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therwick, 밋밋한 건물과 싸운다 — 외관이 웰빙을 바꾸나

영국 글래스고 도심 Buchanan Street 거리를 가득 메운 보행자와 석조 건물
사진: Artur Kraft / Dezeen (글래스고 Buchanan Street)

건물 안에서 보내는 사람은 소수지만,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은 매일 수백만 명이다. 그런데 설계의 기준은 오래도록 안쪽 사용자와 효율, 비용에 맞춰져 있었다. Thomas Heatherwick(토마스 헤더윅)이 이 불균형을 연구로 따져 보겠다고 나섰다.

Heatherwick이 2023년 시작한 캠페인 Humanise가 150만 파운드 규모의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름은 Delivering Humanised Places. University of Glasgow, 영국 연구혁신기구 UKRI와 Humanise가 손을 잡았다. 영국의 거리 풍경을 어떻게 가꿔야 사람들의 웰빙이 좋아지는지 살펴보는 연구다.

‘블랜데믹’과 건물 외관의 건강학

Humanise는 이번 연구로 영국의 “밋밋하고 영혼 없는 개발(blandemic of dull, soulless development)”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블랜데믹은 밋밋함을 뜻하는 bland와 팬데믹을 합친 말이다. 초점은 건물의 바깥 모습과 거리 설계,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웰빙에 미치는 영향이다. 건강과 자부심, 소속감을 높이는 건물이 낳는 사회경제적 효과도 들여다본다.

Humanise가 자체 조사에서 확인한 숫자도 있다. 영국인의 76%가 건물 외관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Heatherwick은 “우리는 수십 년간 효율과 비용이 이끄는 좁은 기능 정의로 건물을 설계해 왔다”며 “지나가는 사람이 겪은 것은 거리마다 이어지는 개성 없음”이라고 말했다. 외로움이 퍼진 시대일수록 건물 바깥이 사회에 줄 수 있는 이득을 더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가 끝나면 시장과 개발사의 손에 들린다

연구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고, 주민이 자기 동네의 결정에 더 큰 발언권을 갖도록 돕겠다고 한다. 정책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목표다. 시장과 개발사가 재생·개발 사업에 ‘사람 중심 설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때마침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에 신도시를 짓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Heatherwick은 이를 “인간의 경험을 건설의 중심에 둘 드문 기회”라고 불렀다.

서울에서 먼저 던진 질문

이 질문은 한국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 Heatherwick은 지난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주제로 내세웠다. 영문 부제는 Radically More Human이었다. 이번 연구의 목표 문구인 “radically more human”과 같은 결의 말이다. 건물 외관이 행인의 기분과 걸음, 동네에 대한 애착을 바꾼다는 가설은 외관을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 경험으로 읽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가로 풍경에도 그대로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외관이 도시 경험을 이끄는 사례는 〈처마 곡선을 겹겹이 엮은 쑤저우 미술관, Suzhou MoCA〉에서도 볼 수 있다.

반론도 있다. 건축 저술가 Owen Hopkins는 이 캠페인이 건조환경을 평가하는 “지나치게 단순화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형편없는 설계가 왜 나오는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짚지 못한다는 것이다. 150만 파운드짜리 연구가 이 비판에 어떻게 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Thomas Heatherwick forms research partnership to combat UK’s “blandemic of dull development”

참고 : 헤럴드경제 —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6일 개막…토마스 헤더윅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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