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 만에 집 한 채가 완성됐다. 최여진과 김재욱 부부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 카라반에서 지냈고, 그 기간에 포크레인을 직접 몰고 도면을 직접 그렸다는 게 남편 쪽 설명이다. 종합건설사 없이 건축주 직영으로 지은 경기 가평의 3층 집은 최근 개그우먼 김숙의 유튜브 채널에 다시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처음 공개된 건 지난 6월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통해서였는데, 두 달 뒤 이번엔 카메라가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갔다.
이 집을 보고 있으면 자꾸 걸리는 지점이 하나 있다. 침대도, 옷장도, 문짝도 유난히 크다. 그냥 취향이 화려한 집이 아니라 ‘몸’에 맞춰 다시 짠 집이라는 인상이다. 인테리어를 볼 때 이 지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나머지가 제대로 읽힌다.

가구는 원래 ‘평균’에 맞춰 만들어진다
1층 다이닝 공간부터 보자. 소파도 테이블도 확실히 크다. 최여진의 훤칠한 체형을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는데, 문제는 이게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데 있다. 시중에 파는 침대, 옷장, 도어는 전부 평균 신장을 기준으로 사이즈가 잡힌다. 표준 매트리스에 표준 프레임을 얹으면 어중간한 높이가 나오고, 키가 큰 사람은 매번 몸을 접어야 하는 가구 앞에서 살게 된다. 방송에서 나온 “가슴 높이까지 오는 침대”라는 표현이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표준 사이즈 시장에서 계속 배제돼 온 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집이 다른 점은 그 불편함을 참는 대신 규격 자체를 새로 짰다는 거다. 건축주 직영 시공이라 가능했던 선택이다. 기성 시공사 카탈로그를 그대로 따라갔다면 표준 도어, 표준 옷장 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을 텐데, 처음부터 자기 손으로 설계하다 보니 문짝 하나, 선반 하나까지 몸에 맞춰 늘릴 수 있었다.
모두가 집을 새로 지을 형편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에서도 침대 프레임만 낮은 걸로 바꾸거나, 매트리스 두께를 줄이고 그만큼 프레임을 높이는 식으로 체감 높이를 조정할 수 있다. 최근엔 빅사이즈 침구·가구 라인을 따로 두는 브랜드도 늘었고, 목공소에 문짝 폭이나 옷걸이 봉 높이만 주문 제작을 맡기는 것도 생각보다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몸이 가구에 맞추는 게 아니라, 가구를 몸에 맞추는 선택지가 이미 존재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 집은 ‘내 몸’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침실도 마찬가지다. 창틀, 도어, 블라인드까지 전부 한 치수씩 큰데, 이 정도면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기준 자체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보통 집을 지을 때는 건축주가 시공사가 제시하는 표준 규격 안에서 고르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부부는 반대로 갔다. 몸이 먼저였고 규격은 그 다음이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표준에 맞지 않는 몸으로 표준 규격 집에서 사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다. 키가 크거나 작은 경우뿐 아니라 손목이 약해 손잡이 위치가 부담스러운 사람, 무릎이 안 좋아 문턱 높이가 걸리는 사람까지 범위는 넓다. 그런데 이런 불편은 대개 ‘내가 예민한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 집 쪽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레스룸이나 옷장처럼 손이 자주 가는 공간이라면 특히, 선반 간격을 자기 팔 길이에 맞춰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체감이 크게 달라진다. 아래 사진처럼 생활 패턴에 맞춰 선반과 서랍을 자유롭게 바꿔 끼우는 시스템 가구를 쓰면, 집을 새로 짓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9m 층고, 그런데 장식은 거의 없다
거실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쪽 층고는 9m에 달한다. 그런데 막상 벽을 보면 노출 콘크리트와 우드 마감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 몰딩이나 화려한 장식은 거의 없다. 대저택이라는 규모에 비하면 의외로 절제된 선택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층고가 높은 공간에 장식까지 많이 넣으면 압도감이 개방감을 이겨버린다. 시선이 갈 곳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공간이 좁게 느껴지는 역설이 생긴다. 노출 마감은 재료 자체의 질감으로 시선을 붙잡으면서도 선이 단순해 위로 뻗은 층고를 그대로 살려준다. 펜던트 조명을 계단 라인을 따라 낮게 늘어뜨린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조명이 시선의 동선을 만들어주니 굳이 다른 장식이 필요 없어진 거다.
일반 주택은 층고를 이렇게 늘릴 수 없다. 그렇다고 손 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세로로 긴 몰딩이나 얇은 라인 조명을 천장 방향으로 배치하면 시선이 위로 끌리면서 실제보다 층고가 높아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천장에 화려한 장식을 욱여넣는 건 이 집의 방식과 정반대다. 층고가 낮을수록 장식은 덜어내야 한다는 걸 이 계단이 보여준다.

