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예쁜 공간 꾸미기가 아닌 삶의 행복을 디자인하는 시작이라는 홍예가 만드는 공간

다른 집, 다른 공간, 다른 제품에 다른 라이프 스타일 이지만 ‘이것은 홍예의 인테리어다’하는 무엇인가가 모든 작품에 있었다. 특정 시그니쳐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런 느낌을 받는지 홍예를 대변하는 숨은 그림자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물었다. 홍예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에서 어떤 공간과 어떤 희망이 일치했을 때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홍예가 가지는 기본 철학입니다.”

홍예디자인의 최원용 대표가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만큼 확고하고 명확한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모든 인테리어에 녹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철학이 홍예 인테리어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었다. 행복, 홍예에게 인테리어는 단순히 예쁘게 공간을 꾸미는 것이 아닌 삶을 행복하게 디자인하는 시작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홍예디자인의 최원용 대표

구조에 삶을 맞추지 않고 삶에 맞는 구조 설계

홍예디자인의 최원용 대표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예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예쁘면서 실용적일 수 있을까?’ 를 탐구한다고 한다. 획일화된 한국의 주택 구조에서 거주자의 개성을 담아내는 것은 사실 어려운 작업이다. 내 삶이 입혀진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 구조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구조 디자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다. 삶의 패턴이 녹아든 동선의 변화만으로도 집 공간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다.

“대부분 아파트 생활이 구조에 맞춰 이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힘들고 재미가 없습니다. 삶에 맞춘 구조는 생활의 편의는 물론 재미까지 더해줍니다.” 라고 최원용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모든 집이 구조 변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간구조를 변형하는 공사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구, 조명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최대의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고객의 가치관, 취향, 습관, 생활 패턴과 기호를 알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 되었다. 제품 하나하나에 고객의 생활 패턴, 취향, 가치관까지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홍예는 고객의 이 니즈를 분석하고 찾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고객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인테리어 디자인의 첫 번째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을 더했다.

업무공간과 생활공간이 하나로 짜여진 인테리어 아름다운 동선의 디자인 공간.

조명과 가구만? 수납공간이 중요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일까? 조명과 가구다. 이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또 아는 부분이다. 홍예는 여기에 하나를 더 언급한다. 수납공간. “수납공간은 많이 짜는 것이 아닌 정확하게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고 수납공간의 방향성을 강조한다. 수납공간은 단순히 공간 확장의 개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깔끔하게 집 전체를 하나로 통일하는 역할도 한다. 어디에 수납공간을 만드느냐에 따라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고 생활 동선이 엉키기도 한다.

수납을 해결하면 가구 선택도 쉬워진다. 가구 선택에 군더더기가 없어진다. 목적과 공간에 맞는 가구선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공간을 가장 효율성 있게 쓰기 위해서는 가구 선택이 중요합니다. 사용자 목적에 맞는 가구가 배치되었을 때 넓어 보이고 효율성 있게 됩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할까? 누가 함께 있을까 ?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그 장소에 맞는 가구가 나오게 됩니다.”

무엇을 좋아하는 가를 고민하다 보면 거기에 맞는 동선과 가구가 정해진다. 그 좋은 예의 주택 내부다.

인테리어에 있어 어떤 색깔의 조명, 어떤 브랜드의 가구보다 중요한 것이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 같은 최원용 대표의 철학은 ‘집은 삶의 보물상자가 되어야 한다’는 그가 좋아하는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작가)의 집에 대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최원용 대표는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대신 홍예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를 바란다. 최원용이라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 홍예라는 울타리에서 고객과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이 만드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광명시에 위치한 빌라 팁층의 주거 공간. 탁트인 천고가 주는 아름다움과 여유가 집 전체를 우아하게 만들었다.

영상에 없는 인터뷰

고객과 알고 지내 온 것이 2년이 넘는다. 설계 시작부터 그들의 니즈를 계속 이야기했다. 가족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보통은 티비를 보는 리빙공간에 중점을 두는데 이분들은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다이닝 공간이 중심이 되기 바랐다. 해서 원래 주방 위치와 리빙 공간으로 사용하던 곳을 바꾸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처럼 멋진 리빙+다이닝 공간이 완성되었다.

  • 탑층이라 가능하겠지만 천장고가 높다. 2층의 일부를 없애고 1층의 일부로 만든 이유는?

천고가 사람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창의력이 올라가고 어른들에게는 바다나 산에 올라갔을 때 느끼는 시원함 같은 것을 준다. 그리고 이층으로 분리되는 부분은 아이가 쓰는 다락느낌의 오픈 플랜으로 만들었다.

  • 사람들이 조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조명을 고르는 팁이 있을까?

원하는 스타일과 색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 인테리어 시 조명을 먼저 고르면 안 된다. 이 공간을 사용할 때 내가 어떻게 쓸까를 먼저 생각하면 거기에 맞는 가구와 색깔이 정해진다. 그렇게 되면 어떤 조명을 놓는 것이 좋은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순서로 따지면 조명은 가장 나중이다.

  • 공간에 대한 일반적인 이름과 개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는 안방이라는 개념이 있다. 파우더룸과 욕실이 딸린 방인데, 큰 방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현대에는 맞다고 생각한다. 또 티비와 소파가 있는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을 거실이라고 부르지만 가족이 같이 모여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 거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존 틀에서 벗어나 방의 배치를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안방을 제일 크게 가져갈 필요 없이 부부가 쓰기 편한 두 번째로 큰 방이 될 수도 있다. 안방이 주인공이 아닌 다른 공간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공간을 넓게 보일 수 있는 인테리어 팁을 준다면?

수납과 색감과 재질을 잘 선택하는 것이 요지다. 평면보다 수직적인, 즉 위 공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또 짙고 강렬한 색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테이블과 조명을 가지고 공간의 중심을 잡는다.

  • 인테리어 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역시 획일화된 공간이다.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되지 않았고 반영하기도 상당히 힘들다. 그렇다보니 인테리어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 앞으로 한국 주택 공간의 트렌드 변화를 어떻게 보나?

가족들이 같이 소통하는 공간에 대한 필요가 더 많아지고 이를 실현해 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색감과 타일 등 재료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가 많았다면 생활과 생활 패턴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면서 그것들을 채우기 위한 방법, 디자인을 찾아간다.

  • 다시 광명 집 이야기인데, 주방이 상당히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주방을 인테리어 하는 팁을 준다면 무엇이 있을까?

우선은 동선이다.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 인지에 따라 제품 물건이 위치가 달라진다.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상부 수납장이다. 상부에 수납장이 있으면 공간이 답답해지고 좁아진다. 사실 대부분의 집이 싱크볼 위에 수납장 하나 정도 사용한다. 옆으로 키 큰 수납장 하나면 상부 수납장 없어도 충분하다.

  • 한국의 소파 활용이 서양과 다르다. 대부분 소파를 벽에 붙여 사용하는데?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공간이 좁아서다. 소파는 티비를 편하게 보기 위해 사용한다. 티비 바로 앞에 소파를 놔야하는데 공간이 좁다. 최대한 멀게 하려다 보니 벽에 붙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식이다. 사람들이 벽에 붙어 있는 것만 봤다. 그래서 소파 뒷모습이 나오게 되면 뭐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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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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