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두 겹 사이 틈에 사는 법, 하노이 100 Windows House

창문이 백 개쯤 되어 보이는데, 실제로 세어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이름과 실제 개수 사이의 이 간극이야말로 이 집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지점이다. Hanoi 근교 Red River 부근에 지어진 이 다세대 주택은 두 세대, 세 가구가 함께 살아가는 639m² 규모의 집으로, 현지 건축사무소 Inrestudio가 설계했다.

부부와 두 아들, 그리고 각자의 가족까지 세 가구가 한 지붕 아래 살아야 하는 상황을 Inrestudio는 “모호함”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도시도 농촌도 아닌 교외 지역의 성격, 앞으로 계속 바뀔 가족 구성원의 조합, 그 모든 불확실함을 담아낼 그릇으로 이 집을 지은 셈이다.

테라코타톤 이중 파사드와 지붕 트러스 디테일
© Trieu Chien

구멍이 백 개는 되어 보이는 파사드

테라코타빛 콘크리트로 마감된 외피에는 크기도 위치도 제각각인 창들이 불규칙하게 뚫려 있다. 재미있는 건 이 집의 이름 ‘100 Windows’가 실제 창문 개수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Inrestudio 대표 Niko는 이 이름을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수의 개구부가 뚫려 있지만, 불규칙하게 배치된 탓에 훨씬 많아 보이는 착시를 낳는다.

이 파사드는 이중으로 구성돼 있다. 바깥 켜와 안쪽 켜 사이에 틈을 두어 사적인 야외 공간을 만들고, 동시에 열대 기후에 맞춰 공기가 순환하도록 돕는다. 앞으로 개발이 계속될 이 지역의 미래를 염두에 둔 선택이라고 해야 할까, 이웃과의 관계도 이 이중 켜가 완충 역할을 한다.

“이 프로젝트는 모호함을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Niko는 말한다. “교외 자체가 도시도 시골도 아닌 모호한 성격을 갖고 있고, 그 미래 역시 불확실하다. 심지어 ‘가족’이라는 단위조차 여기서는 모호하다. 세 가구의 구성은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불확정적인 프로그램을 담는 그릇으로서, 추상화된 집의 형태는 ‘집’이라는 최소한의 상징만 남기고, 수많은 개구부가 이웃한 건물들과 이 집을 구분 짓는다.

다이닝룸에서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전경
© Trieu Chien

수영장과 나란히 놓인 거실

1층은 약간 안쪽으로 들어간 짙은 색 콘크리트 매스 위에 살짝 떠 있는 형태로 앉혀졌다. 현무암으로 마감된 바닥이 외부 파티오와 수영장, 그리고 거실·다이닝·주방을 하나로 이어준다.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이랄까, 대형 창을 통해 실내에서도 수영장이 바로 시야에 들어온다.

위층으로는 침실 두 개 층이 올라가고, 맨 위층에는 또 하나의 거실·다이닝·주방 공간이 자리한다. 세 가구가 서로 다른 생활 리듬을 가질 수 있도록, 층마다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 모든 공간을 감싸는 것이 앞서 설명한 이중 스킨 파사드다.

어두운 톤의 목재 바닥과 노출 콘크리트 천장이 반복되며 집 전체에 차분한 톤을 깔아준다. 화려한 장식 대신 재료 본연의 질감으로 승부하는 셈인데, 그 덕분에 파사드의 불규칙한 개구부가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인다.

이중 스킨 파사드 사이의 발코니 복도
© Trieu Chien

이름 없는 사이 공간들

이중 켜로 만들어진 두께는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 Inrestudio는 이 틈새를 선반이나 책상, 수납공간, 그리고 실내를 식혀주는 환기 통로로 적극 활용했다. 많은 개구부는 서로 정렬돼 창밖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지만, 일부는 일부러 어긋나게 배치해 발코니와 좁은 테라스에 그늘과 프라이버시를 만들어준다.

“느슨한 이중 스킨은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오래도록 열어두고 다양하게 유지시켜준다”고 Niko는 설명한다. “삶은 집의 중심에서 완결되지 않고 가장자리로 스며 나간다. 이 사이 공간들은 정식 이름이 없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시간을 잘 보내는 곳이다.”

그는 이런 주변부의 풍성함이 도심형 주택에서는 누리기 힘든 사치라고 덧붙인다. 시골이라면 굳이 필요 없을 수도 있는데, 이미 넉넉한 외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 교외 지역에서는 건물 스스로 그 여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집이 가진 ‘교외적인’ 태도라는 설명이다.

격자보가 있는 옥상 테라스
© Trieu Chien

지붕 위에서 완성되는 집

맨 꼭대기의 옥상 생활공간은 넓은 테라스로 이어진다. 테라코타톤 콘크리트 보가 격자무늬로 짜인 개방형 구조물이 이 테라스를 덮고 있는데, 지붕의 경사를 그대로 이어받아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벽 없이 보만 남긴 이 구조 덕분에 테라스는 반쯤 실내 같고 반쯤 야외 같은 애매한 성격을 갖게 됐다.

이 옥상은 세 가구가 다 함께 모이는 공용 공간이자, 동시에 언제든 개별 가구의 사적 공간으로도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가족 구성이 계속 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계된 공간답게, 용도를 미리 못박아두지 않은 셈이다.

Hanoi 골목의 좁은 폭을 참고해 증축한 ODDO Architects의 주택, 다낭에서 천공 벽돌 파사드를 두른 Live Out Studio의 집처럼, 비슷한 조건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푼 베트남 주택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만큼 베트남 현지 건축사무소들이 기후와 가족 구조라는 지역적 조건에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ArchitectsInrestudio
PhotosTrieu Chien
CategoryHouse
Country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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