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 한 장을 세로로 잘라 단면으로 세워 놓으면 화성 기지는 어떤 층으로 이뤄져 있을까. 우주건축 스튜디오 AENARA가 그 답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공개한다. 호주 파라마타(Parramatta)에 새로 문을 연 Powerhouse Parramatta의 전시 Task Eternal에 출품하는 Off-World Habitat Wall Section이다. 전시는 11월 7일 개막한다.
이 설치물은 2075년을 배경으로 한 가상의 화성 거주 시설을 잘라 낸 단면이다. Melodie Yashar(멜로디 야샤르)가 설립한 AENARA는 NASA 협력진, 대학 연구자, 산업계 파트너와 함께 1년에 걸쳐 타당성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인간이 극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구조층과 설비, 자율 시공 기술을 한눈에 보이도록 풀어냈다고 스튜디오는 설명한다.
화성의 흙으로 찍어내는 바깥 껍질
바깥 껍질은 로봇이 3D 프린팅으로 쌓는다. 재료는 황 콘크리트(sulfur concrete)와 현지에서 구한 레골리스(regolith, 암석이 부서져 쌓인 표토)다. 지구에서 자재를 실어 나르는 대신 현지 자원을 그대로 건설 재료로 쓰는 현지 자원 활용(ISRU, In-Situ Resource Utilization) 방식이다. 화성까지 한 번 실어 나르는 비용이 막대하니, 자재 대부분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우주 건축의 전제조건이 된다.

껍질 안쪽에 쌓이는 층들
3D 프린팅 외피 안쪽으로 팽창식 압력막, 방사선 차폐층, 고성능 단열층이 차례로 겹친다. 이 층 사이사이로 정수, 대기 순환, 데이터 전송, 전력 공급을 맡는 배관과 배선이 지난다. 벽 하나가 구조체이자 보호막이고 설비 통로를 겸하는 셈이다. 단면으로 보면 건물이 외피와 설비로 얼마나 촘촘하게 쌓여 있는지가 한 번에 읽힌다.
창과 빛, 승무원의 심리까지
AENARA는 생명 유지 장치만큼 승무원의 심리도 설계 대상으로 삼았다. 내부 모듈에는 자연광을 끌어들이는 계획과 넓힌 창이 들어간다. 사람은 해의 움직임에 맞춰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데, 창 없는 폐쇄 공간에서 오래 지내면 이 리듬이 무너지기 쉽다. 그래서 우주선·기지 설계에서도 빛이 들어오는 방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같은 원리는 지구의 좁은 집에도 통한다. 창이 작다면 밝은 벽 마감과 낮은 가구로 빛의 반사를 늘리고, 저녁에는 색온도가 낮은 조명으로 바꿔 주는 것이 가장 쉬운 대안이다.

스튜디오는 이 연구가 우주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극한 환경에 맞춘 항공우주 연구를 지구의 순환형 건설 방식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용접 없이 조립하는 공법을 다룬 용접 없이 드라이버로 조립, MIT 오리가미 건축 공법처럼, 시공의 전제를 바꾸려는 시도는 우주와 지상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스튜디오가 직접 제출한 구상이며 검증된 시공 결과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