‘약속된 서비스’로 바꿔놓겠다는 것이 이 센터의 지향점이다.

정비소를 다시 짓는다고 해서 매번 이렇게까지 공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소유에서 서비스로 옮겨가는 지금, 정비센터라는 공간 하나에도 그 변화가 고스란히 새겨질 수 있다는 걸 이 건물은 보여준다. 기술이 아무리 화려해도 결국 사람이 그 기술을 어떻게 체감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사실은, 자동차 정비소든 다른 어떤 시설이든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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