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hemian Forest 끝자락, Borová Lada라는 마을 이름을 그대로 딴 집이 있다. 19세기에 지어진 시골집인데, 정작 지금 남아 있는 모습은 그 오랜 세월보다 최근 몇십 년의 상처가 더 진하다. 1980~90년대에 거쳐 간 손질들이 하나같이 구조에 안 맞는 방식이었던 탓에, Studio Plyš가 다시 이 집을 맡았을 때는 새 기초를 놓고 지붕을 통째로 보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333m² 규모로 다시 태어난 이 집의 목표는 명확했다. 구조를 바로잡으면서 다락까지 생활공간으로 끌어올려 여러 세대가 한 집에 살 수 있게 만드는 것. Studio Plyš를 이끄는 Lenka Vávra와 Petr Vávra는 “건물이 쌓아온 물성과 역사를 존중하는 데서 설계가 출발했다”고 말한다. 낡은 부분을 걷어내는 작업이 오히려 새 구조를 옛 뼈대 옆에 짜 넣을 기회가 됐다는 얘기다.

옛 농가가 남아 있던 자리
원래 이 집은 두꺼운 돌벽 위에 회벽을 바른 전형적인 산간 농가였다. 1층 평면을 나누던 굵은 돌벽은 그대로 남겨뒀는데, 문제는 지붕 쪽이었다. 남쪽 끝은 지붕 하중을 버틸 힘이 부족해서, 콘크리트 기둥 세 개를 새로 세워 기초부터 다시 짰다. 이 남쪽 게이블이 결국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이 집의 얼굴이 됐다.

숲 끝에 다시 세운 지붕
해가 저물 무렵 이 집을 보면 왜 굳이 지붕부터 손봤는지 이해가 간다. 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금속 슁글 지붕이 집 전체 실루엣을 다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창마다 새어 나오는 불빛과 짙어지는 숲의 대비가, 낡은 집 한 채를 다시 살아있게 만든 이 프로젝트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준다.

지붕 끝에 새겨 넣은 전통 무늬
지붕 테두리를 자세히 보면 지그재그 패턴이 이어진다. 체코 전통 양모 모자인 zmijovka를 본뜬 장식인데, 옛 지붕이 가지고 있던 상징을 완전히 새 금속 마감재로 옮겨온 셈이다. 재료는 바뀌었어도 마을이 기억하는 형태는 그대로 남긴 디테일이랄까.

새 창이 된 옛 벽
콘크리트 기둥 사이 빈 곳은 짙은 톤의 목재 패널로 채웠다. 그 안에 문과 전동 셔터를 함께 숨겨뒀는데, 셔터를 닫으면 둥근 포트홀 윈도우 두 개가 감쪽같이 가려진다. 열어두면 창이고 닫으면 그냥 나무 벽이 되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표정을 바꾸는 파사드다.

돌벽과 새 문이 만나는 자리
새로 낸 문틀 옆으로 손대지 않은 원래의 돌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철, 콘크리트, 파이버 시멘트처럼 이번에 새로 들인 재료들은 일부러 마감을 감추지 않았다. 오래된 벽과 새 재료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굳이 티 나게 놔둔 셈인데, 그 경계가 오히려 이 집이 거쳐온 시간을 층층이 보여주는 증거처럼 읽힌다.

부엌에 남겨둔 아치창
1층은 원래 돌벽이 나누던 칸막이 구조를 거의 그대로 따랐다. 부엌 자리도 예외는 아니라서, 두꺼운 벽에 뚫려 있던 아치형 창을 그대로 살려뒀다. 남색과 화이트 패턴 타일로 마감한 벽과 나무 조리대가 이 오래된 창틀을 감싸면서, 새 부엌인데도 이 집이 원래 갖고 있던 리듬을 깨지 않는다.

포트홀 창이 독서 의자가 됐다
부엌에서 몇 걸음 옮기면 플라이우드로 감싼 거실이 나온다. 이 집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포트홀 윈도우는 안쪽에 패딩을 덧대서 그대로 앉을 수 있는 자리로 바꿔놨다. 마당을 바라보며 책을 읽기에 이만한 자리가 없을 텐데, 실제로 이 창가는 완공 후 가족들이 가장 먼저 차지하는 자리가 됐다고 한다. 마스터드 컬러 벨벳 소파와 통유리 슬라이딩 도어가 이어지면서, 거실은 정원까지 시선이 뻗어나가는 구조로 완성됐다.

지붕 속에 끼워 넣은 상자
다락을 생활공간으로 바꾸는 일은 구조 보강 없이는 불가능했다. 원래 지붕 트러스에 철제 빔을 덧대 힘을 보강한 다음, 그 안에 파이버 시멘트로 마감한 독립된 구조체를 말 그대로 “건물에 나사로 박아 넣듯” 끼워 넣었다. 습식 공간은 이 구조체 안에 따로 모아서, 오래된 목조 뼈대가 습기에 상하지 않도록 분리해뒀다.

다락에서 자라는 아이
침실 유닛들은 경사진 지붕선을 따라 다락 가장자리에 배치했다. 눈에 띄는 건 오래된 목재 기둥과 빔을 굳이 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하얀 플라이우드 수납장과 거칠게 남겨둔 옛 목구조가 한 방 안에 나란히 있는데, 그 사이 침대 위에는 아이 장난감 몇 개가 놓여 있다. 여러 세대가 한 집에 사는 이 집의 콘셉트가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