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한 글래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Kendall Jenner(켄달 제너)가 산속에 정반대의 집을 지었다. 본인이 “그랜마 시크(grandma chic)”라고 부르는 이 산장 인테리어는 문을 열자마자 꽃무늬 소파와 체크 쿠션, 도트 벽지, 체커보드 타일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약 5년 전 동네의 “에너지”에 끌려 충동적으로 땅을 샀고, 그 위에 있던 낡은 집은 손볼 수 없는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 인생 첫 신축이 됐다. 설계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건축가 Kirby Lee, 인테리어는 패턴 쓰는 솜씨로 이름난 샌프란시스코의 디자이너 Heidi Caillier가 맡았다.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침실 셋짜리 이 집에 대해 본인은 “나보다 친구들을 위해 지은 집”이라고 말한다. 동생의 저택을 다룬 〈Kylie Jenner의 Holmby Hills 저택〉이 담을 쌓아 사람을 막는 쪽이었다면, 이 집은 거꾸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쪽으로 설계됐다. 패턴과 색이 실제로 사람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을까? 방을 하나씩 열어보면 답이 꽤 구체적으로 나온다.

꽃무늬 소파가 거실 인테리어의 중심, 소파는 앉을 사람 수로 고른다
거실에 들어서면 다른 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Lee Jofa의 Hollyhock Handblock 친츠 원단을 약 50야드 써서 씌운 초대형 섹셔널 소파가 방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어서다. 할머니 댁 커튼에서나 볼 법한 그 꽃무늬를 현대적인 모듈형 소파 형태에 입힌 게 이 집 인테리어의 첫 번째 반전이다. 본인은 “처음 본 순간부터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다”고 했다.
흥미로운 건 이 소파가 예쁘라고만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Heidi Caillier 팀은 면 머슬린으로 실물 크기 목업을 먼저 만들어 Kendall Jenner를 직접 앉혀봤고, 처음 버전이 너무 딱딱하고 좁다는 반응에 좌방석 깊이를 42인치(약 107cm)까지 늘렸다. 프레임은 FSC 인증 오리나무, 스프링은 하나하나 여덟 방향으로 손으로 묶는 방식이다. 그녀가 그린 장면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게임하는 밤, 친구들이 소파에 끼어 앉아 있는 집. 실제로 얼마 전엔 소파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람이 꽉 찼고 바닥에 앉은 사람까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원칙은 소파를 디자인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으로 고르라는 것이다. 좌방석이 얕은 소파는 등을 세우게 만들고, 깊은 소파는 몸을 기대 눕게 만든다. 몸이 편하면 대화가 길어지고, 대화가 길어지면 그 집은 “모이는 집”이 된다. 가구 하나가 집주인의 생활 방식뿐 아니라 손님의 행동까지 바꾸는 셈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이 정도 면적의 꽃무늬는 시선이 쉴 곳을 빼앗는다. 이 거실이 버티는 건 화이트 패널 벽과 짙은 목재 보, 차분한 러그가 무늬를 받쳐주고, 층고와 면적이 넉넉해서다. 국내 아파트 거실에서 소파 전체를 친츠로 감싸면 방이 소파에 먹힌다. 소파 몸체는 단색으로 두고 쿠션이나 1인 체어, 슬립커버에만 꽃무늬를 쓰는 편이 현실적이다. 깊이만큼은 따라 해볼 만하다. 거실이 좁다면 소파 길이를 줄이더라도 깊이는 지키는 쪽이 오래 앉게 만든다.

현관은 브라운으로 어둡게, 원형 창 하나가 첫인상을 만든다
현관은 일부러 어둡다. 벽은 Benjamin Moore의 Clinton Brown으로 칠했고, 원형 창 아래 창가 벤치에는 Pierre Frey의 타탄 원단 쿠션을 깔았다. 이 원형 창은 Kirby Lee와 Heidi Caillier가 새 집에 “엉뚱한 구석”을 만들어 주려고 일부러 넣은 장치다. 보드 앤 배튼 패널 벽, 천장 보, 크기를 줄인 격자창도 같은 의도다. 신축은 아무리 잘 지어도 반들반들하고 이야기가 없어 보이기 쉬운데, Caillier는 벽에 질감을 많이 주고 천장에 디테일을 넣어 큰 창의 시원함과 균형을 맞춘다고 설명한다.
