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틈새로 숨쉬는 집, Bat Trang House

몇 대를 이어온 도자기 마을 Bát Tràng에서는, 집을 짓는다는 게 그냥 살 자리를 마련하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흙을 굽고 유약을 발라 파는 동네다 보니 집조차 마을의 생업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Bat Trang House의 건축주 가족도 다르지 않다. 일곱 식구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1층 한켠에서는 대대로 이어온 도자기를 판다.

VTN Architects는 넉넉한 살림집과 도자기 상점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구분된 공간으로 나누는 대신, 건물의 외피 자체를 도자기로 둘렀다. 그러니까 이 집의 벽돌 파사드는 장식이 아니라 이 마을이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선언인 셈이다.

Bat Trang House의 도자기 벽돌 파사드 전경
© Hiroyuki Oki

도자기로 지은 피부

파사드 전체가 세라믹 벽돌로 마감됐다. 그것도 기성품을 사다 붙인 게 아니라, 이 집 하나를 위해 벽돌을 낱개로 구워 크기를 맞췄다. 촘촘히 세운 벽돌 사이사이로 크고 작은 틈을 냈는데, 이 틈이 그냥 디자인 포인트는 아니다. 좁은 틈은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가 되고, 넓게 벌어진 자리에는 초록 식물이 자란다. 벽 하나가 숨을 쉬는 구조랄까.

Bat Trang House 세라믹 벽돌 외벽 텍스처
© Hiroyuki Oki

손으로 구운 흙의 질감

건축주는 원래 도자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이었고, 그 덕에 세라믹이라는 재료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거친 표면과 단단한 내구성, 이 두 특성이 딱 외벽에 필요한 조건이었다. 매끈하게 마감한 타일과 달리 이 벽돌은 표면 자체에 요철이 살아 있어서 빛이 스칠 때마다 그림자가 다르게 진다. 낮과 밤, 계절에 따라 같은 벽인데도 표정이 달라 보이는 이유다.

Bat Trang House 벽돌 파사드 클로즈업
© Hiroyuki Oki

틈새가 만드는 온도

이 집에는 에어컨이 거의 필요 없다고 한다. 이유는 벽 구조에 있다. 세라믹 파사드와 그 안쪽의 초록 공간, 그리고 문. 이 세 겹이 순서대로 공기를 걸러내면서 실내 온도를 낮춘다. 직사광선은 벽돌 두 겹을 통과하며 이미 식어서 들어오고, 큰 개구부로는 여름에도 부담 없이 유리를 크게 낼 수 있었다. 열대 기후에서 유리창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실은 꽤 큰 성과다.

Bat Trang House 세미 외부 공간과 스카이라이트
© Hiroyuki Oki

세미 외부 공간에 뚫린 하늘

군데군데 배치한 세미 외부 공간에는 하늘이 그대로 뚫려 있다. 스카이라이트로 들어온 빛이 벽돌 틈을 한 번 더 통과하면서 부드러워지고, 그 아래 심어둔 나무와 풀이 자연스레 그늘을 만든다. 실내인지 실외인지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이 공간들이 사실 이 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Bat Trang House 두 개 층 높이 거실 공간
© Hiroyuki Oki

두 개 층 높이로 트인 거실

거실은 두 개 층 높이로 시원하게 뚫려 있다. 큰 유리창을 겁 없이 낼 수 있었던 것도 앞서 말한 이중, 삼중의 필터링 덕분이다. 보통 이런 개방감을 내려면 냉방비를 각오해야 하는데, 이 집은 그 부담을 구조로 미리 해결해 둔 셈이다. 천장까지 트인 공간에 서 있으면, 벽돌 틈으로 들어온 빛과 그림자가 시간마다 자리를 바꾸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Bat Trang House 리빙 다이닝 키친
© Hiroyuki Oki

일곱 식구가 둘러앉는 자리

리빙, 다이닝, 키친이 한 공간으로 이어져 있는데, 이 집 식구가 일곱 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친척들까지 모이는 걸 염두에 두고 짠 배치라, 식탁 하나로는 감당이 안 될 만큼 널찍하게 뽑았다. 1층 한쪽에서는 도자기를 팔고 다른 쪽에서는 밥을 먹는다. 장사와 살림이 한 건물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뉘는 셈이다.

Bat Trang House 침실
© Hiroyuki Oki

침실은 오히려 담백하게

집 앞쪽이 벽돌과 초록으로 화려하다면 침실은 오히려 담백한 편이다. 나무 마감을 기본으로 하고 장식을 최소화해서, 하루 종일 손님과 도자기를 상대하다 들어온 식구들이 눈을 쉴 수 있게 했다. 창 크기도 공용 공간보다 절제해서 프라이버시와 채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Bat Trang House 그린으로 채운 세미 외부 공간
© Hiroyuki Oki

빗물과 햇빛을 모으는 집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곳곳에는 빗물을 모으는 장치를 심어뒀다. 거창한 친환경 기술을 내세우기보다, 이 집이 원래 가진 통풍 구조와 맞물려 조용히 작동하는 쪽을 택했다. 세미 외부 공간마다 심어둔 식물들도 그냥 보기 좋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실내 정원처럼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겸한다.

Bat Trang House 야경
© Hiroyuki Oki

밤이 되면 벽이 등불이 된다

해가 지고 나면 이 집의 진짜 매력이 드러난다. 벽돌 틈 사이로 실내 조명이 새어 나오면서 파사드 전체가 은은한 격자무늬 등불처럼 보인다. 낮에는 방어적으로 닫혀 보이던 벽이, 밤이 되면 오히려 집 안의 온기를 마을 쪽으로 흘려보내는 창이 된다.

ArchitectsVTN Architects
PhotosHiroyuki Oki
CategoryResidential & Commercial
CountryVietnam
MaterialsSeramic B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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