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학 건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한 채를 꼽으라면 답은 거의 정해져 있다.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NTU) 캠퍼스에 선 Learning Hub, 학생들은 The Hive라 부르고 관광객은 ‘딤섬 빌딩’이라 부르는 건물이다. 찜기를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타워 12개가 가운데 빈 마당을 감싸고 있는데, 이 건물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생김새보다 평면에 있다. 복도가 없다. 강의실에는 모서리도 없다.
2015년 완공이니 올해로 꼭 10년을 넘겼다. 그 사이 ‘복도 없는 학교’는 세계 여러 캠퍼스의 공식처럼 번졌고, 정작 원조인 이 건물에는 2026년 3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UOB Innovation Hub가 들어섰다. 개관 소식으로 소비하고 지나가기엔 아까운 건물이다. 10년을 쓴 지금 이 형태가 무엇을 바꿨고 무엇을 남겼는지 다시 들여다본다.

딤섬 찜기를 쌓은 대학 건물, 별명부터 붙었다
처음 보면 다들 웃는다. 아래가 좁고 위로 갈수록 불룩해지는 원통형 타워가 열두 개, 가로줄무늬 콘크리트를 두르고 꼭대기마다 나무를 이고 서 있다. 대나무 찜기를 엎어 쌓은 모양이라 ‘딤섬 바구니’라는 별명이 금방 붙었고, 벌집처럼 방이 모였다고 해서 The Hive라는 이름도 따라붙었다. 설계는 영국의 Heatherwick Studio(헤더윅 스튜디오), 이 스튜디오가 아시아에서 처음 완성한 대형 신축 건물이다.
높이는 8층, 약 38m. 연면적은 약 14,000m²로 대학 강의동치고 아주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런데도 캠퍼스 사진에서 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는 건 이 건물이 ‘강의동은 박스’라는 오래된 공식을 처음부터 거부했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착공해 2015년 3월 완공했고, 공사비는 약 4,500만 싱가포르달러다.
Thomas Heatherwick(토마스 헤더윅)이 내세운 논리는 단순하다. 정보는 이제 어디서나 얻을 수 있으니, 캠퍼스에서 가장 귀한 자원은 사람끼리 마주치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사회적 공간’이라는 것. 이 문장 하나가 평면과 단면, 외피까지 거의 모든 결정을 끌고 간다.

타워 12개가 마당 하나를 감싸는 배치
위에서 보면 구조가 한눈에 읽힌다. 타워 열두 채가 꽃잎처럼 원을 그리며 서 있고, 그 가운데가 지붕 없이 하늘로 열린 아트리움이다. 각 타워에는 타원형 강의실이 여러 층에 걸쳐 쌓이고, 타워와 타워 사이 틈에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코어, 발코니가 끼어 있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작은 탑들의 마을처럼 보이는 이유다.
타워는 밑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기울어진 콘크리트 기둥 61개가 이 하부를 받치고, 덕분에 지상층은 벽에 막히지 않고 사방으로 열린다. 학생은 어느 방향에서 걸어와도 타워 사이 틈을 지나 곧장 아트리움에 닿는다. 정문과 뒷문의 구분이 흐릿한 건물인 셈이다.
이 배치에는 스케일에 대한 판단도 숨어 있다. 같은 연면적을 커다란 박스 하나로 지었다면 8층짜리 덩치 큰 강의동이 됐을 것이다. 열두 개로 쪼개니 한 타워의 지름은 강의실 한 칸 정도로 줄고, 사람 눈높이에서 건물이 훨씬 만만하게 다가온다. 스튜디오가 ‘휴먼 스케일’을 거듭 말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복도 없는 대학 건물, 이동 면적을 마주침의 무대로
일반적인 강의동을 떠올려 보자. 긴 복도 양옆으로 문 닫힌 강의실이 줄지어 있고, 복도는 수업과 수업 사이 이동에만 쓰인다. 건축에서는 이런 면적을 서비스 면적이라 부르는데, 연면적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지나가기만 하는 땅’이다. Heatherwick Studio가 이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꺼내 드는 사진도 바로 이런 끝없는 복도다.
Learning Hub는 복도를 아예 지웠다. 강의실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아트리움을 내려다보는 발코니다. 발코니는 위층으로 갈수록 넓어지고, 곳곳에 정해진 용도 없는 구석과 정원 발코니가 끼어 있다.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10분이 복도 벽을 보고 서 있는 시간이 아니라 건너편 층의 친구, 아래층 교수와 눈이 마주치는 시간이 된다.
동선 설계로 읽으면 ‘흐름’과 ‘머묾’을 한 공간에 겹친 셈이다. 이동 경로가 곧 라운지가 되니 서비스 면적과 사용 면적의 경계가 흐려진다. 아트리움 1층에 놓인 테이블과 벤치는 이 연출의 맨 아래층이다. 위층 발코니 어디서든 그 바닥이 보이니, 건물 전체가 서로를 구경하는 객석처럼 작동한다.
이 발상은 이후 여러 캠퍼스로 퍼졌다. 앞서 소개한 〈복도를 버린 뉴욕 의대, Vagelos Education Center〉가 계단과 라운지를 수직으로 쌓아 같은 질문에 답한 사례다. 지금은 ‘러닝 허브’, ‘러닝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공용 공간이 대학 신축 설계 공모의 단골 요구 조건이 됐다.