짙은 현관이 효과를 내는 이유는 대비다. 좁고 어두운 공간을 지나 밝고 트인 거실로 나오면, 같은 거실도 실제보다 넓고 환하게 느껴진다. 건축에서 흔히 쓰는 ‘압축 후 해방’ 수법이다. 원형 창은 그 어둠 속에서 거의 유일한 광원 역할을 하며 시선을 붙잡는다.
짙은 벽은 빛을 먹는다. 해가 지면 이 현관은 금세 동굴처럼 가라앉을 것이다. 창가 벤치 옆 벽등 하나로는 부족해 보이고, 발밑을 비추는 낮은 조명이나 테이블 램프를 하나 더 두는 게 안전하다. 국내 아파트 현관이라면 중문 안쪽 벽 한 면만 브라운이나 올리브처럼 짙은 컬러로 칠하고 작은 벤치를 두는 것만으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방 인테리어는 뉴트럴하게, 색은 바닥과 레인지에 맡긴다
주방은 거실과 벽 없이 이어진다. 여기서 Kendall Jenner는 한발 물러섰다. 캐비닛을 옐로우로 칠할지 오래 고민하다가 “집 안에 이미 벌어지는 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목재 톤의 뉴트럴로 정리했다. 대신 색은 바닥의 버건디와 화이트 체커보드, 블루 Lacanche 레인지, 싱크대 아래 작은 체크 커튼에 맡겼다. 상판과 백스플래시는 퍼플 결이 굵게 흐르는 Calacatta Viola 대리석, 아일랜드 스툴은 Design Frères 제품이다.
이 주방의 진짜 조명은 천창이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어떻게 빛을 최대로 끌어들일지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로, 위를 올려다보면 나무 꼭대기가 창에 걸린다. 위에서 떨어지는 빛은 옆창보다 고르게 퍼지고 그림자를 덜 만든다. 작업대 위에서 손이 만드는 그림자가 줄어드니 주방에 특히 유리하다. 저녁에는 벽등과 펜던트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데, 대리석과 금속 수전이 따뜻한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사된다.
한쪽 벽엔 석재 벽난로까지 있다. 엄마 Kris Jenner(크리스 제너)의 아이디어다. 함께 집을 보러 갔다가 주방에 벽난로가 있는 걸 보고 둘 다 반했다고. 벽난로가 들어가는 순간 주방은 요리만 하고 나가는 곳에서 불 앞에 둘러앉아 머무는 곳으로 바뀐다.
다만 ‘뉴트럴’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이 주방도 꽤 바쁘다. 결이 굵은 대리석, 체커보드 바닥, 선반 위 컬러 접시 컬렉션까지 무늬 셋이 한 시야에 겹친다. 국내 주방에서 이 조합을 옮긴다면 하나만 고르는 게 좋다. 상판 무늬가 강하면 바닥은 단색으로, 바닥을 체커보드로 깔았다면 상판은 무늬 없는 쪽으로. 색은 레인지나 하부장 커튼처럼 나중에 바꿀 수 있는 요소에 거는 것이 실패 비용을 줄인다.

다이닝은 선룸처럼, 긴 벤치가 사람을 붙여 앉힌다
다이닝룸은 창이 방을 둘러싼다. Kendall Jenner는 이 방이 선룸처럼 느껴지길 원했고, 바깥의 아스펜 나무가 잎을 흔들며 빛을 깜빡이게 만든다. 이 집에서 다 같이 앉아 밥 먹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여기뿐이라 큰 테이블이 필요했다. 창을 따라 짠 대형 벤치는 Howe at 36 Bourne Street 원단에 Pierre Frey 트리밍을 둘렀고, 테이블은 Petersen Antiques, 의자는 Vico Magistretti의 빈티지 의자다. 천장엔 1stDibs에서 구한 Arredoluce 펜던트가 걸려 있다.
