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수도도 끊었더니 오히려 더 편해졌다, Howqua River Lodge

호주 빅토리아주 내륙, 앨파인 내셔널파크 자락의 하우콰 밸리(Howqua Valley)에는 몇 대에 걸쳐 한 가족과 인연을 맺어온 땅이 있다. 건축가 Rob Mills의 아버지가 한때 이 지역 산림청에서 일하며 사들인 땅이었고, 그 땅에 결국 아들이 건축가가 되어 집을 지었다. 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RMA)가 완성한 Howqua River Lodge는 그렇게 3대에 걸친 인연이 쌓여 만들어진 오프그리드 별장이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산속이라고 하면 불편함부터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이 집은 정반대다. 태양광과 빗물, 웜팜(지렁이 퇴비화) 정화 시스템만으로 돌아가면서도 호텔 못지않은 편의를 갖췄다. 굳이 도심의 편리함을 옮겨오려 애쓰지 않고, 계곡의 시간에 맞춰 사는 법을 택한 집이라고 하면 더 정확할까.

Howqua River Lodge 항공에서 본 전체 배치
© 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한 채가 아니라 세 채, 경사를 따라 흘러내리다

Howqua River Lodge는 언덕의 경사를 그대로 살려 세 개의 파빌리온을 나란히 배치하고, 각 동을 유리 복도로 이었다. 남쪽 두 개 동에는 침실과 여가 공간(럼퍼스룸)을 나눠 담았고, 북쪽 끝 동은 거실과 다이닝, 주방을 하나로 튼 오픈 플랜 공간으로 비웠다. 건물을 감싸는 테라스는 각 침실마다 작은 툇마루를 내어주고, 북쪽에서는 폭이 넓어지며 다이닝용 테라스로 커진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붕들이 계곡 지형을 따라 계단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Howqua River Lodge 각진 굴뚝과 경사 지붕
© 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뾰족한 굴뚝 두 개, 알프스 산장에서 빌려온 실루엣

옅은 색 러프 렌더링 벽돌 위로 비스듬히 겹쳐진 금속 지붕이 얹히고, 그 사이사이 각진 굴뚝이 솟아 있다. RMA는 목재·석재·미장 마감을 지역 전통 알파인 건축의 문법에 맞춰 골랐다고 설명한다. 다만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색과 빛, 질감을 자유롭게 조합해 장난기를 더했다. 무게감 있는 소재를 쓰면서도 표정은 가볍게 가져가려 한 태도가 지붕선 곳곳에서 읽힌다.

Howqua River Lodge 원목 마감 주방
© 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천장까지 이어진 스파티드 검, 나무 한 가지로 정리한 실내

이 집의 인테리어를 지배하는 재료는 단 하나, 하우콰 밸리에 자생하는 스파티드 검(spotted gum) 원목이다. 벽과 천장, 붙박이 가구까지 짙은 색 원목 패널로 감싸면서 재료 수를 최소로 줄였다. Rob Mills는 이렇게 재료를 절제할수록 오히려 땅과 집이 더 깊이 연결된다고 말한다. 주방 아일랜드 역시 같은 원목으로 짜서 다이닝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고, 스테인리스 손잡이와 어두운 톤 마감재로 포인트만 살짝 얹었다.

Howqua River Lodge 거실과 다이닝 공간
© 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세 면이 유리인 거실, 계곡을 들이는 통창

북쪽 동에 자리한 거실과 다이닝, 주방은 벽 세 면이 거의 전부 유리로 열려 있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실내와 테라스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진다. 천장을 따라 낮게 낸 클리어스토리 창은 원목 천장으로 빛을 끌어들여 침실이나 욕실 같은 더 안쪽 공간까지 밝기를 나눠준다. 앤티크 원목 테이블과 가죽 소파, 조각품 몇 점만 놓아 공간을 채우기보다 비워둔 느낌이 강하다.

Howqua River Lodge 라운지에서 바라본 숲 전망
© 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소파에 앉으면 유칼립투스 숲이 벽을 대신한다

라운지 한쪽에는 짙은 벨벳 소파를 낮게 두어 통유리 너머 숲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창밖으로는 하우콰 밸리를 뒤덮은 유칼립투스 숲과 능선이 그대로 펼쳐진다. 커튼 대신 얇은 셰이드만 달아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숲의 색을 그대로 들인다. 가구를 낮게 배치한 것도 결국 시선이 창밖 풍경에서 멈추게 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Howqua River Lodge 침실과 추상화
© 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침실 한켠 추상화 한 점, 자연 소재 사이 유일한 색

침실은 다른 공간보다 한 톤 밝은 미장 벽으로 마감해 원목과 대비를 준다. 헤드보드 위에는 초록과 코럴빛이 섞인 대형 추상화를 걸어 방 전체의 포인트로 삼았다. 창가에는 벤치형 좌석을 붙박이로 짜 넣어 장작더미가 쌓인 바깥 풍경을 앉아서 볼 수 있게 했다. 침구는 리넨과 울 소재로 톤을 낮춰, 그림 한 점만 튀고 나머지는 차분하게 가라앉는 균형을 만들었다.

Howqua River Lodge 파이어핏 테라스
© 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불 피운 테라스 너머, 전기 없이 돌아가는 집

동쪽에는 파이어핏을 중심으로 한 원형 돌 테라스가 있고, 그 옆으로 플런지풀과 데이베드를 두었다. 침실동 옆쪽으로는 사우나와 냉수 풀을 따로 마련해 계곡 생활에 맞춘 루틴을 완성했다. 지붕 위 태양광 패널과 빗물 저장 시스템, 웜팜을 이용한 오수 정화 장치가 집 전체의 에너지와 물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산불에 대비한 벙커와 별도 저수 시설까지 갖춰, 그림 같은 풍경 이면에는 철저히 계산된 생존 설계가 깔려 있다.

Architects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RMA)
PhotosRob Mills Architecture & Interiors
CountryAustralia
Materials목재, 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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