모서리 없는 강의실 56개, 교수가 설 ‘앞’이 사라졌다
강의실은 모두 56개, 하나같이 둥근 타원형이다. 모서리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변화다. 네모난 교실에는 칠판이 걸리는 ‘앞’이 있고, 앞이 있으면 자연히 뒷자리도 생긴다. 뒷자리는 수업에서 슬쩍 빠져 있고 싶은 학생의 은신처다. 모서리를 지우면 그 은신처가 함께 사라진다.
방 안에는 둥근 테이블 여러 개가 흩어져 놓인다. 교수는 칠판 앞에 서는 강연자가 아니라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는 진행자가 된다. 스튜디오가 처음 받은 과제부터가 ‘튜터가 강의자보다 촉진자 역할을 하는 디지털 시대의 학습 공간’이었다. 미리 영상으로 강의를 보고 와서 교실에서는 토론과 문제 풀이를 하는 이른바 플립 러닝을 위한 방이다.
건축사로 보면 낯선 생각은 아니다. 1930년대 미국 Phillips Exeter Academy가 도입한 하크니스 테이블이 원조 격이다. 열두 명 남짓이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 하나에 둘러앉아 수업하는 방식인데, 상석이 없는 테이블 모양이 곧 교육 철학이었다. Learning Hub는 그 테이블을 방 크기로 키웠다고 보면 된다. 가구를 바꾸는 대신 방의 기하학을 바꿔, 다음 해 교수가 책상을 다시 일렬로 돌려놓을 여지까지 줄여 버렸다.
다만 둥근 방에는 대가가 따른다. 벽에 붙일 가구는 맞춤으로 짜야 하고, 프로젝터 화면처럼 ‘정면’을 요구하는 장비는 자리를 잡기 어렵다. 곡면 벽은 소리를 한쪽으로 모으는 성질이 있어 흡음 처리가 부실하면 테이블 여러 개의 대화가 뒤엉키기 쉽다. 이 방이 다른 용도로 바뀔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뒤에서 다시 본다.