테이블 위에는 세 번의 방문 동안 여덟 명 정도가 달라붙었는데도 아직 못 끝낸 퍼즐이 펼쳐져 있다. 본인은 “퍼즐이 나를 비웃는 것 같다”며 웃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장면이 이 방의 성격을 말해준다. 식사가 끝나도 치우지 않고 펼쳐둘 수 있는 큰 테이블은 사람을 다시 그 자리로 불러온다.
벤치가 핵심이다. 의자는 한 사람에 한 자리지만, 벤치는 엉덩이를 조금씩 밀면 한 명이 더 끼어 앉는다. 인원 변화에 유연하고 몸이 가까워지니 대화가 섞인다. 로만 셰이드는 직사광을 한 번 걸러 눈부심 없이 방 전체를 밝힌다. 국내 아파트라면 창가나 벽을 따라 붙박이 벤치를 짜고 좌석 아래를 수납으로 쓰는 방식이 좋다. 의자 네 개 놓던 자리에 벤치 하나를 넣으면 같은 면적에서 한두 명이 더 앉는다.

작은 파우더룸일수록 과감하게, 컬러 세면대 하나로 충분하다
이 집의 유일한 파우더룸은 사방이 목재다. 뉴욕의 디자인 스튜디오 Green River Project의 온통 나무로 된 작은 욕실에 컬러 변기와 세면대를 넣은 사례를 보고 따라 만들었다. 세면대는 The Water Monopoly의 옐로우 제품, 수전은 Drummonds, 거울은 Waterworks. 옐로우 변기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한바탕 화제가 되기도 했다. Heidi Caillier는 버터 옐로우가 유행하기 전에 이미 이 색을 골랐다고 한다.
파우더룸은 과감한 시도를 하기에 가장 안전한 방이다. 머무는 시간은 짧고 손님은 반드시 한 번은 들어간다. 그러니 강한 인상을 남기기 좋고, 질려도 피로가 적다. 바로 옆 바(bar)는 짙은 벽에 온라인 웨스턴 경매에서 직접 낙찰받은 풍경화와 카우보이 그림을 걸어 산장의 맥락을 한 번 더 확인시킨다.
아쉬운 쪽은 빛이다. 진한 목재로 감싼 작은 방은 같은 전구를 달아도 훨씬 어둡게 읽힌다. 거울 옆 벽등 하나에 기대기보다 거울 양옆이나 위쪽에 2700K 정도의 따뜻한 조명을 하나 더 더하면 얼굴에 그림자가 덜 진다. 국내 손님 화장실에 적용한다면 벽 전체 우드 패널은 습기 관리가 부담스러우니 세면대 뒤 한 면만 패널로 두르고, 세면볼이나 수전 하나를 컬러로 바꾸는 정도가 적당하다.

작은 꽃무늬 벽지는 짙은 천장과 벽난로가 받쳐줄 때 산다
안방은 작은 꽃이 촘촘히 박힌 Howe at 36 Bourne Street의 벽지로 감쌌다. 벽지 롤을 처음 봤을 때 Kendall Jenner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어 잠깐 공황이 왔다고 털어놨고, Heidi Caillier는 “이번엔 나를 믿어보라”고 했다. 결과는 본인 말로 “성숙한 방인데 동시에 어린 소녀의 방 같은” 공간이다. 박공 천장은 리클레임드 목재 보와 패널로 마감했고, 한쪽에는 블랙 맨틀의 벽난로가 있다. 벽난로 옆엔 Robert Kime 원단을 씌운 Nickey Kehoe 체어, 바닥엔 Eliko Rugs의 러그가 깔렸다.
