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층 꼭대기에 신발 벽을 세웠다, Gold Coast Soul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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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소개하는 사진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신발장이라면, 그 집은 이미 성격을 다 드러낸 셈이다. Gold Coast의 Surfers Paradise, 77층짜리 타워 Soul의 꼭대기에는 신발을 벽 한 면에 진열해 둔 방이 있다. 진열장 안에 놓인 스니커의 값어치만 100만 호주달러가 넘는다고 알려졌다.

주인은 Simon Beard와 Tah-nee Beard 부부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Culture Kings를 만든 사람들이니, 신발이 집 한가운데를 차지한 이유를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부부는 2021년 경매에서 1,525만 호주달러에 이 펜트하우스를 손에 넣었다. 당시 Queensland 경매 최고가였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내부를 완전히 뜯어고친 뒤 3,000만 호주달러, 한화로 대략 270억 원 수준의 호가를 붙여 시장에 내놨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소울 타워 상층부 외관
출처: realestate.com.au

타워 꼭대기 네 개 층을 통째로

Soul은 Surfers Paradise 해변을 마주 보고 선 77층 주거 타워다. 이 집은 그 꼭대기 네 개 층을 통째로 쓴다. 바닥 면적만 1,070㎡, 침실이 다섯에 욕실이 일곱이다. 전용 엘리베이터로 올라와 내부 계단으로 층을 오르내리는 구조이고, 옥상에는 개인 수영장이 있다. 호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개인 수영장이라는 게 매물 소개의 자랑거리였다.

사진 속 타워의 상층부를 보면 흰색 프레임이 계단처럼 어긋나며 겹쳐 올라간다. 아래로는 Nerang 강이 굽이치고 그 너머로 Gold Coast 내륙 평야와 산맥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이런 위치에서는 사실 인테리어가 무슨 짓을 해도 창밖 풍경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이 집이 택한 전략도 결국 “창밖과 싸우지 않기”에 가깝다.

검은 수직 루버로 둘러싼 소울 펜트하우스 원형 현관 홀

출처: realestate.com.au

검은 루버가 감싼 원형 현관

현관에 들어서면 검은 수직 루버가 원을 그리며 사람을 감싼다. 천장에는 같은 원을 따라 흰 면이 떠 있고, 그 안에 유리 구슬 조명이 매달렸다. 바닥은 헤링본으로 짠 오크, 가운데에는 둥근 러그와 원형 테이블. 원이라는 형태 하나를 천장·바닥·가구에서 세 번 반복한 구성이다.

이런 진입부는 목적이 분명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의 시선을 잠깐 붙잡아 두는 것. 문이 열리자마자 거실과 바다가 통째로 보이면 극적이긴 해도 감흥이 금방 소진된다. 한 박자 눌러 두었다가 풀어주는 편이 오래 간다. 다만 검은 루버는 관리가 만만찮은 마감이다. 세로살 사이사이에 먼지가 앉으면 티가 확 나고, 조도가 낮은 시간대에는 공간이 실제보다 좁고 어둡게 읽힌다. 일반적인 주택에서 이 장면을 흉내 낸다면 루버를 벽 전체가 아니라 현관 정면 한 면에만 쓰고, 나머지는 밝은 마감으로 남겨 두는 쪽이 안전하다.

헤링본 마루와 우드 슬랫 천장이 이어지는 펜트하우스 중심 축

출처: realestate.com.au

천장으로 방의 경계를 그었다

넓은 집일수록 어려운 게 구획이다. 벽을 세우면 시야가 막히고, 안 세우면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창고 같은 공간이 된다. 이 집은 천장으로 그 문제를 풀었다. 목재 슬랫을 붙인 낮은 천장이 다이닝 영역 위에 사각형으로 내려앉고, 그 바깥으로는 흰 천장이 곡선을 그리며 물러난다. 천장 높이와 재료가 바뀌는 선이 곧 방의 경계다.

바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헤링본 오크가 깔린 구역과 대리석이 깔린 구역이 갈리고, 사람은 발밑 감촉만으로 자기가 어느 방에 있는지 안다. 벽 없이 방을 나누는 방법으로는 꽤 정석적인 해법이다. 층고가 넉넉해야 쓸 수 있다는 게 한계인데, 천장을 부분적으로 낮추려면 원래 높이에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층고가 2.4m 남짓한 국내 아파트라면 천장을 내리는 대신 조명 라인이나 러그, 마감재 경계로 같은 효과를 노리는 편이 현실적이다.

대리석 벽과 벨벳 소파로 꾸민 펜트하우스 거실

출처: realestate.com.au

거실은 바다에 자리를 내줬다

거실의 주인공은 가구가 아니라 창이다. 소파는 전부 짙은 회색과 검정 계열 벨벳으로 맞췄고, 커피 테이블도 낮고 어두운 목재다. 색을 죽인 가구가 앞쪽에 깔리고, 그 너머로 바다가 밝게 열린다. 사진에서 시선이 자연히 창으로 빨려 들어가는 건 그래서다.

