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탈리아 해변에 가면 누구나 마주치는 색이 있다. 태양과 소금기에 바랜 빨간 탱크톱. 국제 기준을 따르는 대신 이탈리아는 155년째 이 색을 고집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카를로 라티(Carlo Ratti)는 여기서 건축을 읽었다.
라티는 이탈리아 국가구조협회(Società Nazionale di Salvamento)가 정한 인명구조원 복장 규정을 디자인 비평가의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매년 여름 수만 명을 물에서 건져내는 이들은 안전의 상징이자, 8000km에 달하는 이탈리아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시각적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규정은 최소, 개성은 최대
국제인명구조연맹은 상의는 노란색, 하의는 빨간색을 권고한다. 호주와 영국은 이 권고를 거의 군복 수준의 표준화로 만들었다 — 동일한 유니폼, 정해진 소재, 엄격한 규정. 반면 이탈리아는 국제 기준을 권고 사항 정도로 여기는 나라답게, 목부터 허벅지까지 짙은 빨강 한 가지만 고수한다.
이탈리아 규정이 명시하는 건 앞뒤로 또렷하게 보여야 하는 글자 표기 정도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각자의 몫이다. 그 결과가 로우컷 탱크톱, 햇볕에 바랜 티셔츠, 빈티지 반바지, 영화배우 같은 선글라스다. 라티는 이를 두고 “교조가 아니라 패션 선언, 거의 트로피처럼 입는 유니폼”이라고 표현했다.
‘건축가 없는 건축’과 닮았다
라티는 이 긴장 관계 — 위에서 정한 규칙과 아래로부터의 자유 사이의 균형 — 을 베르나르 루돌프스키가 20세기 토속건축(vernacular architecture) 연구에서 다뤘던 주제와 연결한다. 1964년 뉴욕 MoMA에서 열린 그 유명한 전시 《Architecture Without Architects》가 그 결실이다. 규칙과 자유 사이의 섬세한 균형이 가장 매력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박봉과 고된 근무, 피할 수 없는 화상(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다)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탈리아 열여덟 살들에게 인명구조원 자격시험은 여전히 통과의례로 남아 있다. 책임감과 자기과시를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이자, 그 유니폼을 통해 이탈리아 해변 풍경의 뜻밖의 디자이너가 되는 셈이다.
이 글은 라티가 이탈리아의 일상 사물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여름 연재 ‘Objectify’의 한 편이다. 모카포트, 베스파 같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고전들을 다뤄온 이 연재에서, 이번엔 뜻밖에도 해변의 유니폼이 주인공이 됐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