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인근의 오래된 과수원, 눈 덮인 비탈에 삼각텐트를 닮은 목조주택 한 채가 서 있다. 못도 접착제도 쓰지 않고 나무 도웰만으로 짜맞춰, 필요하면 통째로 분해해 다른 자리에 다시 세울 수 있는 집이다.
이름은 House Anton II. 건축가 Manfred Lux가 스페인 건축사무소 Cánovas Arquitectura의 Antxon Cánovas와 함께 설계했다. 80㎡ 규모의 이 집은 완성된 결과물이라기보다, 1층부터 3층까지 늘려 지을 수 있는 조립식 주거 시리즈의 첫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삼각텐트를 닮은 목조주택 한 채
벽과 지붕의 경계가 없는 이 집의 외피는 손으로 쪼갠 낙엽송 지붕널로 통째로 덮여 있다. 위층 지붕은 70도에 가깝게 가파르게 서 있고, 아래층 기둥은 7도가량 바깥으로 기울어 처마를 깊게 뽑아냈다. 이 기울어진 처마 덕분에 여름엔 1층 창을 그늘지게 하고, 빗물이 목재 하부에 튀는 것도 막아준다.

생나무 지붕널로 뒤덮은 외피
지붕과 외벽을 가리지 않고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마감해 이 집은 처음부터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붕널이 은회색으로 바래는 과정 자체가 이 집의 완성이라고 건축가들은 설명한다.

과수원 비탈에 자리한 프로토타입
건축주는 이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추가로 베지 않기를 바랐다. 공교롭게도 인근 지벤티슈 숲에서 도로 안전 문제로 물푸레나무 몇 그루가 이미 벌목될 예정이었고, 건축가들은 그 목재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숲에서 제재소로, 다시 인근 목공소를 거쳐 현장까지 — 이동 거리를 최소화한 재료 조달 경로가 이 집의 지속가능성을 완성했다.

격자 구조가 그대로 지붕이 된다
이 집의 뼈대는 80cm 간격의 디지털 가공 목재 격자다. 지붕널을 씌우기 전 골조 상태를 올려다보면, 완성된 뒤에는 보이지 않을 격자 구조 전체가 하늘을 프레임 삼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격자 하나하나가 나중에 수납장이 되고, 벽이 되고, 지붕이 된다.

시공 중 야간 항공샷, 격자 지붕 안이 통째로 빛난다
아직 비계가 그대로 남아 있던 밤, 드론으로 지붕 한가운데 뚫린 채광창을 통해 내부를 내려다보면 격자 구조와 그 안에서 작업하는 조명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완공 후에는 다시 볼 수 없는, 이 집이 어떻게 조립되는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못 대신 나무 도웰로 짠 구조
구조재는 전부 더브테일 이음과 나무 도웰로 결합했다. 포름알데히드가 든 접착제도, 아연도금 금속 철물도 쓰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이 도웰 일부의 속을 비워 조명 배선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 구조재가 동시에 전기 배관 역할까지 겸한다.

80cm 그리드가 만든 부엌
1층은 클록룸을 지나면 바로 주방 겸 다이닝 공간과 욕실로 이어진다. 격자 천장 사이사이 낸 간접조명이 다이닝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퍼지고, 분홍빛이 도는 미장 벽난로가 목재 일색인 실내에서 유일하게 다른 질감을 낸다.

벽이 그대로 수납장이 된다
건축가들은 이 집을 “그 자체로 하나의 가구”라고 부른다. 60cm 깊이의 구조 리브 사이 공간을 그대로 옷장과 선반으로 썼기 때문에, 별도의 붙박이장을 새로 짜 넣을 필요가 없었다. 벽을 세우는 행위와 수납을 만드는 행위가 같은 동작인 셈이다.

다락으로 오르는 외길 계단
1층과 다락을 잇는 계단은 폭 하나 겨우 나올 만큼 좁다. 공간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지만, 좁은 통로를 지나 넓은 다락으로 올라서는 순간의 대비가 오히려 이 작은 집을 더 넓게 느껴지게 한다.

계곡을 내다보는 붙박이 책상
다락은 자고, 쉬고, 일하는 기능을 한 층에 다 욱여넣은 스튜디오형 공간이다. 경사진 벽면에 통짜로 짜 넣은 책상은 슈무터 계곡을 향해 창을 냈다. 가구를 들이는 대신 벽 자체를 가구로 깎아낸 이 집다운 디테일이다.

천장 한가운데 뚫린 채광창
다락 한가운데, 격자 천장이 교차하는 정중앙에 작은 정사각형 채광창을 냈다. 방 전체를 밝히기엔 작은 크기지만, 격자 구조가 만드는 기하학적 패턴 한가운데 하늘 조각 하나를 박아 넣은 효과만큼은 뚜렷하다.

욕실까지 이어진 목재 결
욕실도 예외 없이 같은 목재로 마감했다. 이중 세면대와 유리 파티션을 두른 샤워부스만 흰색과 유리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같은 결의 물푸레나무로 감쌌다. 이 집에서 ‘다른 재료’는 정말 필요한 곳에만 아껴서 쓰였다.
기초 또한 예사롭지 않다. 콘크리트를 새로 타설하는 대신, 인근에서 사일로 건설에 쓰였던 콘크리트 블록을 재활용해 기초 일부를 만들었다. 구조부터 마감, 기초까지 순환 건축의 원칙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가 이 작은 집 하나에 압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