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레스토랑 디자인상 받은 한국인 건축가의 런던 한식당, Soom

런던 웨스트엔드 St Martin’s Lane에 자리한 한식당 Soom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건축가가 디자인한 레스토랑이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일하는 건축가 김진의 Rubrics Concepts가 기획부터 시공까지 맡았고, 개점 이듬해 Restaurant & Bar Design Awards 2026에서 유럽 지역 Standalone 부문 위너(Category Winner)로 선정됐다.

블랙 앤 골드로 칠한 옛 상점 정면을 밀고 들어가면 한옥 지붕을 풀어 만든 조명, 자개 산수, 벽에 걸린 커다란 달, 나무로 깎은 산맥이 차례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한옥을 통째로 옮겨 온 민속촌은 아니다. 런던 거리의 아치 창을 실내로 끌어들여 서울의 기억과 겹쳐 놓았다. 가게 이름이 ‘숨’이다. 고기 굽는 소리와 수다로 시끌벅적한 한식 바비큐 레스토랑 안에, 한 번씩 숨을 고르게 하는 장면을 곳곳에 심어 둔 공간이다.

블랙과 골드 장식 위에 원형 Soom 간판을 단 런던 한식당 파사드
© Tom Willcocks

극장가의 블랙 파사드, 간판에는 한글 ‘숨’ 한 글자

St Martin’s Lane은 London Coliseum을 비롯한 극장들이 줄지어 선 웨스트엔드의 공연 거리다. Soom 자리는 원래 Theatre Cafe가 있던 곳이고, Canary Wharf에서 한식당 3KOBROS를 운영하는 팀이 2025년 가을 두 번째 가게로 문을 열었다.

정면부터 보자. 적벽돌과 크림 톤 석재 띠를 두른 건물 1층에 블랙 바탕의 상점 정면이 붙어 있다. 소용돌이 장식을 단 콘솔 기둥, 골드로 칠한 아칸서스 잎 장식, 아치형 유리창까지, 빅토리아·에드워드 시대 런던 상점과 펍이 즐겨 쓰던 문법이 그대로 살아 있다. 설계팀은 이 장식을 걷어내지 않았다. 대신 철제 브래킷에 둥근 간판을 매달고, 거기에 붓으로 쓴 듯한 한글 ‘숨’과 영문 SOOM을 나란히 새겼다.

이 선택이 꽤 영리하다. 거리에서 보면 Soom은 런던 극장가의 오래된 가게 중 하나처럼 풍경에 섞인다. 한국적인 장치는 전부 문 안쪽에 아껴 뒀다. 밖은 런던, 안은 서울이라는 대비가 첫 장면부터 짜여 있는 셈이다.

빅토리아 시대 벽돌 건물이 늘어선 St Martin's Lane 일대 거리 풍경
St Martin’s Lane 일대 거리 풍경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건축가 김진과 Rubrics

이 프로젝트를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설계자에 있다. 한국 문화를 다룬 해외 레스토랑은 많지만, 대개는 현지 디자이너가 바깥에서 본 ‘동양풍’을 입힌다. Soom은 런던에서 공부하고 런던에서 일하는 한국인 건축가가 직접 그렸다.

김진은 Rubrics Architects의 대표 건축가다. 런던 AA School(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이후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Land Economy 석사(MPhil)를 받았다. 런던과 서울에 거점을 둔 Rubrics는 건축(Architects), 고급 주거(Home), 호스피탈리티(Concepts), 부동산 개발(Projects)로 스튜디오를 나눠 운영하고, 그중 Rubrics Concepts가 레스토랑·카페 같은 상업 공간의 설계와 인허가, 시공, 공간 브랜딩까지 한 번에 맡는다. Soom 역시 레스토랑 자체 팀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했다.

Rubrics Concepts의 작업 목록을 훑어보면 Babsang, Olle Battersea 같은 한식 레스토랑이 여럿 들어 있다. 런던에서 한식 공간을 꾸준히 다뤄 온 사무소라는 뜻이다. 앞서 소개한 〈공장 동네에 일본을 들인 런던 호텔, Aethos Shoreditch〉가 런던 한복판에 일본의 감각을 얹은 경우라면, Soom은 한국인 설계자가 한국의 식사 문화를 안쪽에서부터 번역한 경우다. 한식이 런던에서 더 이상 별미가 아니라 일상 외식이 된 지금, 그다음 단계는 결국 공간의 해상도라는 걸 보여 준다.

