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오케이레코즈 대표가 15년간 손봐온 자택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카사 브루투스 2026년 10월호, ‘서울 라이프스타일 가이드’ 특집을 통해서다. 1998년 창간 이래 한국인이 표지를 장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K팝 업계에서 가장 화제성 큰 인물 중 하나가 15년을 들여 완성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정작 화보 속 방은 흔히 말하는 ‘완벽하게 정돈된 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정리가 아니라 밀도로 완성한 방
거실에는 파란색 빈티지 암체어와 알록달록한 색의 낮은 테이블 여러 개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장난감과 소품들이 자유롭게 올라와 있다. 한쪽에는 턴테이블과 스피커가 자리 잡았고, 벽에는 그림 액자와 화분이 걸려 있다. 한눈에 봐도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은 아니다.
보통 인테리어 조언은 ‘비우고 정돈하라’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이 방은 반대로, 좋아하는 것들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리는 쪽으로 완성돼 있다. 물건이 많아도 어수선해 보이지 않는 건, 원목 바닥과 따뜻한 조명이라는 공통된 톤이 알록달록한 소품들을 하나로 묶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아무 물건이나 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색이나 재질 중 하나는 통일하는 게 먼저다. 이 거실이라면 원목 바닥과 따뜻한 조명이 그 역할을 한다 — 좋아하는 물건이 많은 사람이라면, 전부 치우는 대신 그중 반복되는 색이나 재질부터 찾아보는 게 순서다.

수납장을 책상으로 쓴다는 발상
눈에 띄는 건 책상이다. 다리 대신 레드·옐로우·블루 컬러 블록으로 마감된 수납장을 그대로 상판 받침으로 쓰고 있다. 빈티지 스토리지 유닛을 책상 다리 삼아 재조합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능은 책상이면서 형태는 수납가구인 셈이다.
가구를 원래 용도대로만 쓰면 방은 무난해지지만 개성은 사라진다. 하나의 오브제를 다른 기능으로 바꿔 쓰는 순간, 그 공간에서만 볼 수 있는 조합이 생긴다. 다만 이건 아무 가구에나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고, 원래 마감이 단단하고 상판이 평평한 빈티지 수납가구일 때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다.
집에 안 쓰는 서랍장이나 오래된 캐비닛이 있다면, 버리기 전에 상판 위에 유리나 원목 판을 올려 책상으로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새 가구를 사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방에 하나뿐인 가구를 만들 수 있다.

규칙은 최소, 개성은 최대
창가 코너에는 사람 키에 가까운 선인장과 자주색 빈티지 사무용 의자, 노란 ‘M’ 모양 상판이 올라간 앤티크 스툴, 손 모양 사진이 붙은 벽까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다. 어느 것 하나도 서로 짝을 맞춘 티가 나지 않는데,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다.
민희진은 화보에서 “전혀 다른 디자인을 섞어 놓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이 코너는 스타일을 하나로 정하고 물건을 고르는 대신, 마음에 드는 것들을 먼저 모으고 배치로 조화를 맞춘 쪽에 가깝다. 규칙은 최소로 두고 개성은 최대로 살리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 인명구조원 유니폼에서 개성을 읽어낸 사례와도 비슷한 결을 갖는다.
이런 믹스 스타일을 집에 적용하고 싶다면 색이나 시대감이 다른 가구를 무작정 섞기보다, 식물처럼 ‘실패하지 않는 하나’를 기준점으로 두는 게 안전하다. 초록색 화분 하나만 있어도 그 주변에 놓인 서로 다른 가구들이 한 공간으로 묶여 보인다.

집과 다른 결의 사옥, 그리고 서울의 공간들
화보에는 자택 외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새로 지은 오케이레코즈 사옥도 함께 담겼다. 노출 콘크리트와 통유리로 마감한 외관은 자택의 컬러풀하고 빈티지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 같은 사람이 만든 두 공간이 이렇게 다른 톤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지점이다.
집이 ‘쌓아 올린 개인적 취향’을 보여준다면, 사옥은 ‘정제된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준다. 공과 사를 공간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방식은, 두 공간을 오가는 사람의 정체성을 각각 다르게 설계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취향은 집 밖에서도 이어진다
화보에는 그가 즐겨 찾는다는 서울 시내 공간도 함께 실렸다. 옛 극장 매점을 연상시키는 우드톤 인테리어에 빈티지 소품이 놓인 공간으로, 자택에서 보였던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목과 레트로 소품을 좋아하는 성향이 집 안에서 그치지 않고 그가 고르는 장소로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15년간 자신의 공간을 완성해 온 방식은 결국 ‘유행하는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계속 모으고 조합하는 것’에 가까웠다. 화려한 리모델링보다 오래 쌓아온 물건들의 조합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걸, 이번 화보는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