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 귀뚜라미 100마리? 한가인 집, 용도는 생활이 정한다

한가인 집의 욕조에는 물 대신 귀뚜라미 100여 마리가 산다. 2026년 2월 공개된 대청소 영상에서 한가인이 청소 고수로 통하는 방송인 브라이언과 욕실에 들어섰을 때 나온 장면이다. 욕조 안에는 계란판을 깐 귀뚜라미 통이, 욕조 옆 창가에는 도마뱀 두 마리와 개구리 한 마리가 사는 사육장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같은 영상에서 남편 연정훈의 서재가 처음 열렸고, 2024년 가을에는 거실과 욕실이 먼저 공개됐다. 세 편을 이어 보면 이 집은 화보 속 셀럽 하우스보다 훨씬 생생하다. 욕조는 목욕 말고 다른 일을 맡고 있고, 서재는 한 사람만 손댈 수 있는 진열실이 됐다. 거실은 촬영하는 날에만 텅 빈다. 설계가 정해 둔 용도를 생활이 매일 조금씩 고쳐 쓰는 집, 한가인 집 인테리어를 그 ‘살아 있는 장면’들로 읽어 본다.

한가인 집 욕실, 창가 프리스탠딩 욕조 옆에 놓인 파충류 사육장 세 개
출처: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한가인 집 사육장, 욕실 창가보다 직사광이 비켜 가는 안쪽 벽으로

사육장이 처음부터 욕실에 있던 건 아니다. 한가인은 영상에서 원래는 거실에 있었는데, 추워지면 혹시 죽을까 봐 겨울 동안 집에서 가장 따뜻하고 습기가 있는 곳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욕조에 대해서는 지금은 가족이 쓰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면으로 봐도 욕조는 목욕보다 귀뚜라미 통을 두는 자리로 쓰이는 듯 보인다. 사육장 두 개 위에는 디지털 온습도계가 붙어 있고, 받침 선반은 블록 모양 다리를 괴어 바닥에서 한 뼘쯤 띄웠다. 임시로 꾸린 자리치고는 꽤 공을 들였다.

흥미로운 건 이 자리를 누가 찾아냈느냐다. 설계도 어디에도 ‘파충류 겨울나기 장소’는 없다. 집 안에서 가장 따뜻하고 눅눅한 지점은 살아 본 사람만 안다. 생활이 집의 미기후 지도를 직접 그려 낸 셈이고, 그 결과 욕실은 몸을 씻는 방에서 생명을 돌보는 방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반려동물이 들어오면 방의 주인이 바뀐다는 이야기는 앞서 소개한 〈강아지는 침대, 주인은 바닥? 효연이 19년째 숙소를 지키는 이유〉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나온다.

다만 욕실이 파충류와 양서류에게 늘 좋은 집은 아니다. 함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창이다. 큰 창 바로 아래 놓인 유리 사육장은 맑은 날 직사광을 받으면 작은 온실처럼 내부 온도가 빠르게 오른다. 겨울에 따뜻하다는 장점이 볕 좋은 오후엔 과열로 뒤집힐 수 있다. 둘째는 세정제다. 개구리는 피부로 물과 공기를 받아들이는 동물이라 화학 성분에 민감한데, 같은 영상에서 브라이언이 이 욕실의 곰팡이 처방으로 내놓은 게 락스를 적신 키친타월이었다. 청소 동선과 사육 동선이 한 방에서 부딪히는 구조다.

겨울 한철 피난처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상설 자리를 만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실이나 방의 창에서 한 걸음 떨어진 안쪽 벽에 붙박이장 한 칸을 비워 전용 니치를 만들고, 그 칸에 환기 타공과 전용 콘센트, 타이머가 달린 보온 매트를 넣는 방식을 추천한다. 욕실을 계속 쓴다면 창에 블라인드를 달아 한낮의 직사광을 끊고, 락스 청소를 하는 날엔 사육장을 잠시 밖으로 옮겼다가 환기를 충분히 한 뒤 들여놓는 게 안전하다.

