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에 조각조각 흩어놓은 집, Rancho del Bosque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두 시간을 달리면 소나무 숲이 빽빽하게 들어찬 계곡 마을 Valle de Bravo가 나온다. 한 부부가 자녀와 손주들까지 모두 불러들일 별장을 여기에 지었다. 이름은 Rancho del Bosque, 굳이 옮기자면 “숲속의 목장” 정도가 되겠다. Sordo Madaleno Arquitectos가 설계한 이 집은 언뜻 보면 집 한 채가 아니라 언덕 위에 흩어놓은 여섯 개의 오두막처럼 보인다.

집을 통째로 짓지 않고 여섯 조각으로 나눈 데는 이유가 있다. 건축가 Fernando Sordo Madaleno는 이걸 “자연과 건축 사이의 긴장”이라고 표현했다. 집 안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 몸을 담근 채 곳곳에 흩어진 방으로 이동하며 사는 감각을 주고 싶었다는 거다.

소나무 숲 비탈에 늘어선 Rancho del Bosque 여섯 채 파빌리온
© Edmund Sumner

숲 사이로 스며든 여섯 채

소나무가 빼곡한 비탈에 원통형 건물 다섯 채와 사각형 건물 한 채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지붕 위로는 나뭇가지가 그대로 얹혀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건물인지 지형인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다. 이런 배치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다. 각 볼륨이 산비탈의 경사를 그대로 타고 앉아, 대지를 깎아내는 대신 지형에 순응하는 쪽을 택했다.

Rancho del Bosque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수영장과 파빌리온 배치
© Edmund Sumner

집이 아니라 지형이 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더 극적이다. 원통형 지붕 네 개가 나란히 이어지고, 그 옆으로 수영장과 넓은 테라스가 붙어 있다. 돌을 깔아 만든 길이 건물들 사이사이를 잇는데, 이 동선 자체가 설계의 핵심이다. 방에서 방으로 이동할 때마다 반드시 바깥 공기를 스치게 만든, 일종의 산책로 겸 복도인 셈이다.

Rancho del Bosque 거실과 테라스, 수영장으로 열린 개구부
© Óscar Caballero

가장 큰 덩어리, 다 같이 모이는 곳

여섯 채 가운데 가장 큰 볼륨이 거실과 다이닝을 품고 있다. 반원통형으로 압출된 이 공간은 가족 전체가 모이는 곳이라, 나머지 다섯 채와 확연히 다른 크기로 지어졌다. 테라스로 완전히 열리는 대형 개구부 덕분에 수영장과 거실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진다. 천장까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 묵직한 존재감을 주면서도, 목재 가구와 색색의 러그로 분위기를 눅였다.

Rancho del Bosque 거실에서 바라본 계곡 전망
© Edmund Sumner

벽을 없애자 계곡이 들어왔다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이 집의 진짜 매력이 보인다. 통유리 대신 아예 벽 전체를 접어 넣을 수 있게 설계해서, 거실 마루가 그대로 테라스로 이어진다. 식탁과 소파가 놓인 자리에서 고개만 돌리면 계곡과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구는 대부분 짙은 색 원목과 라탄으로 골라, 콘크리트의 차가움을 상쇄했다.

붉은 안료를 섞은 콘크리트 외벽 클로즈업, Rancho del Bosque
© Edmund Sumner

흙빛을 닮은 콘크리트

건물 외피는 붉은 안료를 섞은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Valle de Bravo 특유의 철분 많은 붉은 흙빛을 건축에 그대로 옮겨오고 싶었다는 게 설계팀의 설명이다. 여기에 목재와 백색 석회암, 거친 채석장 돌을 더해 재료 팔레트를 완성했다. 목재는 바닥과 창호에, 석회암은 거실을 둘러싼 내벽에, 거친 돌은 발코니와 보행로 포장에 각각 쓰였다.

파빌리온 사이를 잇는 다리형 통로, Rancho del Bosque
© Edmund Sumner

나무 캐노피와 나란히 걷는 다리

건물과 건물 사이는 좁은 다리 형태의 통로로 연결된다. 난간 높이가 딱 사람 허리춤이라 걸을 때마다 계곡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설계팀은 이 발코니들의 높이를 일부러 나무 수관과 맞춰, 마치 숲의 캐노피 사이를 걷는 듯한 감각을 주려 했다고 밝혔다. 그늘과 빛이 교차하는 리듬이 걸음마다 달라지는 것도 이 다리 구조 덕분이다.

파빌리온 내부의 작은 원형 마당과 나무 한 그루, Rancho del Bosque
© Edmund Sumner

원통 안에 심은 나무 한 그루

파빌리온 하나에는 벽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작은 야외 마당이 숨어 있다. 지붕 대신 둥글게 뚫린 천창으로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나무 한 그루가 심겨 있다. 유리문에 비친 나뭇잎 그림자가 콘크리트 벽에 겹쳐 보이는 순간이 이 집에서 가장 조용한 장면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침실 블록 안쪽에 이런 사적인 틈을 끼워 넣은 건, 산 전체를 조망하는 개방감과 동시에 완전히 닫힌 프라이버시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침실 블록의 발코니가 늘어선 모습, Rancho del Bosque
© Edmund Sumner

침실은 두 층으로 나눠 쌓았다

거실 블록 남쪽으로 늘어선 작은 원통 네 채 중 셋은 침실로 쓰인다. 각 침실 블록은 2개 층으로 나뉘어 있고, 층마다 발코니가 튀어나와 나무 사이로 시야를 튼다. 나머지 하나는 라운지로,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쉴 수 있는 완충 공간 역할을 한다. 침실을 거실에서 완전히 분리한 구성 덕분에, 여러 세대가 한 별장에 머물러도 각자의 시간이 보장된다.

ArchitectsSordo Madaleno Arquitectos
PhotosEdmund Sumner, Óscar Caballero
CategoryVacation House
CountryMe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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