이 형태는 어디서 왔나, 아트리움과 클러스터의 계보
건물 가운데를 비우고 방들이 그 빈 곳을 바라보게 하는 아트리움은 아주 오래된 유형이다. 고대 로마 주택의 아트리움은 지붕 가운데를 뚫어 빛과 빗물을 받던 중정이었고, 19세기에는 유리 지붕을 덮은 백화점과 아케이드가 이 형식을 상업 공간으로 끌어왔다. 1967년 John Portman(존 포트만)의 Hyatt Regency Atlanta는 객실 복도를 아트리움 쪽 발코니로 돌려 호텔 로비를 거대한 극장으로 만들었다. 복도를 발코니로 바꾸면 이동이 구경거리가 된다는 걸 보여 준 건물이다.
학교 쪽 계보에서는 네덜란드 건축가 Herman Hertzberger(헤르만 헤르츠버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작은 단위 공간을 여러 개 모아 큰 건물을 짓는 구조주의 건축을 이끌었고, 1980~83년 암스테르담에 지은 Apollo Schools에서는 교실들을 중앙 홀 둘레에 모으고, 복도와 계단을 공부하고 마주치는 공간으로 넓혀 썼다. 훗날 ‘복도에서 러닝 스트리트로’라고 불리게 되는 흐름의 출발점이다. 작은 방들의 군집,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연한 만남이라는 Learning Hub의 문법은 이 흐름에 꽤 가깝게 읽힌다.
Louis Kahn(루이스 칸)이 말한 ‘서브드 스페이스’와 ‘서번트 스페이스’의 구분도 이 평면에서 또렷하다. 강의실이라는 주인공 공간은 원통 타워 안에, 계단과 엘리베이터, 설비 같은 조연은 타워 사이 틈에 몰아넣었다. 사진 속 타워 사이에 끼어 있는 각진 코어가 바로 그 조연이다. 주인공과 조연을 확실히 갈라 놓으니 주인공인 타워의 형태가 더 순수하게 남는다.
형태 어휘로 보면 Heatherwick Studio다운 작업이다. 이 스튜디오는 건물을 조각처럼 다루고, 재료에 손맛을 남기는 쪽을 일관되게 고집해 왔다. 뉴욕의 Vessel이 계단만으로 만든 벌집이었다면, 이 건물은 그보다 4년 앞서 같은 벌집 이미지를 강의실로 채운 셈이다. 밋밋한 건물이 사람의 웰빙을 해친다며 스튜디오가 벌여 온 캠페인 이야기는 〈Heatherwick, 밋밋한 건물과 싸운다〉에 자세하다.

노출콘크리트를 손으로 빚은 점토처럼
스튜디오는 철근콘크리트를 ‘손으로 빚은 점토’처럼 다루고 싶어 했다. 외피의 곡면 콘크리트 패널에는 불규칙한 수평 줄무늬가 지나가는데, 길이와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실리콘 거푸집 10개로 찍어낸 것이다. 거푸집 몇 개를 바꿔 끼우며 조합하니 같은 패턴이 반복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수공예 같은 표면이 산업 공정으로 나온다.
공사 사진을 보면 미리 찍어낸 곡면 패널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타워에 거는 방식이다. 곡면 거푸집은 평면 거푸집보다 몇 배 손이 많이 가는데, 거푸집 수를 10개로 묶고 조합으로 다양성을 만든 게 비용을 잡은 요령이라 할 수 있다. 맞춤 곡면 외피를 꿈꾸는 국내 프로젝트라면 눈여겨볼 지점이다.
노출콘크리트를 거칠게 드러내던 1950~70년대 브루탈리즘과 재료는 같지만 태도는 정반대다. 브루탈리즘이 콘크리트의 무게와 위압감을 그대로 내보였다면, 여기서는 따뜻한 베이지 톤과 결을 입혀 만지고 싶은 재료로 바꿨다. 10년 사이 열대의 비와 습기를 맞은 외피는 2026년 사진에서 개관 직후보다 한층 그레이 쪽으로 읽힌다. 저녁 빛의 영향도 있겠지만, 줄무늬 결이 깊은 표면은 얼룩을 패턴 속에 숨겨 주는 덕에 매끈한 콘크리트보다 나이 드는 모습이 한결 너그럽다.

