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감에 박테리아를 뿌려 놓고 하루를 기다리면 염료가 된다. Neri Oxman(네리 옥스먼)이 이끄는 스튜디오 Oxman이 공개한 바이오 섬유 염색 프로젝트 Vigils 이야기다. 건축·디자인 분야의 소재 연구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실험이다.
3D 니트 실크에 대장균을 뿌린다
과정은 이렇다. 3D 니트로 짠 실크 직물에 박테리아가 든 용액을 분사하고 그대로 둔다. 직물을 이룬 작잠(Tussah) 실크 실에는 박테리아에 반응하는 화학물질이 코팅돼 있다. 이 코팅이 용액과 섞이면 일종의 바이오리액터가 된다. 스튜디오는 분사 용액에 생명공학과 합성생물학 연구에 흔히 쓰는 대장균 BL21 균주를 넣었다.
24시간이 지나면 직물 위에서 살아 있는 박테리아 배양체가 자란다. 수십억 개 세포로 이뤄진 이 생물이 번지면서 남기는 아미노산이 직물에 색을 입힌다. 이후 직물을 씻어 말리면 박테리아는 사라지고 색소만 남는다.
퇴색한 인디고와 핑크, 스프레이가 그린 패턴
색은 바랜 듯한 인디고와 핑크다. 패턴은 디자이너가 스프레이로 박테리아를 얼마나 촘촘히, 어디에 뿌렸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스튜디오는 기법을 보여주려고 케이프 네 벌을 만들었다. 은은한 색과 무늬가 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Neri Oxman은 이 결과가 색을 입히는 또 하나의 방법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과정 자체가 디자인의 일부가 되어 기존 염색으로는 낼 수 없는 패턴과 변주를 만들고, 각 직물이 자신을 만든 과정의 표현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직은 프로토타입
스튜디오는 이 기법을 자원을 많이 쓰는 산업 염색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다만 한계도 분명히 밝혔다. Vigils는 합성생물학과 소재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연구형 프로젝트이지, 완전히 최적화된 산업 염색 공정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환경 영향을 따지는 전과정평가(LCA)도 폭넓게 거치지 않았고,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다.
Oxman은 2024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스튜디오를 열었고, 당시 AI가 설계한 초고층 건물을 공개해 연산 설계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소재생태학(material ecology)을 이끌어 온 디자이너의 이번 실험은 건축에서 소재를 만들고 기르는 방식으로 관심이 옮겨 가는 흐름과 이어진다. 앞서 소개한 〈헴프크리트로 지은 아이슬란드 오두막, 콘크리트 대신 대마〉처럼 식물성 소재로 건물을 짓는 시도와 함께 놓고 보면 방향이 읽힌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Neri Oxman experiments with fabric pigment created by bacter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