2024년 공개된 한가인 집 욕실, 핑크 샴푸 의자가 놓인 창가 욕조
출처: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목욕보다 다른 일이 많은 욕조라면, 창가 자리는 벤치와 선반으로

이 욕조가 목욕 말고 다른 일을 맡은 게 처음도 아니다. 2024년 가을 공개된 욕실 영상 속 창가 욕조는 이번 영상과 구성이 같다. 타원형 프리스탠딩 욕조, 바닥에서 올라온 스탠드형 수전, 그레이 대형 타일, 창 옆 벽에 붙은 블랙 패널까지 그대로다. 그때 욕조 안엔 핑크 샴푸 의자가 들어가 있었다. 한가인은 영상에서 아이 머리를 서서 감기기보다 이 욕조에 눕혀 감기고, ‘미용실 놀이’를 하듯 감겨 준다고 설명했다.

그 시절 한가인은 이 욕실의 장점으로 창을 꼽았다. 욕조에 앉으면 바깥 나무가 한눈에 들어오고, 사계절을 매일 볼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나무라고까지 말했다. 창 하나가 집에 대한 애착을 붙잡고 있는 셈이다. 욕조는 몸을 담그는 설비지만, 이 집에서 욕조가 실제로 붙잡고 있던 건 ‘창가에 머무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욕조는 설계 단계에서 가장 용도가 분명하게 정해지는 설비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욕조는 쉽게 다른 역할을 떠맡는다. 아이를 씻기는 대가 되고, 빨래를 담가 두는 통이 되고, 이 집처럼 귀뚜라미 통의 보관소가 되고, 그 옆 선반은 사육장 자리가 된다. 몸을 담그지 않는 욕조는 바닥 면적만 크게 차지하는 화이트 가구일 뿐이다.

목욕에 쓰는 일이 드물다면 창가 자리를 다시 짜 볼 만하다. 욕조를 걷어 내고 창 아래에 높이 45cm 안팎의 타일 마감 붙박이 벤치를 만들면, 앉아서 창밖을 보는 자리는 그대로 남는다. 아이를 씻길 때 걸터앉는 자리가 되고, 겨울엔 사육장을 올리는 단이 된다. 지금 블록 다리로 받친 임시 선반을 정식 가구로 바꾸는 셈이다. 다만 비용은 가볍지 않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수전의 급수관을 처리하고 배수 위치를 다시 잡고 방수층을 새로 깔아야 해서 욕실 부분 공사에 가깝다. 철거가 부담이라면 욕조 위에 걸치는 탈착식 원목 슬랫 데크로 ‘쓰지 않는 계절엔 선반’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티크처럼 물에 강한 수종을 고르면 욕실 습기에도 버틴다.

유리 샤워 부스와 그레이 타일 벽
출처: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물때와 곰팡이, 스퀴지는 쓰는 자리에 걸어 둔다

욕실의 나머지는 정석적인 습식 구성이다. 그레이 대형 타일 벽, 유리로 칸을 나눈 샤워 부스, 화이트 상판의 긴 세면대. 2026년 영상에서 한가인이 브라이언에게 물은 것도 결국 이 공간의 오래된 숙제, 유리 물때와 실리콘 곰팡이였다.

브라이언의 답은 간단했다. 샤워 스퀴지를 부스 안에 걸어 두고, 샤워가 끝나자마자 유리를 한 번 밀고 나오면 물때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생긴 물때는 식초와 주방세제를 물에 섞은 스프레이로 불려 닦고, 곰팡이는 락스를 적신 키친타월을 24시간 붙여 두었다가 닦아 낸다.

눈여겨볼 건 세제 레시피보다 도구의 위치다. 습식 공간 관리는 의지가 아니라 동선의 문제다. 스퀴지가 다용도실 선반에 있으면 아무도 꺼내지 않고, 부스 유리에 걸려 있으면 누구나 한 번씩 민다. 쓰는 자리에 도구를 두는 ‘사용 지점 수납’이 청소 습관을 만든다. 곰팡이는 결국 습기가 머무는 시간의 문제라, 〈화이트&귤빛으로 꾸몄는데 곰팡이가 핀다?〉에서 짚은 것처럼 통풍이 끊긴 자리부터 핀다.