한옥 지붕 구조를 해체해 만든 조명 아래 놓인 Soom 입구 공동 테이블
© Matt Clayton

공동 테이블 위에 한옥 지붕을 풀어 매달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열두 명이 함께 둘러앉는 공동 테이블이다. 끝이 둥근 긴 석재 상판 가운데에 화이트 자갈을 길게 깔고, 그 양옆으로 그릴을 박았다. 모르는 사람과 한 테이블에 앉되 자갈 띠가 자연스러운 경계를 만들어 준다. 함께 먹되 각자의 자리는 지키는 한국식 식탁의 거리감을 테이블 하나로 풀어낸 셈이다.

설계팀은 한국 바비큐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문화지만, 테이블 한가운데 불판을 두고 둘러앉는 지금의 방식은 1950년대 이후에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Soom이 런던에 옮겨 온 건 메뉴가 아니라 ‘둘러앉는 풍경’이다.

테이블 위에는 한옥 지붕 구조를 해체해 다시 조립한 조명 설치물이 떠 있다. 서까래처럼 방사형으로 뻗은 목재 살과 처마처럼 겹친 테두리가 층층이 쌓이고, 그 아래 타원형 LED 링 두 겹이 테이블을 비춘다. 흥미로운 건 링 안쪽에 블랙 원통형 배기 후드가 일렬로 숨어 있다는 점이다. 고깃집의 필수품인 후드를 감추지 않고 지붕 조형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앞서 소개한 〈처마 곡선을 겹겹이 엮은 쑤저우 미술관, Suzhou MoCA〉가 전통 지붕을 건물 크기로 다시 썼다면, 여기서는 지붕이 조명 한 점 크기로 줄어 식탁 위에 내려앉았다.

자개 산수 패널과 월넛 선반, 한지로 감싼 백라이트 바 카운터
© Matt Clayton

자개와 한지, 청자 — 한식당 인테리어의 공예를 바에 모으다

공동 테이블 옆 바는 한국 공예를 모아 둔 진열장 같다. 백바 한가운데에 자개로 산수를 새긴 대형 패널을 걸고, 그 둘레를 월넛 격자 선반으로 감쌌다. 양옆 니치에는 은은하게 불을 넣고 고려청자 풍의 화병을 하나씩 세웠다.

자개는 전복이나 조개 껍데기를 얇게 갈아 옻칠한 바탕에 박아 넣는 나전 기법의 재료다. 고려시대에 이미 정점에 올랐던 한국 공예의 대표 선수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이 무지개처럼 일렁인다. Soom은 이 반짝임을 조명 받는 벽면 한 장으로 압축했다. 한쪽 벽면에 절제해서 썼다는 설계팀의 설명처럼, 공간 전체를 자개로 도배하지 않은 덕에 오히려 눈이 먼저 간다.

카운터 전면은 한지로 감싸고 안쪽에서 빛을 넣었다. 한지는 닥나무 섬유로 만든 종이라 빛을 고르게 퍼뜨리면서 부드럽게 통과시킨다. 창호지 문을 떠올리면 된다. 반짝이는 자개, 무광의 한지, 따뜻한 월넛이 한 벽 안에서 질감을 주고받는 구성이다. 집에 옮겨 보고 싶다면 월넛 같은 짙은 목재 수납장 한 칸에 한지 조명이나 창호지 패널을 더하고, 자개 소품은 딱 한 점만 포인트로 두는 정도가 적당하다.

달 모티프 원판 아래 곡면 부스로 둘러싼 한식 바비큐 테이블
© Matt Clayton

달일까 징일까, 벽에 걸린 2m 원판

바 맞은편 벽에는 지름 2m 안팎의 원판이 걸려 있다. 설계팀은 이것을 고요한 정서를 담은 ‘대형 달’이라고 부르고, 레스토랑은 한국 전통 타악기 징(Jing)이라고 소개한다. 금박이 군데군데 박힌 표면 뒤로 간접조명이 번져 나와 원판 둘레에 은은한 후광이 생긴다. 보름달로 보면 정적이고, 징으로 보면 막 울리고 난 직후의 여운 같다. 해석이 둘로 갈리는 것 자체가 이 오브제의 재미다.

