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쪽 끝 아마미 오시마(Amami Ōshima)는 해마다 태풍이 지나며 정전과 단수가 흔한 섬이다. 이 섬에서 자기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 사카이 카즈노리(Kazunori Sakai)는, 전기가 끊겨도 살아갈 수 있는 목조주택을 자기 손으로 짓기로 했다. 도로에서 보면 이웃한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거대한 삼각지붕 하나가 낮게 웅크리고 있는 모습부터 눈에 띈다.
기후 위기로 극단적인 날씨가 잦아지는 것을 지켜본 그는, 이 집을 ‘자율적이고 자급자족하는 집’으로 정의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전부 충당하고, 텃밭은 그대로 음식물 퇴비장을 겸하며, 작은 사우나는 공사 후 남은 자투리 목재를 때서 데운다. 아마미의 문화와 자연에서 답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이 섬 고유의 전통 배치와 염색 기법까지 집짓기에 끌어왔다.

태풍이 잦아지자, 건축가는 자기 집부터 다시 생각했다
사카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매년 더 강해지는 태풍과 길어지는 정전을 겪으면서, 그는 자신이 설계하는 집이 재난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실감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 대신 자기 자신을 위한 집을 지어, 미래의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아마미의 전통 재료와 기술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것이 그 실험의 출발점이었다.

네 개의 목조 볼륨이 마당을 감싸다
집의 평면은 아마미에 예로부터 전해오는 ‘분토(buntō)’라는 배치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침실, 수납, 팬트리, 사우나, 욕실처럼 사적인 공간을 네 개의 독립된 목조 볼륨으로 나눠 정사각형 대지의 모서리마다 배치하고, 그 사이를 개방적인 거실·주방·다이닝 공간이 채운다. 방과 방 사이, 실내와 실외 사이의 경계를 일부러 흐릿하게 만든 배치다. 일본 협소주택 Kakko House가 좁은 대지를 구조로 풀었다면, 이 집은 볼륨을 쪼개는 방식으로 넓은 대지를 다시 조밀하게 짰다.

처마가 만든 반쪽 바깥, 엔가와
네 개의 목조 볼륨은 한가운데 넓게 트인 다락 공간에서 멈추고, 그 위로 커다란 지붕이 얹힌다. 처마는 대지 둘레를 넉넉히 두르며 엔가와(engawa)와 현관 포치에 그늘을 드리운다. 거실에서 마당까지 단차 없이 이어지는 다다미방은 문을 열면 그대로 바깥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이 마당에 튜브 풀장을 펴놓고 노는 모습에서 보듯, 이 집에서 실내와 실외의 경계는 처마 하나로 정리된다.

지붕 하나 아래, 열린 다락
네 개의 목조 볼륨이 멈추는 자리 위로는 넓게 트인 다락이 펼쳐진다. 벽을 세우지 않고 비워둔 이 공간은 자연 환기를 위한 장치다. 더운 공기가 아래에 머물지 않고 지붕 꼭대기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했다. 다락 난간에 걸터앉아 아래층 다이닝 공간을 내려다볼 수 있게 해, 수납 공간이 아니라 가족이 머무는 또 하나의 방이 됐다.

지붕 꼭대기, 삼각 스카이라이트로 채광을 열다
지붕의 형태는 ‘이리모야(irimoya)’, 우리말로 팔작지붕에 가까운 전통 지붕 형식을 오늘의 재료로 다시 그린 것이다. 이 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파형 강판과 기와 지붕을 참고해, 사카이는 그 원형을 과장된 스케일의 단일 지붕으로 압축했다. 지붕 꼭대기에는 삼각형 스카이라이트를 내 한낮의 햇빛이 다락 한가운데로 곧장 떨어지도록 했다. 노출된 목조 서까래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구조 자체가 이 집에서 가장 극적인 실내 풍경이다.

흙과 나무 열매로 물들인 삼나무
내외장을 감싸는 목재는 스기(삼나무) 판재다. 그냥 칠하지 않고, 아마미의 전통 직물 염색법을 그대로 가져와 지역의 진흙과 샤림바이(Sharimbai)나무 추출물로 삼나무를 물들였다. 시간이 지나며 색이 짙어지는 이 마감은 섬의 습하고 강한 햇빛에도 잘 버티도록 오랫동안 검증된 방법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마감재 대신 섬의 기후가 이미 답을 알고 있던 재료를 골랐다는 점에서, 이 집의 자급자족은 에너지뿐 아니라 재료에서도 시작된다.

전기를 끊어도 도는 집
지붕 위에는 태양광 패널과 태양열 온수기가 나란히 얹혀 집 전체 전력을 자체 조달한다. 상업 전력망에 기대지 않고도 조명과 가전을 쓸 수 있게 한 장치다. 해 질 무렵 지붕 아래로 불이 켜지면, 가족이 다이닝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습이 처마 사이로 그대로 비친다. Howqua River Lodge가 산속에서 전기와 수도를 끊고도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했듯, 정전이 흔한 이 섬에서도 전기가 끊기는 저녁과 끊기지 않는 저녁의 차이는 이 집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텃밭이 곧 부엌이 되는 집
주방 창밖으로는 작은 텃밭이 붙어 있다. 채소를 기르는 땅이면서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돌려보내는 순환 장치이기도 하다. 아일랜드 식탁에서 설거지를 하며 창밖 텃밭을 내다보게 배치한 동선도 우연이 아니다. 자급자족을 상징으로만 남기지 않고 매일의 집안일 동선 안에 넣었다는 점에서, 이 집의 지속가능성은 선언이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

건축 폐자재로 데우는 사우나
네 개의 목조 볼륨 중 하나에는 작은 사우나가 들어선다. 열원은 도시가스나 전기가 아니라, 집을 지으며 남은 목재 자투리다. 짓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완공된 집의 일부를 데우는 데 다시 쓰는 순환이 이 작은 방 하나에 압축돼 있다. 옆에 붙은 욕실도 같은 볼륨 안에서 어두운 타일과 노출 콘크리트 천장으로 차분하게 마감했다.

섬의 오랜 협동 정신, 유이(結)를 담은 열린 평면
사카이는 이 집의 개방적인 평면이 아마미의 전통 개념인 ‘유이(結)’—공동체가 서로 돕던 협동의 정신—를 오늘의 방식으로 옮긴 결과라고 말한다. 방과 방, 실내와 실외, 가족과 이웃 사이의 딱딱한 경계를 허무는 것이 이 집의 진짜 목표였다는 뜻이다. 해 질 녘, 이웃한 고층 건물들 사이로 낮게 앉은 지붕 아래 불빛이 켜지면, 이 집은 건축적 실험인 동시에 섬의 오래된 생활 방식을 증언하는 장치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