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 유리 안에 수영장을 넣었다, Dasht-e Chehel Villa

겨울에 눈이 쌓이는 곳에 집을 지으면 대개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른다. 창을 줄이고 벽을 두껍게 해서 바깥을 차단하거나, 큰 창을 내고 난방비를 감수하며 풍경을 들이거나. Iran의 Mosha에 지어진 Dasht-e Chehel Villa는 그 사이에 세 번째 길을 냈다. 눈은 맞되 춥지는 않은 자리, 밖에 있으면서 안에 있는 상태를 공간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설계는 35-51 ARCHITECTURE Office가 맡았다. 440㎡ 규모로 2019년에 완공됐다. 아이들이 그리는 집 그림처럼 단순한 박공 형태를 그대로 세워 놓고, 그 안에 예상 밖의 것들을 채워 넣은 집이다.
박공 유리와 캔틸레버가 드러난 다슈테 체헬 빌라 정면
© Arash Akhtaran

집 모양을 그대로 세운 다음, 앞쪽을 잘라냈다

정면에서 보면 형태가 명확하다. 흰 박공 매스가 서 있고, 그 아래쪽이 사선으로 깎이며 공중에 떠 있다. 잘려 나간 자리의 밑면은 목재로 마감했다. 흰색으로 매끈하게 처리한 바깥면과 따뜻한 나무의 안쪽면이 대비를 이루면서, 떠 있는 부분이 실제보다 더 가볍게 읽힌다. 이 사선 절단은 멋을 위한 조형이 아니라 아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조작이다. 매스를 들어 올려 생긴 그늘 밑에 데크를 깔고, 거기에 원형 욕조를 앉혔다. 지붕이 있으니 눈과 비는 피하고, 벽이 없으니 바깥 공기와 풍경은 그대로 들어온다. 원문에서 말한 “밖에 머물면서도 안전한 영역에 있는 상태”가 바로 이 자리다.
좁고 긴 대지 위에 놓인 빌라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 Arash Akhtaran

가늘고 긴 땅이 준 제약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집이 얼마나 좁고 긴지 한눈에 들어온다. 담장으로 구획된 대지 자체가 가늘고 길게 뻗어 있고, 건물은 그 축을 그대로 따라 놓였다. 폭을 넓힐 수 없으니 길이로 풀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던 셈이다. 좁고 긴 평면은 다루기 까다롭다. 방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복도가 길어지고, 끝방은 어두워지기 쉽다. 이 집이 택한 해법은 벽면 여기저기를 뚫어 빛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항공 사진에서 지붕과 벽면에 사각형 개구부가 불규칙하게 뚫려 있는 게 보이는데, 창의 위치를 대칭이나 규칙으로 정하지 않고 빛이 필요한 자리마다 낸 결과다.
목재로 마감한 캔틸레버 아래 필로티와 정면 박공
© Arash Akhtaran

기둥 없이 떠 있는 앞마당

정면으로 돌아와 보면 떠 있는 부분의 깊이가 제법 된다. 기둥이 보이지 않으니 구조적으로는 뒤쪽 매스가 이 무게를 전부 받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목재 슬랫으로 마감한 천장이 안쪽으로 깊게 이어지면서, 바깥에서 보면 어두운 동굴 입구처럼 보이고 안에서 보면 액자처럼 풍경을 잘라 보여준다. 다만 실용의 관점에서 보면 이 형태는 대가를 치른다. 캔틸레버는 구조 비용이 많이 들고, 위층 바닥이 외기와 직접 닿기 때문에 단열을 세심하게 잡지 않으면 열 손실이 크다. 눈이 쌓이는 기후에서는 특히 그렇다. 같은 효과를 훨씬 싸게 얻으려면 매스를 띄우는 대신 1층 일부를 안으로 파내는 방법이 있다. 처마 깊이를 넉넉히 잡고 그 아래를 비워 두기만 해도 “지붕은 있고 벽은 없는” 자리는 충분히 만들어진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박공 유리와 수영장 물
© Arash Akhtaran

박공 면 전체를 유리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박공 면이 통째로 유리다. 삼각형 꼭짓점까지 유리가 올라가고, 그 아래로 가로로 긴 창이 한 줄 더 지난다. 그리고 그 창 너머로 물빛이 보인다. 박공 전체를 유리로 마감한 집은 흔하지만, 대개는 거실이나 계단실이 그 뒤에 온다. 여기는 물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사람에게는 하늘과 유리와 물이 한 화면에 겹쳐 보이는데, 이 집에서 가장 영리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건물의 정체를 마지막까지 숨기지 않고 이렇게 미리 흘리는 방식은 진입 경험을 만들 때 꽤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야간 박공 유리 앞 실내 수영장과 마을 불빛
© Arash Akhtaran

지붕 아래 물에 잠겨 마을을 내려다본다

밤이 되면 이 공간의 성격이 완전히 드러난다. 박공 천장의 삼각형이 그대로 실내 형태가 되고, 그 아래 수영장의 물이 조명을 받아 푸르게 빛난다. 유리 너머로는 산자락 마을의 불빛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물에 몸을 담근 채 창밖 마을을 내려다보는 구도인데, 실내 수영장이라는 흔한 설비를 이렇게까지 극적인 장면으로 바꿔 놓은 사례는 드물다. 물론 실내 수영장은 관리가 만만치 않은 시설이다. 습기가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환기와 결로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마감재가 금방 상한다. 박공 유리처럼 면적이 큰 유리는 겨울철에 결로가 특히 잘 생긴다. 이 집이 그 부분을 어떻게 풀었는지는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지만, 물을 실내에 들이는 계획은 언제나 설비 계획과 한 몸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점은 짚어 둘 만하다.
자연석 벽과 내부 정원이 마주 보는 실내 복도
© Arash Akhtaran

