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천650만 달러에 이 집을 산 Kylie Jenner가 최근 매매가를 또 한 번 낮췄다. 지난해 12월 4천800만 달러에 내놓았던 로스앤젤레스 홈비힐스 저택을, 이번엔 3천850만 달러로 조정했다. 매물을 담당하는 컴퍼스 측은 이 집을 “사생활을 지키려는 이들을 위한 현대적 요새”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담장 높이만 12피트, 약 3.6m에 달한다.
재미있는 건 ‘요새’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으로 집을 훑다 보면 바깥에서는 철저히 닫혀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다른 집이 나온다. 그 낙차가 이 저택의 인테리어를 읽는 핵심 열쇠다.

담이 너무 높으면 이웃도 못 알아본다
도로에서 찍은 사진 한 장만 보면 이게 저택인지 창고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회색 게이트와 빽빽한 조경수가 집 전체를 가리고, 야자수 몇 그루만 담장 위로 삐죽 나와 있다. 프라이버시를 지키겠다는 의도는 명확한데, 그 대가로 동네와의 접점은 완전히 사라졌다.
사생활과 개방감은 원래 시소 관계다. 담을 높이 쌓을수록 안은 안전해지지만 바깥에서 보는 집의 표정은 사라진다. 유명인 저택이라 극단적으로 높은 담장을 택했겠지만, 일반적인 단독주택에서 이 정도 폐쇄성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지나가는 사람 입장에서 완전히 막힌 담장은 ‘경계’가 아니라 ‘단절’로 읽히고, 방범 측면에서도 안이 전혀 안 보이는 집은 의외로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게 정설이다.
일반 주택이라면 콘크리트 담장 대신 식재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 시선은 가리되 완전히 막지 않는 방식, 예를 들어 상록수를 일정 간격으로 심어 틈새로 빛과 시선이 살짝 통과하게 하면 폐쇄감 없이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다. 벽 전체를 세우기보다 벽과 식재를 섞는 쪽이 동네와의 관계에서도, 방범에서도 더 나은 선택이다.

대문에서부터 조명으로 동선을 그렸다
담장을 넘어 대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트래버틴 대리석 슬래브 두 장이 좌우로 서 있고, 그 사이 좁은 통로를 따라 바닥 조명이 계단식으로 깔려 있다. 안쪽에는 샹들리에가 은은하게 빛나는 현관이 보인다.
이 장면이 잘 짜인 이유는 조명의 위계 때문이다. 낮은 스텝 조명이 발밑 동선을 안내하고, 벽면 상단의 매입등이 슬래브의 결을 은은하게 드러내고, 가장 안쪽 샹들리에가 시선의 최종 목적지를 만든다. 조명 하나가 아니라 세 층위의 조명이 순서대로 시선을 끌고 가는 구조다. 그 결과 좁고 닫힌 통로인데도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극적인 입장 시퀀스가 된다.
이 방식은 평범한 현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천장 전체를 밝히는 조명 하나 대신, 발밑을 비추는 낮은 조명과 시선 끝에 두는 포인트 조명을 나눠 배치하면 좁은 현관도 입체적으로 보인다.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 중요한 건 조명 개수가 아니라 순서다.

벽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거실
거실은 폴딩 도어로 마감돼 있어 벽 전체를 열어젖히면 안과 밖의 경계가 없어진다. 곡선형 소파, 커다란 원형 샹들리에까지는 흔한 럭셔리 거실 공식인데, 뒤쪽 벽이 통째로 사라지는 순간 이 방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다.
이런 폴딩 월은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대신 잃는 것도 있다. 냉난방 효율이 떨어지고, 문이 완전히 사라지는 만큼 방음과 프라이버시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이 방식은 정원이나 마당처럼 뒤가 확실히 사적인 공간일 때만 성립한다. 이 집처럼 담장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부지가 아니라면 폴딩 월은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해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반 주택에서 같은 개방감을 원한다면 벽 전체보다 큰 창 하나로 절충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폭 3m 안팎의 대형 슬라이딩 도어 하나만 넣어도 시선은 마당까지 이어지면서 냉난방 손실이나 방음 문제는 훨씬 적다. 벽 전체를 여는 것과 큰 창 하나를 내는 것,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온통 무채색인 집에 블루 하나
거실 너머 카바나 쪽을 보면 원형 네온 설치 작품이 블루로 빛나고 있다. 이 집 전체가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 같은 무채색 팔레트로 통일된 걸 생각하면 이 블루 조명은 유독 눈에 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계산된 선택으로 보인다. 무채색 공간에 색을 아예 안 쓰면 안전하지만 밋밋해지고, 여러 색을 쓰면 산만해진다. 그래서 고급 인테리어에서 자주 쓰는 절충안이 ‘한 가지 색만, 그것도 조명으로’ 방식이다. 벽지나 가구로 색을 넣으면 나중에 바꾸기 어렵지만, 조명 색은 스위치 하나로 분위기를 리셋할 수 있다. 이 집은 그 한 가지 색으로 블루를 골랐고, 무채색 배경 위에서 그 선택이 꽤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작은 집에서도 똑같이 흉내 낼 수 있는 방식이다. 벽 색을 바꾸는 대신 무드등이나 라인 조명 하나에 원하는 색을 넣어 포인트를 주면, 낮에는 무채색 공간이었다가 밤에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색을 고정된 마감재가 아니라 켜고 끌 수 있는 요소로 다루는 것, 이 집이 보여주는 힌트다.