작은 패턴은 큰 패턴과 다르게 작동한다. 몇 걸음만 떨어져도 무늬가 아니라 질감처럼 읽혀서 벽이 조용하게 흔들리는 정도로만 보인다. 침실에 꽃무늬를 쓴다면 이쪽이 정답에 가깝다. 여기에 짙은 목재 천장이 위에서 무게를 잡아주니 벽지가 둥둥 뜨지 않는다. 사방이 패턴으로 감싸인 방은 안겨 있는 느낌을 주고, 그 안정감이 수면과 휴식으로 이어진다. 본인이 “여기서 깨어나는 게 좋다”고 한 이유가 거기 있을 것이다.
조명도 이 방은 세 겹이 잘 깔렸다. 천장에는 보에 단 작은 조명이, 침대 양옆에는 벽부형 독서등이, 거기에 테이블 램프와 벽난로 불빛이 더해진다. 짙은 천장은 빛을 흡수하니 천장 조명만으로는 어두웠을 텐데, 낮은 위치의 따뜻한 광원을 여러 개 둬서 그 문제를 피했다. 국내 침실에서 따라 한다면 침대 헤드 쪽 벽 한 면에만 작은 꽃무늬 벽지를 바르고, 천장등 대신 침대 옆 벽등과 스탠드로 밤 조명을 꾸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벽지로 방 분위기를 통째로 바꾼 사례는 〈Selena Gomez의 Encino 저택〉에서도 볼 수 있다. 그쪽은 정글 프린트로 음악실 전체를 감싸 훨씬 대담하게 갔다.


체커보드 샤워실, 주방 바닥의 패턴을 욕실로 이어받는다
안방 욕실 벽은 Farrow & Ball의 Brinjal, 버건디 계열의 딥 컬러로 칠했다. 본인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색 중 하나라고 부르는 버건디 계열이다. 볼트 천장에 창이 많고 면적도 넉넉해서 머물고 싶어지는 욕실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샤워실을 꼽았다. Zia Tile과 Clé 타일로 짠 레드와 화이트 체커보드가 샤워실 전체를 감싸고, 수전은 Barber Wilsons & Co., 샤워 도어는 Bananas + Hammocks 제품이다.
이 체커보드는 주방 바닥에서 가져왔다. 같은 모티프를 다른 방에서 크기와 재료만 바꿔 반복하면, 서로 떨어진 공간이 한 집이라는 걸 무의식중에 알려주는 끈이 생긴다. 방마다 패턴이 다른 집이 산만해지지 않으려면 이런 반복이 꼭 필요하다.
강한 대비의 체커보드는 좁은 공간에서 어지럽기 쉽다. 이 샤워실이 버티는 건 바깥 욕실이 넓고 벽이 짙어서 체커보드가 일종의 ‘액자 속 그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세면대 위에는 Rose Tarlow 원단 셰이드를 씌운 Urban Electric Co. 벽등과 이탈리아 미드센추리 거울을 걸어 짙은 벽 위에 따뜻한 빛 웅덩이를 만들었다. 국내 아파트 욕실처럼 좁은 경우라면 바닥에만 체커보드를 깔고 벽은 단색으로 두거나, 대비가 약한 두 색(크림과 베이지, 그레이와 화이트)으로 체커보드를 짜는 편이 덜 피곤하다.

어른용 벙크룸, 침상마다 창 하나와 패브릭 하나를 준다
Kendall Jenner가 “어른용 벙크 베드룸”이라고 부르는 방이다. 2층으로 쌓은 침상 네 개는 각각 다른 원단으로 감싸 저마다 작은 세계처럼 만들었고, 침상마다 작은 격자창을 하나씩 냈다. 벽은 Farrow & Ball의 Salon Drab, 퀼트는 Nissa Sorenson의 맞춤 제작품, 바닥엔 빈티지 킬림 러그가 깔렸다. 조카들이나 언젠가 생길 자기 아이들이 쓰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하는데, 정작 지금은 친구들이 자고 간다. 어른이 누워도 넉넉한 크기다.