부스 안쪽 유리에 스퀴지 훅과 짧은 수건 바를 달고, 샤워 뒤 환풍기가 30분 이상 돌도록 타이머 스위치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줄눈 곰팡이는 크게 준다. 곰팡이가 이미 짙게 번진 실리콘은 닦기보다 걷어 내고 다시 시공하는 편이 빠르다. 같은 방에 개구리가 사는 동안이라면 락스는 사육장을 밖으로 옮겨 둔 날에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게 좋다.

연정훈 서재의 우드 톤 격자 선반과 헬멧·피규어 컬렉션
출처: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연정훈의 서재, 아끼는 수집품일수록 문 달린 진열장에

이번 영상의 또 다른 주인공은 연정훈의 서재다. 벽 한 면을 우드 톤 격자 선반이 통째로 채웠고, 칸마다 여닫이 우드 도어와 화이트 수납함, 레이싱 헬멧, 건담 피규어, 자동차 모형이 번갈아 들어가 있다. 선반 맨 위에는 숫자 2와 3이 적힌 레드 장식물이 천장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 있다. 맞은편 벽은 화이트 붙박이장이고, 우드 책상 위엔 아이맥이 놓였다. 처음 이사 올 때 정리 전문 업체가 배치를 잡아 줬고, 그 뒤로는 연정훈이 직접 관리한다. 한가인은 남편이 만지지 말라고 해서 이 방엔 손을 대지 않는다고 했다.

촬영 중엔 ‘보물창고 같다’, ‘방탈출 하는 것 같다’는 말이 오갔다. 실제로 선반은 볼거리로 꽉 차 있다. 브라이언의 평가는 진열은 잘하는데 그 뒤 관리가 아쉽다는 쪽이었다. 헬멧 위엔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고, 책상 옆 콘센트는 한가인도 거기 있는 줄 몰랐다고 할 만큼 눈길이 닿지 않던 자리였다. 천장 모서리엔 거미줄까지 있었다.

열린 선반은 보여 주기엔 최고지만 먼지엔 최악이다. 진열과 보관은 다른 일인데, 정리 업체의 배치는 대개 ‘보이는 순간’을 기준으로 짜이고 ‘닦는 순간’은 계산에서 빠지기 쉽다. 천장 바로 아래 칸이 대표적이다. 사다리 없이는 닿지 않는 높이에 둔 물건은 결국 아무도 닦지 않는다.

그렇다고 ‘만지지 마’ 규칙을 탓할 일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거실과 주방은 모두의 공유지가 되고, 어른 한 사람이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방 하나 남기기도 어렵다. 이 서재가 흐트러지지 않고 버티는 건 그 경계 덕분이다. 문제는 주인만 손댈 수 있는 방이 동시에 아무도 청소하지 않는 방이 되기 쉽다는 데 있다.

그래서 처방은 선반의 ‘문’이다. 헬멧과 피규어처럼 먼지에 약하고 아끼는 물건은 유리 도어 장이나 아크릴 케이스로 옮기고, 자주 바꿔 놓는 물건만 열린 칸에 둔다. 천장 아래 맨 윗단은 진열 대신 잘 꺼내지 않는 물건을 넣는 닫힌 수납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 진열하는 개수를 줄이고 간격을 넓히면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서고, 닦을 면적도 함께 줄어든다.

서재 선반 칸에 놓인 레이싱 헬멧
출처: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헬멧이 빛나려면, 선반 칸마다 3000K 라인 조명을

조명도 이 서재의 아쉬운 지점이다. 오렌지와 골드, 틸 그래픽을 입힌 헬멧은 광택 도장이라 빛을 받아야 곡면이 산다. 그런데 영상 속 선반에는 칸마다 비추는 조명이 따로 보이지 않는다. 빛은 창과 천장에서만 들어오고, 깊은 칸 안쪽엔 그늘이 진다. 벽에 걸린 레드 말 그림과 핑크 톤 지도 작품도 따로 비추는 빛 없이 방 전체 밝기에 묻혀 있다.

