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 안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저녁엔 단지 안 공연장에서 오페라를 본다. 리조트 광고 문구가 아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커뮤니티 계획에 실제로 들어간 시설이다.
한겨레가 10월 5일 보도한 현대건설의 건축사업참여제안서를 보면,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알려진 이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은 연면적 약 7만6,000m²(2만3,000평)에 이른다. 계획대로 지어지면 국내 아파트 단지 최초로 실내 아이스링크가 생긴다. 시공권은 현대건설이 쥐고 있다.
재건축 커뮤니티 시설, 어디까지 커졌나
목록이 길다. 어린이용 실내 워터파크, 50m 6레인 실내수영장, 실내 조깅트랙, 볼링장, 복층형 골프연습장, 탁구장, 스쿼시장, 테니스장, 암벽등반장까지 스포츠시설만 13가지다. 히노키 노천탕과 황토찜질방이 딸린 사우나도 있다. 문화시설로는 840석 규모 오페라하우스와 프라이빗 시어터가 계획됐다.
배경은 수주전이다. 같은 단지를 놓고 경쟁했던 GS건설도 스킨스쿠버가 가능한 복층 실내수영장, 응급 의료진이 상주하는 재난안전센터를 내걸었다. 조합은 미래 가치를 보여줄 설계안을 원하고, 시공사는 경쟁사보다 하나라도 더 눈에 띄는 시설을 얹는다. 앞서 소개한 성수3지구 250m 타워 수주전에서도 같은 구도가 보였다.
인피니티 풀은 이미 하이엔드 단지의 기본값이 됐다.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처음 도입한 뒤 강남구 아츠논현에도 생겼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디에이건축 컨소시엄 안, 한남4구역 제안에도 한강 조망 인피니티 풀이 들어 있다.
짓는 비용보다 무서운 유지비
문제는 지은 다음이다. 호텔식 조식 서비스가 좋은 예다.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단지 내 식당을 만들다 소음·냄새 민원으로 공사가 멈췄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는 비용이 오르자 1년 만에 운영사를 바꿨다.
공사비도 움직였다.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의 3.3m²(1평)당 공사비는 당초 548만원에서 792만원으로 뛰었다. 특화설계와 물가 상승이 겹친 결과다. 공사비는 결국 일반분양가로 넘어간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 일반분양가로 3.3m²당 1억원까지 거론된다.
공공기여도 고급화 — 덮개공원과 지하보행로
용적률을 더 받는 대가로 내놓는 공공기여도 화려해졌다. 반포주공1단지 조합은 용적률 15%를 더 받는 조건으로 올림픽대로 위에 1만m² 규모 ‘한강 덮개공원’을 1,100억원을 들여 기부채납한다. 단지와 한강공원을 바로 잇는 구조다. 2024년 7월 한강유역환경청은 주 수혜자가 단지 주민이라 공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지만, 사업은 지난 8월 최종 하천점용허가를 받았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서 반포한강공원까지 360m 지하보행로를 기부채납했다. 이 비용으로 3.3m²당 62만원이 건축가산비에 붙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공기여 시설이 점점 호화스러워지면서 초고가 단지의 자산가치를 불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은 40년을 간다. 은난순 한국주거복지연구소 대표는 “앞으로 40년간 이용할 커뮤니티 시설의 장기적인 관리·유지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합의가 먼저”라고 말했다. 아이스링크의 냉동 설비, 50m 수영장의 수처리 비용은 준공 이후 매달 관리비 고지서로 돌아온다. 화려한 평면도보다 그 숫자를 먼저 따져볼 때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