이 방에서 유일한 레드 사다리는 본인이 집 곳곳에 레드를 넣자고 졸랐다가 번번이 거절당한 끝에 겨우 얻어낸 자리다. 그녀는 “한밤중에 화장실 가야 하는 2층 사람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웃었다. 실제로 사다리 경사가 가팔라서 어두울 때 오르내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발 디딤판 아래나 침상 입구 쪽에 작은 발밑 조명을 넣었다면 더 친절했을 것이다.
침상마다 창을 따로 준 건 영리한 선택이다. 같은 방을 여럿이 나눠 써도 각자에게는 자기만의 하늘이 있는 셈이다. 커튼을 치면 혼자가 되고 걷으면 다시 함께가 된다. 국내 아이방에 2층 침대를 넣을 때도 각 침상에 개별 독서등과 커튼을 달아주면, 형제가 방을 같이 써도 ‘내 자리’라는 감각이 생긴다.

그린 타일과 브라운 목재, 70년대 욕실은 블루 벽등으로 마무리한다
벙크룸에 딸린 욕실은 본인 말로 70년대 느낌이다. 바닥과 샤워실은 Zia Tile에 맞춤 제작한 샤르트뢰즈 그린 타일, 벽은 짙은 목재 비드보드다. 세면대 두 개는 The Water Monopoly, 수전은 Drummonds, 그 사이에 1stDibs에서 찾은 빈티지 테이블을 끼웠다. 곳곳에 일부러 중심을 비껴 놓은 디테일은 “완벽하지 않고 어딘가 비뚤어진 순간”을 원했던 그녀의 주문에서 나왔다.
이 방의 조명은 Lumfardo의 블루 금속 벽등이다. 비드보드 위에 낮게 달아 빛이 목재 골을 타고 흘러내리게 했고, 그린 타일의 유약면이 그 빛을 다시 튕겨낸다. 목재는 빛을 먹고 유약 타일은 빛을 돌려주니, 둘을 섞으면 밝기와 온기가 동시에 잡힌다. 그린과 브라운, 거기에 블루 벽등까지 따로 보면 제각각인 색이 한 방에 모이는 건 셋 다 채도를 한 단계씩 눌렀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작업 조명이다. 거울 앞에서 면도나 화장을 하기엔 벽등의 빛이 위에서 아래로만 떨어진다. 국내 욕실이라면 거울 테두리 뒤에 LED 간접 조명을 넣어 얼굴 정면을 보조하고, 디머 스위치를 달아 밤에는 벽등만 약하게 켜는 식으로 두 가지 모드를 만드는 게 좋다.

도트 벽지와 레드 철제 침대, 게스트룸은 실험하기 좋은 방
게스트룸 중 한 곳은 Lisa Fine Textiles의 도트 벽지로 감쌌다. 침대는 Charles P. Rogers의 레드 철제 프레임, 협탁은 Shoppe Amber Interiors 제품이다. 본인이 “과감했던 방의 대표 사례”로 꼽은 곳으로, 종이 위에서 도트를 볼 땐 겁이 났는데 막상 바르고 나니 완벽하게 맞았다고 했다. “이 방에서 하룻밤 자볼까 싶을 정도”라나.
게스트룸이 실험에 적합한 이유는 파우더룸과 같다. 매일 쓰는 방이 아니라 질릴 틈이 없고, 손님에게는 오히려 기억에 남는 방이 된다. 사실 이 집 전체가 같은 논리 위에 서 있다. 그녀는 이 집이 별장이라 부담이 훨씬 적었고,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그냥 질러보자”고 마음먹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레드 침대와 핑크 톤 도트 벽지, 그린 스트라이프 침구가 함께 있는데도 방이 소란스럽지 않은 건 바닥이 내추럴 소재 러그로 잔잔하게 깔리고 가구 수가 최소한이기 때문이다. 패턴이 많은 방일수록 물건을 줄여야 한다. 국내 주택이라면 작은방이나 서재에서 먼저 시도해보는 걸 권한다. 실패해도 벽지 한 방이고, 성공하면 그게 거실로 번질 자신감이 된다.