계단 벽에 새긴 드로잉 700점
타워 사이 계단과 엘리베이터 코어 벽은 그냥 두지 않았다. 일러스트레이터 Sara Fanelli(사라 파넬리)와 협업해 과학·예술·문학에서 가져온 드로잉 700점을 콘크리트 벽면에 양각으로 새겼다. 동물과 사물, 글자 조각 같은 이미지가 겹겹이 엉켜 벽 전체가 거대한 낙서장처럼 보인다.
작업 방식도 흥미롭다. 드로잉을 그대로 붙인 게 아니라 전문 제작사와 함께 거푸집 자체에 문양을 새겨 넣었고, 색과 질감이 든 콘크리트 패널로 떠냈다. 레드 톤의 거푸집 패널이 공사장에 늘어선 사진을 보면 이 벽이 인쇄물이 아니라 주조물이라는 게 실감 난다.
계단은 건물에서 가장 지루해지기 쉬운 공간이다. 여기에 한 층 오를 때마다 새로 읽을 거리를 깔아 둔 셈이니,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고르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학생 입장에선 시험 기간에 계단을 오르내리며 벽에서 엉뚱한 그림을 하나씩 찾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이다.

에어컨 없는 아트리움, 열대에서 버티는 법
싱가포르는 1년 내내 덥고 습하다. 이 기후에서 건물 한가운데를 통째로 비운다는 건 대담한 결정이다. Learning Hub의 아트리움과 발코니는 냉방하지 않는 반외부 공간으로, 지붕 없이 하늘로 열려 있고 지상층 사방이 뚫려 있어 바람이 아래에서 위로 빠져나간다.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오르는 굴뚝 효과를 그대로 이용하는 구조다.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타워 모양도 여기서 제 몫을 한다. 위층이 아래층에 그늘을 드리우니 발코니와 지상층에 직사광선이 덜 든다. 타워 꼭대기와 틈새에는 나무와 덩굴을 심어 열을 식히고, 강의실은 소음 큰 팬 대신 조용한 대류 방식으로 냉방한다. 그 결과 싱가포르 건축청(BCA)의 친환경 인증 최고 등급인 Green Mark Platinum을 받았다.
모든 공용 공간에 에어컨을 돌리는 데 익숙한 도시에서, 강의실만 차갑고 나머지는 바깥 공기로 버틴다는 건 일종의 선언이다. 물론 지붕 없는 아트리움인 만큼 우기의 비바람과 한낮의 후텁지근함은 감수해야 하는 몫이다. 그래도 냉방 면적을 줄여야 열대 건물의 에너지가 잡힌다는 원칙은 10년 사이 훨씬 절박해졌다.