바깥 재료를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실내로 들어오면 재료가 이상하다. 벽 한 면이 거친 자연석으로 쌓여 있고, 바닥은 매끈한 마감재가 아니라 자갈을 굳힌 듯한 질감이다. 보통 집 바깥에 쓰는 것들이 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앞서 말한 주제를 마감재 차원에서 다시 한번 밀어붙인 결과로 보인다. 안팎의 경계를 흐리겠다면 형태만 그렇게 만드는 걸로는 부족하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 손에 닿는 벽의 질감까지 바깥의 것으로 바꿔야 몸이 속는다. 다만 자갈 질감의 바닥은 맨발로 다니기에 편한 마감은 아니다. 국내 주택에 이 아이디어를 옮긴다면 바닥까지 거칠게 가기보다는 벽 한 면만 외부 재료로 쓰고 바닥은 발에 편한 것으로 남겨 두는 절충이 현실적이다.
실내로 들어온 돌벽과 대나무 식재
© Arash Akhtaran

건물 한가운데를 비워 정원을 넣었다

돌벽 옆으로는 식물이 자란다. 화분에 담아 놓은 관엽식물이 아니라 바닥에 뿌리를 내린 대나무와 나무들이다. 좁고 긴 건물의 중간을 비워 정원을 만들고, 그 정원을 향해 복도와 방이 창을 냈다. 중정은 좁고 긴 평면의 고질적인 문제를 푸는 데 특히 유효하다. 길이가 길어질수록 가운데가 어두워지는데, 중간을 뚫어 버리면 그 지점이 통째로 광원이 된다. 동시에 마주 보는 방들끼리 시선이 부딪히는 문제도 식재로 자연스럽게 가려진다. 한국의 협소주택에서도 자주 쓰이는 해법이지만, 여기서는 실내와 정원 사이에 유리조차 최소한으로 쓰면서 경계를 더 밀어붙였다.
측면 외벽을 따라 난 유리 계단실
© Arash Akhtaran

계단을 벽 바깥으로 밀어냈다

측면에서 보면 흰 벽면에서 유리 상자 하나가 튀어나와 있다. 계단실이다. 계단을 건물 안쪽에 두면 평면을 잡아먹고, 좁은 집에서는 그 손해가 크다. 그래서 아예 외벽 밖으로 밀어내고 유리로 감쌌다. 덕분에 안쪽 평면은 온전히 방으로 쓸 수 있게 됐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매번 바깥 풍경을 마주하게 됐다. 계단이 이동 수단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짧은 산책이 되는 셈이다. 유리 상자 안 계단은 여름 직사광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분명하지만, 겨울이 긴 이 지역에서는 오히려 낮 동안 열을 모아 두는 쪽으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유리 벽 너머로 이어지는 돌 옹벽과 화단
© Arash Akhtaran

담장도 풍경의 일부로

대지를 두른 옹벽은 주변 산에서 나올 법한 거친 돌로 쌓았고, 그 아래로는 노란 꽃을 심었다. 유리 벽에는 맞은편 나무들이 비쳐서, 사진 한 장 안에 실제 정원과 반사된 정원이 겹쳐 보인다. 이 집이 실내에 쓴 자연석과 담장의 돌은 같은 계열이다. 담장에서 시작해 외벽을 지나 실내까지 같은 재료가 이어지도록 계획하면, 건물과 땅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로 읽힌다. 마당이 있는 집을 지을 때 담장을 마지막에 대충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담장이 그 집의 첫인상을 만드는 요소인 경우가 더 많다.
마을과 산자락을 배경으로 선 빌라 원경
© Arash Akhtaran

마을 안에서 혼자 다른 얼굴

멀리서 보면 이 집이 어떤 맥락에 놓였는지 분명해진다. 주변은 마감이 제각각인 저층 건물들이고, 뒤로는 나무가 거의 없는 마른 산등성이가 펼쳐진다. 그 사이에서 흰 박공 매스는 명백히 이질적이다. 이런 이질성은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마을의 재료와 색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맥락을 무시했다고 볼 수도 있고, 주변이 특정한 양식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곳에서 굳이 무엇에 맞출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 집이 형태를 아주 단순하게 유지한 덕에 튀면서도 소란스럽지는 않다는 점이다. 색을 쓰거나 장식을 붙였다면 인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건축사무소: 35-51 ARCHITECTURE Office
대표건축가: Hamid Abbasloo, Abbas Yaghooti, Neda AdibanRad
위치: Mosha, Iran
면적: 440m²
준공연도: 2019
자재: 목재, 콘크리트, 자연석, 유리
분류: 단독주택(별장)
사진: Arash Akhtaran

Architects35-51 ARCHITECTURE Office
DesignerHamid Abbasloo, Abbas Yaghooti, Neda AdibanRad
PhotosArash Akhtaran
CategoryHouse
CountryIran

더 볼만한 기사

댓글 남기기

댓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추천 기사

00:23:03

박공지붕vs평지붕, 옥상vs다락 무엇이 더 좋을까?

누수 걱정 없고, 놀기도 좋고,영화처럼 밤 하늘과 풍경도 즐기며해외처럼...

서양의 쉐어 하우스와는 또 다른 일본 쉐어 하우스, LT Josai

미국 TV Show 프렌즈를 기억할 것이다. 프렌즈가 만든 로망...

두 장의 잎이 감싸 안은 집, Leaf House

영국 잉글랜드 서부, 코츠월드(Cotswolds)의 완만한 구릉지에 나뭇잎 두 장을...

일본 사람들이 작은 스튜디오(원룸)를 꾸미는 방법. 알뜰살뜰 파티션 활용

일본 도시에서는 큰 사이즈의 집보다 작은 아파트나 스튜디오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