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집에 갈 시간, 외국인은 지갑을 연다 — 서울 심야 상권의 주인이 바뀌었다

밤 11시, 편의점 형광등이 켜진 골목. 예전엔 야근을 마친 회사원이나 술자리 2차를 찾는 한국인들의 풍경이었다. 요즘은 다르다. 캐리어를 끌거나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 시간 그 자리를 채운다.

실제로 숫자가 그렇게 말한다. 올해 상반기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2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늘었다. 이들이 쓴 카드 소비액은 56.8% 급증한 5조6200억 원(약 38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늘어난 숫자보다 늘어난 소비 속도가 더 가파르다는 뜻이다.

자정까지 불 켜진 가게들

편의점 이마트24에서는 외국인 하루 매출의 37%가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나온다. 올리브영 두타점은 상반기 외국인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밤 8시 이후에 발생했다. CU에서 해외 결제수단으로 이뤄진 결제는 상반기에만 86.3% 늘었다. 종로3가, 명동, 동대문, 성수동 같은 동네가 이런 흐름의 중심에 있다.

프랑스 리옹에서 온 관광객 엘리아스 푸르니에는 “프랑스에서는 밤 9시가 넘으면 술집 말고는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어서 쇼핑도 제대로 못 한다. 그런데 여긴 계속 소비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온 나디아 레예스도 “밤 11시인데 식당도, 편의점도, 골목 화장품 가게도 다 열려 있다”며 신기해했다.

서울 명동 야시장 야경
이미지: Wikimedia Commons, ‘Myeongdong night market seoul’ ⓒ Sgroey (CC BY-SA 4.0)

같은 시간, 반대로 가는 두 소비

공교롭게도 이 시간대 한국인의 소비는 거꾸로 줄고 있다. 서울의 술집·소규모 주점 수는 올해 1분기 1만3924곳으로, 2년 전 1분기(1만6292곳)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 속에 한국인들이 팬데믹 이후 밤 지갑을 닫아온 사이, 그 빈자리를 외국인 관광객이 채운 셈이다.

거리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심야 매출이 3년 전보다 거의 두 배”라고 말했다. 동네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민혜씨는 “외국인들은 물건을 대여섯 개씩, 천천히 골라 산다. 시트마스크를 자꾸 찾길래 아예 진열대를 새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배경에는 한국 특유의 늦은 영업시간과 K뷰티·K팝 굿즈에 대한 관심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 번 살 때 여러 개씩 사는 경향이 있어 방문당 평균 소비액도 한국인보다 크다.

이 흐름에서 읽어야 할 것은 단순한 소비 통계가 아니다. 서울의 밤이라는 공간 자체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심야 상권을 설계하고 채우던 손님이 달라지면, 그 골목의 간판과 진열대, 나아가 동네의 표정도 함께 바뀔 수밖에 없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Korea JoongAng Daily — As locals spend less after dark, tourists keep Seoul nightlife buz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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