거실 하나에서 보이는 게 너무 많다
같은 거실에서 각도를 살짝 틀면 이번엔 홈짐과 수영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파에 앉은 채로 운동기구와 물, 벽난로까지 동시에 시야에 걸리는 구성이다.
부지가 넓으면 이렇게 여러 기능 공간을 한 시야에 배치하는 게 가능하고, 실제로 근사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인테리어 원칙으로 보면 한 시선 안에 너무 많은 용도가 겹치는 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운동, 휴식, 조리, 사교가 시각적으로 분리되지 않으면 공간이 화려해 보이는 대신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 이 집은 부지 크기로 그 문제를 상쇄하고 있지만, 면적이 넉넉지 않은 집이 이 배치를 그대로 따라 하면 오히려 산만해진다.
일반 주택이라면 시야를 겹치게 하기보다 커튼이나 가벽, 큰 화분 같은 가벼운 장치로 기능별 시선을 살짝 끊어주는 편이 낫다. 다 보이게 트는 것과 다 보이지 않게 은근히 가리는 것 사이에서, 좁은 집일수록 후자에 가까운 선택이 공간을 더 차분하게 만든다.

야외 벽난로, 여름에도 켜두는 이유
수영장 바로 옆에 벽난로를 낸 라운지가 있다. 캘리포니아 날씨에 벽난로가 필수는 아니지만, 해가 지고 나면 온도보다 분위기를 위해 켜두는 용도에 가깝다. 트래버틴 마감 벤치형 선베드와 함께 있어 수영을 마친 뒤 몸을 말리며 앉아 있기 좋은 자리다.
이 라운지가 잘 작동하는 이유는 벽난로와 수영장 사이 거리 때문이다. 너무 가까우면 물이 튀어 위험하고, 너무 멀면 두 공간이 따로 논다. 사진 속 배치는 그 중간, 벽난로 열기가 느껴지되 물기가 닿지 않는 지점에 정확히 자리한다. 야외 벽난로를 넣을 때 가장 많이 실패하는 지점이 바로 이 거리감이다.
마당이 작은 집이라면 벽난로 대신 소형 파이어 볼이나 가스 화로대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크기는 훨씬 작아도 ‘물가에서 조금 떨어진 온기’라는 배치 원칙만 지키면 야외 공간의 체감 온도와 분위기는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다.

위에서 보면 요새라는 말이 더 맞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이 집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붕 대부분이 평지붕으로 낮게 깔려 있고,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가 부지 안쪽에 나란히 배치돼 있다. 담장 안쪽에 모든 게 다 있으니 굳이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는 구성이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좋아지는 집이다. 도로에서 보면 폐쇄적인 담장뿐이지만, 대문을 지나면 조명이 안내하는 시퀀스가 나오고, 거실에 들어서면 벽이 사라지며 수영장과 홈짐, 테니스 코트까지 한 부지 안에서 다 해결된다. 다만 그 완결성이 좋다고만은 볼 수 없다. 담장 하나로 동네와 완전히 분리된 채 모든 걸 자급자족하는 구조는, 반대로 말하면 이웃도 거리도 필요 없는 삶을 전제로 한다. 2020년에 산 이 집을 5년 만에 다시 내놓은 것도, 어쩌면 그 완전한 자급자족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생활 방식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소유자: Kylie Jenner(사업가·리얼리티 스타)
위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홈비힐스(Holmby Hills)
면적: 실내 약 15,350제곱피트(약 426평), 지붕 아래 전체 약 19,250제곱피트
특징: 침실 7개, 다수의 욕실, 게스트 아파트 2채, 가드하우스, 어린이 놀이방, 홈짐, 테니스 코트, 수영장 2개, 높이 12피트(약 3.6m) 담장. 2020년 3천650만 달러에 매입, 2026년 7월 3천850만 달러로 재상장
출처: Compass, Robb Repo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