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하이 데저트, 조슈아트리 인근 파이오니어타운의 황량한 언덕 위에 흰 돔 하나가 내려앉아 있다. 멀리서 보면 착륙한 우주선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놀랍게도 설계와 시공 모두 단 한 사람의 손끝에서 나왔다.
자칭 ‘독학 디자이너 빌더’인 Anastasiya Dudik이 직접 그리고 직접 지은 158m² 규모의 이 집에는 HATA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축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 없는 그가 참고한 건 소련 시절의 브루탈리즘과, 캘리포니아가 오랫동안 품어온 미래주의적 돔 건축의 계보였다. 사막의 굴곡진 지형에서 따온 곡선이 건물 전체를 그대로 감싸면서, 오래된 것 같으면서도 낯선 인상을 동시에 풍기는 집이 완성됐다.

언덕 위, 착륙한 듯한 흰 돔
파이오니어타운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과 가까운 캘리포니아 하이 데저트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집은 마을에서도 인적이 드문 언덕 사면에 자리 잡고 있어, 진입로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존재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매끈한 흰색 스투코로 마감한 표면에 동그란 창 몇 개만 뚫려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이것이 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주변에 나무나 담장 하나 없이 벌거벗은 사막 지형 위에 그대로 놓인 형태라, 이 집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의 낯섦은 사진보다 훨씬 강렬하다.

브루탈리즘과 미래주의 돔 사이
Dudik은 이 프로젝트를 ‘퓨처 프리미티브(future primitive)’라는 말로 설명한다. 유년 시절 마주했던 소련식 브루탈리즘 건축의 육중한 콘크리트 매스와, 캘리포니아가 오랫동안 이어온 돔 형태 실험 건축의 계보를 동시에 끌어온 결과다. 오래된 것과 미래적인 것, 원시적인 것과 첨단인 것처럼 서로 안 어울릴 법한 요소들을 한 형태 안에 욱여넣었는데도 결과물은 의외로 자연스럽다. 사막의 완만한 능선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곡면이 이 낯선 조합에 설득력을 더한다.

6인치 콘크리트 셸이 전부다
이 집에는 지붕과 벽의 구분이 없다. 두께 약 15cm의 콘크리트 셸 하나가 통짜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고, 그 위에 단열재를 덧대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기둥이나 보 같은 별도의 구조 부재 없이 곡면 자체가 힘을 받는 구조라, 내부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조가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창은 필요한 자리에 원형으로 뚫어 넣었을 뿐인데, 이 단순한 개구부 처리가 오히려 돔 전체의 조형성을 해치지 않고 살려준다.

둥근 창으로 들어오는 사막의 빛
다이닝 공간 한쪽 벽에 낸 커다란 원형 창은 이 집에서 가장 그림 같은 자리다. 창밖으로 사막 관목과 능선이 그대로 걸리면서, 식탁에 앉으면 액자 속 풍경을 마주하는 듯한 구도가 만들어진다. 시간대에 따라 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각도가 달라지는데, 해 질 무렵에는 빛이 거의 수평으로 들어와 둥근 벽면 전체를 물들인다. 가구는 가죽과 금속 프레임으로 절제해, 곡면이 많은 벽과 부딪히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바닥을 파고 들어간 거실
거실은 바닥을 한 단 낮춰 만든 선큰 리빙룸이다. 둥글게 짠 붙박이 소파가 이 공간을 감싸고, 한가운데 놓인 낮은 테이블이 자연스레 사람들을 모으는 중심점이 된다. 천장 꼭대기에는 타원형 천창이 뚫려 있어, 낮에는 하늘이 그대로 조명 역할을 한다. 거친 회벽으로 마감한 벽면과 부드러운 패브릭 소파가 대비를 이루면서, 이 방 하나에 오래된 듯하면서도 낯선 이 집의 정체성이 압축돼 있다.

손으로 짠 목공과 스테인리스 아일랜드
주방은 곡선을 그대로 따라간 목재 수납장으로 벽 한 면을 채웠다. 그 앞에 놓인 스테인리스 아일랜드는 차갑고 반듯한 인상으로 목재의 온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벽을 따라가는 수납장의 곡률이 돔의 내부 곡면과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가구가 나중에 끼워 넣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 벽을 위해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화병에 꽂힌 선인장 화분 하나가 사막이라는 배경을 실내로 슬쩍 들여놓는다.

동굴처럼 감싸는 침실
침실 벽은 거칠게 흙손질한 회벽으로 마감해, 매끈한 외관과는 전혀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스테인리스로 짠 헤드보드가 침대 뒤에서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며 차가운 금속과 부드러운 리넨 침구 사이에 미묘한 긴장을 만든다. 창을 최소화한 덕분에 낮에도 이 방만큼은 동굴 속에 들어온 듯 어둑하고 아늑하다. 외부의 미래적인 인상과 달리, 침실만큼은 철저하게 원시적이고 보호받는 느낌을 지향한 듯하다.

돌을 깎아 만든 세면대
욕실 세면대는 원통형 돌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 매끈한 콘크리트나 도기 대신 이런 원석 질감을 선택한 것도 이 집이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원시적 태도의 연장이다. 벽은 침실과 마찬가지로 거친 회벽 마감이고, 조명은 최소한으로 남겨 그림자가 넉넉하게 남도록 했다. 돌 접시에 놓인 비누나 리넨 수건 같은 자잘한 디테일까지도 이 집 전체의 질감 어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돔 밖에는 수영장과 파이어핏
돔 바깥 테라스에는 원형 수영장과 스파, 그리고 돌을 깎아 만든 파이어핏이 자리한다. 해 질 무렵이면 사막의 노을이 흰 돔 표면에 그대로 반사되면서, 낮 동안 무채색이던 건물이 붉고 노란 빛으로 물든다. 곡선으로 이어진 벤치는 별도의 담장 없이도 이 야외 공간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그어준다. 건축을 정식으로 배운 적 없는 한 사람이 손으로 지어 올린 이 집은, 오래된 것 같으면서도 낯설다는 처음의 의도를 마당 끝까지 놓치지 않고 완성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