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Suite room처럼 산다는 것, 그단스크 20㎡ 스튜디오

폴란드 그단스크의 소형 주거단지 Żurawie에 자리한 이 집은 처음부터 ‘아파트’가 아니라 ‘호텔 객실’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20제곱미터라는 면적은 서울 기준으로도 좁은 원룸 수준이지만, 이 집을 설계한 건축사무소는 오히려 그 제약을 명확한 컨셉으로 바꿔버렸다. 단기 임대를 염두에 둔 스튜디오라는 조건이 오히려 공간 하나하나의 역할을 더 분명하게 만든 셈이다. 가구를 고르고 벽지를 정하는 사소한 결정 하나까지도 ‘호텔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기준으로 걸러졌다고 해야 할까. 그 결과 20제곱미터 안에 주방과 다이닝, 침실, 욕실이라는 네 가지 기능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구성이 완성됐다.
샴페인 톤 도어로 마감한 빌트인 미니 주방

감쪽같이 숨긴 부엌

현관 쪽 깊은 붙박이장 안에는 미니 주방과 세탁기, 식기세척기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문을 닫으면 벽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도어 컬러를 벽 색과 맞춘 덕분에, 처음 이 집에 들어서는 사람은 주방이 어디 있는지 한눈에 알아채기 어렵다. 중앙 도어에만 은은한 샴페인 톤 마감을 넣어 밋밋해 보이지 않도록 균형을 잡은 점도 눈에 띈다. 질감이 살아 있는 텍스타일 패턴의 비닐 벽지는 장식이자 동시에 실용적 선택이다. 단기 임대 특성상 잦은 사용에 견뎌야 하는데, 이 벽지가 내구성과 따뜻한 질감을 동시에 챙겨준다. 결과적으로 거실 영역에서는 주방의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좁은 집일수록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원형 다이닝 테이블과 블루 펜던트 조명이 있는 식사 공간

작지만 확실한 식사 자리

주방을 완전히 숨긴 대신, 그단스크의 이 집은 작은 원형 테이블 하나로 다이닝의 존재감을 채운다. 블루 톤 펜던트 조명이 낮게 늘어져 테이블 위를 비추고, 검은색 체어 두 개가 마주 보고 놓여 있어 혼자든 둘이든 부담 없이 앉을 수 있는 크기다. 붉은 꽃 한 다발을 테이블에 올려둔 장면에서 보이듯, 이 좁은 다이닝 자리는 기능만큼이나 분위기를 신경 쓴 결과물이다. 호텔 객실에서 룸서비스를 받아먹는 듯한 정서를 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다이닝룸을 포기하는 대신 작더라도 완성도 있는 자리 하나를 만드는 편이 20제곱미터짜리 집에는 더 현실적인 전략이었을 것이다.
거울 마감 슬라이딩 옷장 문을 여는 모습

소파를 포기한 이유

이 집에는 흔히 기대하는 소파가 없다. 사교보다는 휴식에 무게를 둔 선택인데, 일반적인 아파트라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도 호텔 객실이라는 컨셉 안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대신 거울 마감의 슬라이딩 옷장이 벽 한쪽을 채우며 공간을 시각적으로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옷장 문을 열고 닫는 움직임조차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한 흔적이 보인다. 거울에 반사된 다이닝 공간과 침실이 겹쳐 보이면서 실제 면적보다 넓은 느낌을 준다. 수납이라는 기능과 공간 확장이라는 시각적 효과를 하나의 가구로 동시에 해결한 셈이다.
짙은 색 헤드보드와 컬러풀한 쿠션으로 꾸민 침대

침대 뒤에 숨은 수납

침실의 핵심은 커스텀 제작한 침대와 그 뒤에 세운 낮은 파티션 벽이다. 이 벽 안에는 선반과 전기 배선, LED 조명까지 한 번에 통합되어 있어 별도의 조명 기구나 콘센트가 어지럽게 노출되지 않는다. 짙은 색 헤드보드에 컬러풀한 패턴 쿠션을 매치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침실에 포인트를 줬다. 파티션이라는 건축적 요소 하나로 침대 헤드보드, 수납, 조명, 전기설비까지 해결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잘 보여준다. 침대 하나 놓을 자리도 빠듯한 20제곱미터에서, 오히려 이런 통합형 가구가 진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버건디 색 천장 몰딩과 창가 침대가 보이는 침실 전경

베이지 위에 두른 버건디

바닥과 붙박이 가구, 텍스타일까지 이 집의 메인 컬러는 절제된 베이지다.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이 베이지 톤 위에 천장만큼은 버건디로 과감하게 마감하고, 장식 몰딩까지 둘렀다. 천장이 낮아 보일 법도 한데 오히려 색이 깊이감을 만들어내면서 답답한 느낌은 없다. 전체를 뒤덮는 대신 천장이라는 한정된 면에만 짙은 컬러를 집중시킨 판단이 영리하다고 해야 할까. 베이지가 만드는 안정감과 버건디가 만드는 개성이 한 공간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모습이다.
아치형 거울과 펜던트 조명이 있는 세면대 공간

욕실까지 이어진 버건디

침실에서 시작된 버건디는 욕실 세면대 구역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벽과 천장을 감싼 버건디 위로 패턴이 들어간 타일이 더해지면서, 일상적인 세면 동작조차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를 만든다. 아치형 거울과 펜던트 조명이 그 위에 자리해 좁은 욕실치고는 제법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샤워 구역과 확실히 분리된 이 세면대 존은 사실상 욕실 안의 또 다른 포인트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색과 조명, 마감재를 한데 묶어 하나의 작은 무대처럼 완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유리 파티션으로 구획한 화이트 톤 샤워 부스

디테일이 만든 완성도

버건디로 채운 세면대 구역과 달리, 샤워 공간은 유리 파티션으로 나뉜 화이트 톤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강한 컬러 다음에 오는 여백 같은 존재랄까, 이 대비 덕분에 욕실 전체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수전과 세면대 믹서 등 욕실 피팅은 전부 데안테 디자인 스튜디오의 실리아 시리즈, 티타늄 마감으로 통일했다. 피팅 하나하나를 단순한 부속품이 아니라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건축 요소로 다뤘다는 점이 이 욕실의 핵심이다. 20제곱미터짜리 집에서 이런 수준의 정밀함을 챙기기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집은 좁은 면적을 극복 대상이 아니라 설계 언어로 삼았다. 소파를 없애고 주방을 숨기고 천장 색 하나로 분위기를 바꾸는 식의 선택들은 사실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게 맞아서’ 내린 결정처럼 보인다. 호텔 객실의 논리를 빌려온 이 20제곱미터짜리 집은, 작은 집일수록 타협이 아니라 더 정확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ArchitectsCzajka Wnętrza
PhotosInkadr, Natalia Kaczmarek
CategoryStudio
CountryPo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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