벽 한 면을 채운 대리석은 이 방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낸 요소다. 흰 바탕에 굵은 회색 결이 지나가는 판을 이어 붙여 하나의 그림처럼 세웠다. 가구를 죽이고 벽 하나만 살리는 배치는 넓은 거실에서 효과가 확실하다. 문제는 이 방식이 면적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좁은 거실에서 이걸 따라 하면 어두운 가구가 공간을 더 눌러버린다. 같은 인상을 원한다면 가구는 밝게 가고 벽 마감 하나만 강한 걸로 쓰는, 정확히 반대 순서가 낫다.

황동 샹들리에가 걸린 펜트하우스 다이닝룸과 바다 전망

출처: realestate.com.au

열 명이 앉는 식탁, 그리고 통유리

다이닝룸은 열 명이 앉는 긴 테이블에 퀼팅 가죽 의자를 둘렀다. 위에는 황동 프레임에 유리 막대를 늘어뜨린 샹들리에가 걸렸고, 천장은 여기서도 목재 슬랫이다. 창 쪽으로는 얇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데, 이 집에서 커튼의 역할은 가리는 게 아니라 빛의 세기를 낮추는 쪽에 가깝다.

왼편 기둥에 붙은 대리석은 결이 워낙 강해서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오른쪽 대리석 기둥, 정면의 대형 창, 위쪽의 목재 천장까지 강한 재료가 한 화면에 네 가지나 모였다. 럭셔리를 표방한 인테리어가 자주 빠지는 함정이 이것인데, 비싼 재료를 아끼지 않고 다 쓰면 각각의 존재감이 서로를 깎아먹는다. 재료를 줄이는 게 곧 등급을 낮추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잠재우면 남은 하나가 훨씬 비싸 보인다.

보라색 백라이트 오닉스로 마감한 펜트하우스 바와 와인 셀러

출처: realestate.com.au

보랏빛으로 켜지는 바

바가 있는 방은 이 집에서 색이 가장 세게 들어간 곳이다. 유리로 짠 와인 셀러와 바 뒷벽을 보랏빛 백라이트가 밝히고, 술병이 늘어선 선반은 회색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소파는 짙은 남색 벨벳, 천장은 여기서도 목재 슬랫이다.

백라이트 오닉스는 사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마감재 중 하나다. 실제로 보면 색이 계속 켜져 있다는 게 생각보다 피로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 방처럼 오래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저녁에 잠깐 쓰는 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용도를 좁혀 잡고 그 용도에 맞는 분위기를 몰아넣은 판단이라 납득이 간다. 집 전체를 이 톤으로 칠했다면 부담스러웠을 텐데, 딱 한 방에 가둬 둔 절제가 오히려 이 방을 살렸다.

스니커 월과 원형 보이드가 있는 소울 펜트하우스 컬렉션 룸

출처: realestate.com.au

신발을 책처럼 꽂아 둔 방

그리고 문제의 그 방이다. 벽 한 면을 짜 넣은 진열장에 스니커가 줄지어 놓였고, 그 위아래로는 붉은 가죽으로 장정한 책이 빼곡하다. 신발과 고서를 같은 선반에 올린 배치인데, 처음 보면 어색하다가도 곱씹으면 의도가 읽힌다. 수집품을 다루는 태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정판 스니커는 신는 물건이 아니라 보관하고 감상하는 물건이라는, 이 집 주인의 입장이 선반 하나에 압축돼 있다.

진열장 앞은 원형으로 뚫린 보이드다. 유리 난간이 둥글게 둘러섰고, 천장에서 내려온 수백 개의 유리 구슬 조명이 아래층까지 폭포처럼 떨어진다. 신발을 보러 온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층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장치다.

다만 진열 방식 자체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니커가 색도 형태도 제각각인데 선반에 규칙 없이 나란히 놓이다 보니, 멀리서 보면 컬렉션이라기보다 매장 진열대에 가깝게 읽힌다. 수집품을 보여주는 진열의 기본은 대상을 줄이고 간격을 넓히는 것이다. 개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한 켤레씩 사이를 띄우면 각각이 작품처럼 서고, 색 계열별로 묶어 배열하면 벽 전체가 하나의 그래픽이 된다. 지금은 물량으로 압도하는 쪽을 택했는데, 100만 호주달러어치 컬렉션이라면 굳이 물량을 자랑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참고로 이 신발들은 매매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Louis Vuitton과 Nike가 함께 만든 Air Force 1, 그리고 Michael J. Fox Foundation을 위해 제작된 Nike Mag 같은 물건이 그 안에 섞여 있었다니, 집을 판다고 넘길 만한 것들은 아니었던 셈이다.

 
소유자: Simon Beard, Tah-nee Beard(스트리트웨어 브랜드 Culture Kings 창업자)
위치: Soul, The Esplanade, Surfers Paradise, Gold Coast, Queensland, Australia
면적: 약 1,070㎡ (77층 타워의 최상부 4개 층)
특징: 침실 5개, 욕실 7개, 전용 엘리베이터와 내부 계단, 옥상 개인 수영장(호주 최고 높이), 100만 호주달러 규모의 스니커 컬렉션 진열 벽(매매 대상 제외)
거래: 2021년 1,525만 호주달러에 경매 낙찰(당시 Queensland 경매 최고가), 이후 3,000만 호주달러에 매물로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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