원판 아래로는 끝단을 물결처럼 오려 낸 그레이 커튼이 벽을 덮고, 그 앞에 등받이가 높은 곡면 부스를 둥글게 돌렸다. 설계팀은 공간 전체를 곡선과 흐름으로 짰다고 말하는데, 모이는 행위가 원래 둥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곡면 부스는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 등 뒤와 양옆을 감싸 주는 자리는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서 대화가 길어지고,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오래 머문다. 고기를 구워 가며 천천히 먹는 한식 바비큐에 잘 맞는 배치다.

선형 LED를 심은 목재 아치가 St Martin's Lane 창까지 이어지는 Soom 내부
© Matt Clayton

런던의 창이 서울의 아치가 됐다 — 이 형태는 어디서 왔나

Soom 1층의 척추는 목재 아치의 행렬이다. 진한 목재로 깎은 아치가 일정한 간격으로 겹쳐 서서 바에서 안쪽 다이닝까지 하나의 축을 만들고, 축 끝에서 돌아보면 St Martin’s Lane 쪽 아치형 유리창이 정확히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설계팀은 이 아치를 인근 St Martin’s Lane의 창 구조에서 따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Soom의 정면 유리창부터가 아치형이다. 거리의 창 모양을 실내 구조물로 반복해 런던과 서울을 은유적으로 잇겠다는 생각이다.

아치는 서양 건축사의 가장 오래된 단어 중 하나다. 돌을 쐐기 모양으로 쌓아 하중을 양옆으로 흘려보내는 이 구조는 로마 시대에 수로와 개선문으로 꽃폈고, 수백 년 뒤 빅토리아 시대 런던 상점가의 창과 출입구에서도 단골 모티프로 쓰였다. 그런데 아치는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돌을 무지개처럼 둥글게 쌓은 문을 한국에서는 홍예라고 부르고, 수원 화성의 화홍문이 대표적이다. 런던 사람에게는 거리의 창으로, 한국 사람에게는 홍예로 읽히는 형태. 두 도시를 잇는 매개로 아치를 고른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런 접근은 건축사에서 비판적 지역주의라고 부르는 흐름과 결이 닮았다. 1980년대 건축 비평가 케네스 프램튼이 정리한 개념으로, 전통 양식을 그대로 복제하지도, 지역성을 지운 국제주의를 따르지도 않고, 장소의 기억을 추상화해 현대 언어로 다시 쓰는 태도를 말한다. Soom에는 기와지붕도 단청도 없다. 대신 지붕의 구조, 공예의 재료, 산과 달의 윤곽만 남겨 현대적인 다이닝 공간에 녹였다. 이 계보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대칭으로 겹쳐 선 목재 아치와 양옆 부스석
© Matt Clayton

아치에 선 하나씩 그은 조명, 집에서도 따라 할 수 있다

아치 안쪽 면을 따라 선형 LED를 한 줄씩 매립했다. 광원은 아치의 테두리를 그리는 데만 쓰이고, 빛은 바닥과 아치 안쪽 면으로 떨어진다. 빛은 따뜻한 톤으로 보이고, 노출 덕트와 천장은 블랙으로 칠해 어둠 속으로 지워 버렸다. 그 결과 천장 높이는 사라지고 빛나는 아치 곡선만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치 안 니치석에는 등받이 쪽 곡면 벽을 비추는 간접조명이 따로 들어가 있다.

조명 설계의 기본은 전반(앰비언트)·국부(태스크)·연출(액센트) 세 겹을 겹쳐 까는 것이다. Soom의 아치 LED는 연출 조명이면서 동시에 동선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까지 한다. 손님은 빛나는 아치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테이블 위는 국부 조명으로 고기와 상차림을 비추고, 공간 전체의 전반 조도는 낮게 눌렀다. 짙은 목재와 블랙 천장은 빛을 먹기 때문에 같은 밝기라도 훨씬 어둡게 읽히는데, Soom은 이 성질을 역으로 써서 극장 같은 몰입감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2700~3000K대 웜톤은 휴식과 식사에, 4000K 이상의 주백색은 작업과 각성에 맞는다고 본다.