짙은 그린 욕실의 조명 공식, 벽등은 거울 양옆에 쌍으로
본인이 “어쩌면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욕실”이라고 말을 바꾼 곳이다. 짙은 그린으로 칠한 패널 벽에 샤워실은 코발트 블루 타일, 곳곳에 레드 램프 셰이드로 포인트를 줬다. 그녀는 이 집의 주제를 한 단어로 “컬러”라고 했다. 밖에서 보면 단순하고 깔끔한데, 안에 들어오면 흥분되는 집. 이 욕실이 그 말에 가장 가깝다.
이 욕실에서 볼 건 조명 배치다. 세면대 두 개 위에 거울 두 개, 그리고 각 거울 양옆으로 주름진 패브릭 셰이드를 씌운 벽등이 한 쌍씩, 모두 네 개가 달렸다. 얼굴 높이에서 양쪽으로 빛을 주면 천장등 하나로 비출 때 생기는 눈 밑과 코 밑 그림자가 사라진다. 짙은 그린은 빛을 많이 흡수하니 광원 수를 늘려 밝기를 보충한 것이고, 셰이드가 빛을 한 번 걸러 눈부심 없이 따뜻하게 퍼진다. 짙은 벽과 웜톤 조명이 만나면 욕실이 위생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방처럼 느껴진다.
국내 욕실 대부분은 천장 한가운데 다운라이트 하나로 끝난다. 거울을 바꿀 계획이 있다면 거울 양옆에 벽등 배선을 미리 빼두고, 색온도는 2700~3000K로 맞추는 걸 권한다. 벽등을 달 여유가 없다면 거울 뒤 간접 조명만으로도 얼굴 그림자가 크게 줄어든다. 벽 컬러를 짙게 가고 싶다면 조명은 그만큼 하나 더 늘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Airstream을 땅에 고정해 세 번째 손님방으로
마지막 손님방은 집 밖에 있다. 몇 년 전 생일 선물로 받은 2020년식 Airstream Bambi 트레일러다. LA 집에 세워만 두다가 이 산장을 지으며 “여기 손님방으로 쓰면 얼마나 귀여울까” 싶어 끌고 왔다. 속을 다 비우고 원래 있던 주방 설비를 걷어낸 뒤 땅에 고정하고, 진짜 배관과 전기, 냉난방을 연결했다. 그렇게 세 번째 게스트룸이 됐다.
안은 작은 어른용 놀이집 같다. 우드 베니어 벽에 Urban Ice Tribe의 아연 욕조와 Waterworks 수전, Heather Taylor Home 원단으로 감싼 욕실, 침대 창가엔 빈티지 이탈리아 리넨 커튼과 Bode 침구가 들어갔다. 본인 설명으로는 “막판에 갑자기 여행 합류한 친구를 재우는 귀여운 자리”다. 본채에 방을 더 늘리는 대신 이동식 공간을 붙여 손님 수에 탄력을 준 방식이라, 국내에서도 마당 있는 주택이나 세컨드하우스라면 모듈형 캐빈이나 트레일러로 비슷한 선택지를 검토해볼 만하다. 다만 국내에서는 고정 설치 순간 건축물로 볼지 여부가 갈리니 인허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녀는 집이 완성된 뒤 첫 여름을 이곳에서 보냈다. 낮에는 ATV를 타고 자전거를 타거나 하이킹을 하다가 돌아와 저녁을 해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산에서 실컷 더러워지고 돌아와서 바비큐 하는 게 좋다”며, 며칠 있으면 지루해질 것 같다가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깊은 소파, 벤치를 두른 식탁, 창이 하나씩 달린 침상, 마당의 트레일러까지, 이 집의 방들은 하나같이 누군가를 더 들일 자리를 남겨두고 있다. 지루할 틈이 없는 건 아마 그 자리가 늘 채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