조명은 전반(앰비언트)·국부(태스크)·연출(액센트) 세 겹을 겹쳐야 공간에 깊이가 생긴다. 이 방엔 전반 조명은 있지만 수집품을 위한 연출 조명이 비어 있다. 컬렉션 룸이 창고로 보이느냐 전시실로 보이느냐는 이 세 번째 겹에서 갈린다. 우드 톤 선반에는 2700~3000K 웜화이트가 어울리고, 헬멧처럼 색이 강한 물건은 연색성(CRI) 90 이상 LED를 써야 도장 색이 제대로 읽힌다. LED는 열과 자외선이 적어 도장 변색 걱정도 덜하다.

선반 앞쪽 아랫면에 알루미늄 프로파일과 확산 커버를 씌운 3000K LED 바를 칸마다 매립하고, 디머를 달아 밤엔 은은하게 낮추는 방식을 추천한다. 앞에서 말한 유리 도어 장으로 바꾼다면 내부 조명이 일체형으로 들어간 제품을 고르면 된다. 먼지를 막는 문과 수집품을 살리는 빛, 두 숙제를 한 번에 푸는 방법이다.

코브 간접조명과 원형 조각 목재 패널이 있는 한가인 집 거실
출처: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정리한 날 거실이 울린다면? 러그와 커튼이 먼저다

거실은 이 집에서 가장 두 얼굴을 가진 공간이다. 2026년 영상 속 거실은 타일 바닥에 화이트 벽, 천장 가장자리를 따라 숨긴 코브 간접조명과 레일 트랙 조명, 현관 쪽 벽의 원형 조각 목재 패널, 라탄 원형 데이베드와 낮은 블랙 TV장으로 정돈돼 있다. 하지만 한가인은 평소엔 이런 상태가 아니라고 먼저 말했고, 영상은 바닥 가득 블록 장난감이 흩어진 평소 사진을 함께 보여 줬다.

2024년 첫 공개 때도 비슷했다. 소파 뒤로 부부의 대형 인물 사진 두 점이 걸린 거실을 촬영용으로 비우는 데만 3~4주가 걸렸고, 평소엔 정글짐이 거실 끝에서 끝까지 놓여 있었다고 했다. 그날 거실을 두고는 물건이 없어 소리가 울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 울림이 핵심이다. 타일 바닥, 도장 벽, 가죽 소파처럼 단단한 마감은 소리를 튕겨 내 잔향을 길게 만든다. 치운 날 집이 울린다는 건, 평소엔 매트와 장난감과 정글짐이 흡음재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생활의 물건이 빠지는 순간 공간의 맨살이 드러난 셈이다. 잔향이 긴 방에서는 말소리가 커지고, 목소리가 커진 방은 쉽게 소란스러워진다. 아이 있는 거실이 유난히 시끄럽게 느껴진다면 아이보다 마감을 먼저 의심해 볼 만하다.

조명은 이 거실에서 잘된 부분이다. 코브 간접조명은 빛을 천장에 한 번 튕겨 눈부심 없이 천장을 떠 보이게 하고, 트랙 조명은 그림과 목재 패널에 빛을 모아 준다. 여기에 데이베드 옆에서 책을 볼 수 있는 플로어 스탠드 하나만 더하면 세 겹이 완성된다.

처방은 부드러운 면을 늘리는 것이다. 소파 폭보다 넓은 대형 러그를 깔고, 창엔 바닥까지 내려오는 패브릭 커튼을 단다. 장난감은 벽을 따라 높이 60cm 안팎의 낮은 닫힌 수납장에 넣으면 아이 손이 닿는 높이에서 스스로 꺼내고 넣을 수 있다. 치운 날과 평소의 간격이 좁아지고, 거실이 ‘촬영 모드’와 ‘생활 모드’를 오가는 데 몇 주씩 걸릴 일도 줄어든다. 이 집의 장면들이 말하는 건 결국 하나다. 방의 용도는 도면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매일 벌어지는 생활이 정한다.

Photos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Category셀럽 주택
Country대한민국
Materials그레이 대형 타일, 우드 톤 오픈 선반, 화이트 붙박이 수납장, 프리스탠딩 욕조, 유리 샤워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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