집이나 작은 가게에 옮기기 좋은 아이디어다. 아치형 개구부나 문틀, 붙박이장 측면 안쪽에 홈을 파고 디퓨저 커버를 씌운 알루미늄 채널 LED를 넣으면 같은 효과가 난다. 광원이 눈에 직접 보이지 않도록 홈을 충분히 깊게 파는 것이 핵심이고, 색온도는 2700K 전후, 디머를 함께 달아 저녁 시간대에는 밝기를 낮추면 된다. 복도처럼 걸어가는 축이 있다면 그 축을 따라 라인 조명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훨씬 깊어 보인다.

목재 루버 뒤로 산맥 능선과 달을 간접조명으로 띄운 1층 후면 다이닝
© Matt Clayton

1층 안쪽은 산맥이 감싼다, 앞은 활기 뒤는 고요

아치 행렬을 지나 1층 가장 안쪽에 닿으면 분위기가 한 톤 가라앉는다. 한쪽 벽을 세로 목재 루버로 막고, 그 뒤에 한국의 산맥(Sanmaek) 능선을 몇 겹으로 깎아 겹쳐 세웠다. 능선 윗면마다 간접조명을 숨겨서, 산이 겹칠수록 실루엣이 또렷해진다. 그 위로 둥근 달 하나가 떠 있다. 겹겹의 능선이 수묵화의 원경처럼 뒤로 물러난다.

평면으로 보면 Soom 1층의 조닝은 꽤 명확하다. 거리와 맞닿은 앞쪽에 공동 테이블과 바를 둬서 가장 활기찬 장면을 창밖에 보여 주고, 가운데는 아치로 쪼갠 니치석으로 소규모 그룹을 받고, 가장 깊은 뒤쪽은 산맥 벽으로 감싼 차분한 구역으로 남겼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개방에서 아늑함으로, 소란에서 고요로 공기가 바뀐다.

대문에서 사랑채를 지나 안채로 갈수록 사적인 공간이 깊어지는 한옥의 구성과도 닮았다. 같은 층 안에서 퍼블릭과 세미 프라이빗의 위계를 걸음 수로 나눈 셈이라, 둘이 조용히 오는 손님은 안쪽으로, 여럿이 떠들썩하게 오는 손님은 앞쪽으로 자리가 갈리기 쉽다.

수묵 산수 패널을 백라이트로 밝힌 지하 프라이빗 다이닝룸
© Matt Clayton

지하 첫 방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

계단을 내려가면 가장 먼저 프라이빗 다이닝룸이 나온다. 설계팀은 이 방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Land of the Morning Calm)’라는 표현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19세기 말 서양에서 조선을 부르던 별칭으로 굳어진 말이다.

방은 U자로 테이블을 품는 구조다. 벽 위쪽을 수묵 산수화 패널로 한 바퀴 두르고 패널 뒤에서 빛을 넣어, 벽 전체가 거대한 등처럼 은은하게 빛난다. 아래쪽 벽은 거친 질감의 그레이 미장으로 눌러서 산수 띠가 더 떠 보인다. 테이블 위에는 브라스 원통 펜던트가 내려오고, 그 끝에 달린 둥근 링 조명이 산수화 속 달처럼 걸린다.

이 방은 벽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조명처럼 작동한다. 빛나는 면이 눈높이보다 살짝 위에 있어서 얼굴에 그늘이 덜 지고, 직접 광원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눈이 편하다. 소규모 모임이나 기념일 식사처럼 대화가 주인공인 자리에 맞춘 처방이다. 위층의 시끌벅적함과 완전히 다른 온도가 계단 하나로 갈린다.

