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세운상가 계단, 대학생들이 다시 세웠다

도시는 늘 무언가로 채워진다.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고, 임시 브랜드 스토어가 자리를 잡고, 낡은 아파트 단지는 공원처럼 다듬어진다. 그렇게 촘촘히 채워지는 사이, 정작 남겨진 골목과 흔적은 어디로 갔을까.

전국 25개 대학 건축 전공생 42명이 참여하는 전시 ‘건축의 빈틈’이 오는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아케이드서울에서 열린다. 대학생 건축연합동아리 아키텐(Architen)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설치, 파빌리온, 미디어아트 등 약 20점의 작품으로 도시 건축이 미처 닿지 못한 ‘틈’의 의미를 되짚는다.

전시 '건축의 빈틈' 포스터
사진: 아키텐 제공

2009년부터 이어온 ‘건축 밖 건축’

아키텐은 2009년 설립된 건축예술 분야 비영리 단체다. 건축을 매개로 예술, 사회, 기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전시와 워크숍, 강연을 꾸준히 기획해 왔다. 이번 전시는 34기 활동으로, 서울의 압축적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주변부로 밀려난 골목과 장소, 그리고 그곳에 남겨진 도시의 흔적에 주목한다.

전시가 말하는 ‘빈틈’은 단순한 물리적 공백에 머물지 않는다. 아키텐은 복합 쇼핑몰과 임시적 브랜드 스토어, 공원화된 아파트 단지 등 획일화된 공간 논리가 서울 곳곳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지역의 역사와 장소성이 배제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키텐 관계자는 “‘건축의 빈틈’은 물질적 공간의 벌어진 자리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던 관계의 공백을 의미한다”며 “전통적 장소성을 되살리려는 향수 어린 시도가 아니라, 도시 속 보이지 않는 기억과 불안, 위계가 만들어낸 미세한 틈을 발견하는 데 전시의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운상가 계단부터 오간수교 경사로까지

전시는 서울 도심에서 발견되는 빈틈을 방치된 교량 하부, 여백 없는 골목길과 빌딩 숲,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자연과 건축의 논리가 선택적으로 닿지 않는 사각지대 등의 유형으로 구분해 바라본다. 도시의 틈을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장소로 해석하는 셈이다.

주요 작품도 이러한 관점을 구체화한다. ‘재개발/과도기(껍데기는 가라)’ 팀은 철거를 앞둔 세운상가의 X자 계단을 모티프로 관계적 재개발을 시도한다. ‘자연 경계(램프의 요정)’ 팀은 오간수교 일대 경사로에 유기적 구조물을 설치해 스쳐 지나가는 공간을 머무는 장소로 전환한다.

이 밖에도 초고밀 상업지의 옥외 공간에 개인 맞춤형 휴식 모듈을 제안하는 ‘보이드 가이드’, 저층 주거지의 삼각형 틈을 다루는 ‘세모의 꿈’, 인프라의 시간적 어긋남을 조형화한 ‘지지하는 중’ 팀이 함께한다.

아키텐은 올 2월 아트스페이스 보안1942에서 45명이 참여한 ‘이것은 건축이 아니다’를 선보여 7일간 약 1,000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공예박물관 공예마당에서 서울특별시 후원으로 ‘놂: 건축입장권’을 선보였으며, 5일간 약 4,000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건축 놀이 워크숍,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열린 ‘Shift+1: 다음 감각을 느끼시오’ 등 건축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온 셈이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건축사신문 — 서울의 숨은 공간을 다시 보다, ‘건축의 빈틈’展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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