아트리움을 채우는 빛, 낮에는 위에서 밤에는 안에서
아트리움 바닥에서 올려다보면 꽃잎처럼 겹친 발코니 사이로 하늘이 조각나 보인다. 낮의 주 조명은 이 열린 천장으로 떨어지는 자연광이다. 위층 발코니가 점점 넓어지는 탓에 빛은 바닥까지 곧장 내리꽂히지 않고 곡면 난간과 콘크리트 면에 몇 번 튕긴 뒤 부드럽게 퍼진다. 열대의 강한 햇빛을 건물 형태 자체가 한 번 걸러 주는 간접 조명 장치인 셈이다.
해가 지면 역할이 뒤집힌다. 강의실마다 켜진 빛이 타워를 감은 가로 띠 창으로 새어 나와, 건물 전체가 등불을 층층이 매단 찜기처럼 변한다. 사진 속 빛은 따뜻한 쪽으로 기운 웜톤이라 베이지 콘크리트와 잘 붙는다. 아트리움 1층은 실링팬이 달린 낮은 천장 아래 다운라이트로 바닥을 밝히는데, 밖에서 보면 강의실 창의 띠 빛이 연출 조명 역할까지 겸한다. 전반·국부·연출 세 겹의 조명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건물의 쓰임 자체가 빛의 레이어를 만드는 구조다.
실내에 옮겨 볼 만한 포인트도 여기 있다. 빛을 직접 내리쏘기보다 벽이나 곡면에 한 번 튕기면 눈부심이 줄고 공간이 넓어 보인다. 결이 있는 마감재에 2700~3000K 정도의 웜톤 빛을 비스듬히 비추면 질감이 살아나는 것도 같은 원리다. 노출콘크리트 벽이 차갑게만 느껴진다면 천장 조명을 끄고 벽 아래쪽에 라인 조명을 숨겨 위로 쓸어 올려 보자. 같은 벽이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2026년, 강의동 안에 스타트업 허브가 들어섰다
2026년 3월 25일, NTU와 싱가포르 은행 UOB는 캠퍼스에 UOB Innovation Hub를 열었다. UOB와 Wee Foundation이 2025년 4월 약정한 1억1,000만 싱가포르달러 기부가 바탕이고, 앞으로 5년간 벤처 팀과 딥테크 스타트업 90곳 이상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 허브가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이 건물이다.
건물 전체가 바뀐 건 아니다. 대학 설명으로는 현재 두 개 층에 인큐베이션 룸과 코워킹 공간, 공용 설비가 들어섰고, 메이커스페이스와 미디어 스튜디오 같은 시설을 단계적으로 더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스마트 강의실과 멀티미디어 라이브러리를 갖춘 학습 공간으로 그대로 쓰인다. 수업을 듣는 학생과 바로 옆방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팀이 한 건물에 섞이는 구도다.
건축적으로 보면 아이러니가 있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학생과 교수가 ‘최대한 자주 부딪히게’ 하려고 지었다. 그 마주침의 가치를 지금 가장 비싸게 사 가는 쪽이 창업 생태계라는 건, 어쩌면 설계 의도가 너무 잘 먹힌 결과일 수도 있다. 반대로 보면 수업을 위해 지은 공간을 다른 프로그램과 나눠 쓰는 일인 만큼, 그 비율이 어디까지 늘어날지는 학생들에게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수업용으로 짠 둥근 방을 사무 공간으로 쓰게 된다면 숙제도 남는다. 사무 가구는 대부분 직각을 전제로 만들어지고, 원형 평면에서는 벽을 따라 책상을 붙일수록 가운데 죽은 면적이 생긴다. 스타트업 팀이 둥근 방을 어떻게 쓰는지, 그 방식이 다시 수업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는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형태로 행동을 바꾸겠다는 건축은, 용도가 바뀔 때 그 형태가 고집이 되기도 하니까.

10년 뒤에 다시 보는 Learning Hub
개관 당시 반응이 호평 일색이었던 건 아니다. 그레이 콘크리트 발코니가 겹겹이 쌓인 아트리움을 두고 ‘쓸쓸한 주차장 같다’는 혹평도 있었다. 실제로 사람이 빠진 아트리움 사진은 꽤 삭막하다. 이 건물은 사람이 들어차야 완성되는 무대형 공간이라, 시험이 끝난 방학 저녁에는 텅 빈 객석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10년이 지난 지금 이 건물이 남긴 질문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강의는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시대에 학생이 굳이 캠퍼스에 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 대학이 같은 고민을 했고, 답의 상당수는 Learning Hub가 2015년에 내놓은 쪽으로 모였다. 사람을 만나러 오는 곳, 그 만남이 우연히 일어나도록 동선을 짠 곳.
복도를 지우고 모서리를 지운 건물은 공간이 사람의 행동을 얼마나 밀어붙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가 됐다. 새 허브가 들어서고 일부 공간의 쓰임이 바뀌어도 아트리움을 내려다보는 발코니와 둥근 방은 그대로다. 그 형태가 학생과 창업팀 사이에서도 마주침을 만들어 낼지, 다음 10년이 두 번째 답안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