메시 조형물과 바닥 라인 조명이 이끄는 지하 전이 복도
© Matt Clayton

어두운 복도 하나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법

프라이빗 룸을 지나 메인 다이닝으로 가는 길에는 짧고 어두운 복도가 끼어 있다. 벽은 블랙으로 칠하고 바닥 모서리를 따라 라인 조명만 흘렸다. 천장에는 구겨진 금속 메시로 만든 듯한 조형물이 구름이나 연기처럼 매달려 있고, 복도 끝 아치형 개구부 너머로 밝은 다이닝 홀이 살짝 보인다.

설계팀은 이 복도를 메인 공간에 이르기 전 긴장감과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전이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건축에서 오래 써 온 수법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낮고 좁은 현관을 지나 높고 넓은 거실로 터지게 하는 ‘압축과 해방’을 즐겨 썼다. 좁고 어두운 곳을 먼저 통과하게 하면, 다음에 열리는 공간이 실제보다 더 넓고 환하게 느껴진다.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지만 이 복도가 지하라는 조건을 바꿔 놓는다. 창 없는 지하 홀로 ‘내려가는’ 느낌 대신, 어둠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험이 된다. 작은 가게에서도 입구와 홀 사이에 조도를 확 낮춘 짧은 구간을 두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물결 텍스처 천장과 대형 자개 병풍을 둔 Soom 지하 메인 다이닝
© Matt Clayton

창 없는 지하 메인 다이닝, 천장에 물결을 띄우다

복도 끝에서 열리는 지하 메인 다이닝은 가장 큰 방이다. 벽과 바닥을 비슷한 톤의 미장과 석재 질감으로 이어 붙여 경계를 흐렸고, 천장에는 잔잔한 물결을 떠올리게 하는 금속 텍스처를 깔았다. 천장 테두리를 따라 숨긴 간접조명이 물결 표면을 스치면서 빛이 일렁인다.

지하에는 창이 없다. 그래서 천장을 수면처럼 만든 선택이 중요하다. 고개를 들면 하늘 대신 물 밑에서 올려다본 수면 같은 빛이 있고, 그 덕에 지하 특유의 답답함이 한결 덜하다. 정면 벽에는 학과 누각, 소나무를 새긴 대형 자개 병풍이 서 있다. 1층의 자개 패널과 짝을 이루며 위아래 층을 한 이야기로 묶는다.

설계팀은 이 방에 절제된 목재 디테일만 더해 직접적인 전통 표현 없이 한국적 따뜻함을 스며들게 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원목 프레임 의자에 코냑 브라운 가죽 좌석, 석재 상판 원형 테이블 정도로 재료를 줄였다. 화장실까지 대리석 세면대에 월넛 하부장과 플루티드 목재 벽을 짜 넣어 마감의 톤을 끝까지 맞췄다.

갈비탕과 김치볶음밥, 보쌈, 만두를 차린 Soom 한식 상차림
© Soom

런던 한식당의 불판은 테이블 속에 숨었다

공간이 이렇게 정돈돼 보이는 데는 숨은 장치가 하나 있다. Soom의 석재 테이블에는 전기 그릴이 매립돼 있다. 숯불을 들고 오가는 동선도, 테이블 위로 툭 튀어나온 불판도 없으니 상판이 매끈하게 유지되고, 조명과 재료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굽기 전의 테이블은 그냥 잘 만든 석재 식탁이다.

메뉴는 소고기·돼지고기 플래터를 중심으로 셰프가 내는 요리와 소주, 한국식 칵테일을 곁들이는 구성이다.

고기를 굽는 일은 결국 같은 불판 앞에서 시간을 함께 쓰는 일이다. Soom은 그 오래된 습관을 런던 한복판에 옮기면서 무대를 새로 짰다. 한옥 지붕 아래 둘러앉고, 아치를 따라 걸어 들어가고, 산맥과 달 앞에서 숨을 고른다. 영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건축가가 런던 사람들에게 한식을 먹는 방식까지 함께 설계한 레스토랑이다.

ArchitectsRubrics Concepts (Rubrics Architects, 대표 건축가 김진)
DesignerSOOM In-house Team (협업)
PhotosMatt Clayton, Tom Willcocks, Soom
ContractorRubrics Concepts
Category레스토랑
Country영국
Materials자개, 한지, 월넛, 석재 상판, 대리석
Location99 St Martin's Lane, London
Year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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