고측창 하나가 층고를 다시 증명한다
층고를 살리는 또 다른 장치는 창이다. 이 집은 벽 위쪽까지 유리를 끌어올려 낮에는 빛이 공간 깊숙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높은 곳에 낸 창, 이른바 고측창은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채광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건축에서 자주 쓰인다. 아래 다른 주택 사례에서도 비슷한 접근을 볼 수 있는데, 층고가 있는 집일수록 창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다.

드레스룸도 결국 ‘팔 길이’의 문제
우드 마감 드레스룸에서 남편 김재욱이 선반 위쪽으로 손을 뻗는 장면도 눈에 띈다. 일반적인 옷장이라면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위치인데, 이 집은 그 선반마저 큼직하게 잡아뒀다.
드레스룸을 설계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건 수납량이다. 옷을 얼마나 걸 수 있는지, 서랍이 몇 칸인지부터 따진다. 그런데 정작 매일 부딪히는 문제는 수납량이 아니라 동선이다. 자주 입는 옷이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있으면 그 옷장은 아무리 커도 불편한 옷장이다. 이 집은 선반 높이를 사용자 신장에 맞추면서 그 문제를 원천적으로 없앴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이 정도는 흉내 낼 수 있다. 시중 옷장은 선반 간격이 대부분 고정돼 있지만, 조절 가능한 선반 브래킷으로 바꾸면 자기 팔 길이에 맞춰 자주 쓰는 옷의 위치를 낮출 수 있다. 계절옷처럼 손이 덜 가는 것만 높은 칸으로 올리는 식으로 동선을 재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옥상엔 리조트급 풀, 그런데 부지가 있어야 가능한 얘기
옥상에 자리한 대형 수영장은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다. 깊이 2m가 넘는 구간까지 있어 부부가 “첫 입수”를 기념할 정도였다니, 개인 주택 수영장치고는 확실히 큰 축이다.
이런 규모의 풀은 아무 집에나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구조 하중을 견딜 옥상 면적과 배수 계획, 겨울철 동파를 막을 설비까지 따라와야 해서 부지와 예산 여유가 함께 필요하다. 경기 가평이라는 입지, 그리고 건축주 직영 시공으로 시공비를 아낀 구조가 맞물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마당이 넉넉하지 않은 집이라면 이 정도 풀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대신 작은 스파나 자쿠지, 혹은 성인 한 명이 몸을 담글 수 있는 소형 딥풀 정도로 축소하면 비슷한 만족감을 훨씬 적은 면적과 비용으로 가져올 수 있다. 큰 집의 요소를 그대로 옮기려 하기보다, 그 요소가 주는 감각—물소리, 야외에서의 개방감—을 작은 스케일로 재현하는 쪽이 현실적이다.

마당도 크고, 풍경도 크다
옥상 마당엔 캠핑 텐트를 그대로 펼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고, 그 너머로는 호수와 산이 겹겹이 펼쳐진다. 창을 크게 낸 것도, 마당을 넓게 비워둔 것도 이 조망을 최대한 끌어오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건축주 직영 시공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이다. 시공사에 맡기면 표준화된 배치도를 따라가기 쉽지만, 직접 설계하면 대지가 가진 조망 축을 놓치지 않고 창과 마당 위치를 그 방향에 맞춰 잡을 수 있다. 이 집은 호수를 향해 창을 최대한 열어두는 쪽을 택했다.
도심 주택처럼 조망이 마땅치 않은 경우에도 원리는 같다. 창 크기를 무작정 키우기보다, 그나마 나은 방향—골목 끝의 나무 한 그루든, 옆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 한 조각이든—을 찾아 그쪽으로 창을 배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조망은 면적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결국 이 집은 두 사람 몸에 맞춰 완성됐다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와 산은 두 사람이 이 자리를 고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이 정도 조망이라면 시공사 표준 도면을 그대로 썼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부지인데, 부부는 그 조망 대신 몸을 기준으로 집을 다시 그리는 쪽을 택했다. 침대, 문짝, 옷장, 선반까지 하나하나가 두 사람의 몸에 맞춰 다시 그려져 있다.
이 집을 인테리어로만 보면 ‘크다’는 인상 하나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 크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따라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표준 규격에 몸을 맞추는 대신, 규격을 몸에 맞춘 집. 카라반에서 도면을 그리던 부부가 결국 완성한 건 대저택이라는 결과물보다 그 방식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소유자: 최여진(배우)·김재욱 부부
위치: 경기도 가평군
특징: 지상 3층, 실내 최고 층고 약 9m, 옥상 대형 수영장, 건축주 직영 시공(설계·시공 모두 남편이 직접 진행)
출처: 유튜브 ‘김숙티비’,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