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로 유명한 도쿄근교 지역, 가루이지와에는 ‘네 개의 잎’이라는 뜻을 가진 포 리브스(Four Leaves)라는 주택이 있다. 푸른 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이 주택은 일본 특유의 선형미가 일품이다. 선과 선이 만드는 면은 과하지 않고 차분해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만 같다.

이시다 켄타로(Kentaro Ishida) 건축사무소가 222m2(약 67평) 크기의 이 주택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자연’이다. 자연과 하나되는 외관 디자인, 사용자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내부 구조 등 ‘네 개의 잎’이라는 이름처럼 이 주택은 자연 그 자체이길 꿈꿨다.

기존의 틀을 깬 유선 지붕의 매력

이 주택의 경우 기존에 있던 지붕의 형태를 보기 좋게 깼다. 평면 지붕에 곡선을 자유롭게 넣어 포갠 모습은 마치 나뭇잎이 중력에 의해 바닥에 떨어지며 겹쳐진 모습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도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한옥의 지붕은 비나 눈이 올 경우 뼈대를 이루는 목재 기둥을 보호하기 위해 끝에 올려 곡선을 만들었다. 지붕의 형태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 주택 또한 외관을 이루는 목재 소재 보호를 위해 지붕에 곡선을 주고 처마와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흙으로 이뤄진 기와 지붕을 선호했던 한옥과 차이가 있다면 이 주택의 지붕은 목재 단판을 접착하여 재조한 단판 적층재(LVL: Laminated Veneer Lumber)를 사용했다. 천연림 판재만큼이나 튼튼하고 병충해,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는 장점을 가진 소재다.

*단판 적층재란?
로터리 레이스 또는 슬라이서 등에 의해 절삭한 단판을 주로 섬유 방향을 서로 거의 평행하게 하여 적층 접착한 재.

그림이 필요 없는 숲의 경관, 큰 창으로 소유하다

자연이 그려진 예술 작품이 이 주택에는 따로 필요 없다. 숲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라는 최고의 장점을 큰 창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천장 부근부터 바닥에까지 이르는 커다란 창의 크기는 자연광, 통풍, 뷰(View)를 만족시킨다.

무게가 있는 천장을 지지하는 내력 기둥은 창 사이에 놓인 프레임이 해결한다. 프레임은 뷰를 나눌 뿐 아니라 원하는 부분만 열고 닫는 기능까지, 생각보다 하는 일이 꽤 많은 건축 요소다.

침실의 천장 또한 지붕의 기울기와 동일하다. 지붕 외부는 단층 적층재를 사용했지만 안쪽으로는 목재 빔을 그대로 노출해 소재가 주는 따뜻함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답게 통념을 깬 자연친화적 구조

이 주택에서는 나무를 볼 수 없는 공간은 없다. 큰 창이 공간마다 설계되어 눈만 뜨면 자연이다. 세 개의 건물로 이뤄진 이 주택의 바깥 쪽은 숲이 감싸고, 정원이 놓여진 건물 안 쪽에는 커다란 나무를 심었다. 내가 있는 공간이 실내인지 실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친화적이다. 숲을 있는 그대로 소유한다는 느낌은 온천식 욕조가 놓여진 욕실에서 절정을 이룬다.

건축가는 자연과의 소통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욕실 구조로 보여줬다. 욕조에 앉아 큰 창으로 숲을 바라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숲을 오갈 수 있는 문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욕실의 문은 항상 거실이나 개인 방으로만 연결된다는 기존 통념을 자연친화적으로 깬 구조다.

편리함 대신 있는 그대로를 공간에 담다

아무리 지붕이 곡선 형태를 띈다고 해도 실내 천장은 직선으로 만들 수도 있다. 직선으로 해야만 가구 배치, 창 설계 등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택은 기울어짐, 휨(휘어짐) 등 외부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지붕의 형태의 모습을 천장에 그대로 담았다. 편리함을 위해 나무와 산을 다 깎아 높은 빌딩을 짓는 모습이 아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두고 편리함을 포기하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늘어나는 아파트 단지, 높아져가는 빌딩으로 인해 지붕은 이제 시야에 쉽게 담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훌륭한 지붕이 있는 건축물은 기능, 디자인적으로 가치 있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자신만의 주택을 꿈꾼다면 지붕에 담긴 가치를 지금부터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Architect
: Kentaro Ishida Architects Studio 

Builder
: Sasazawa Kensetsu

Photographs
: Norihito Yamau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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