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즐거운 공간을 만든다.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운 모스크바 House N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은 미국 유럽 등 서양 주택과 흡사한 집이다. 왜일까? 한국의 주택이 나빠서? 또는 예쁜 디자인이 없어서? 아니다. 한국의 주택 디자인도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이런 서양 주택 선호 현상은 하나의 개념 차이 때문이다. 바로 주택도 문화 공간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칼라와 가구들의 배치를 넘어 그들의 주택에는 문화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주거 문화가 주택 바탕에 깔려있다.

집, 문화 공간으로의 진화

5-6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주택에 ‘주거 문화라는 말은 매우 생소한 용어였다. 전통적으로 한국 주택은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장소로써의 기능에 충실했다.

그러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먹고 자는 것 외 즉, 자기 삶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하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집 밖에서 누리던 문화 활동을 연장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서양 주택을 바라는 것이 아닌 문화 공간의 집을 원하는 것입니다.

뒷마당, 집안 이곳저곳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떠들고 이야기하고,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책을 읽거나 커피와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영화관, 게임 공간을 두어 자신이 원하는 문화생활을 연장할 수 있는 집, 그것이 현대인들이 바라는 이상의 집이 아닐까.

의식주 그 이상을 담아내는 것이 현대인의 주택

모스크바의 한 마을에 있는 이 House N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주택 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식주 생활의 범위를 넘어 문화 공간으로써 삶의 질까지 담아내고 있다.

House N은 1990년대 4a Architekten 이라는 건축회사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주인은 주택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았고 4a Architekten를 만나 현재의 House N을 있게 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이 주택에는 건축적 언어들이 집 안팎으로 숨어있어 찾는 재미도 있다.

현대 주택의 트렌드, 높은 천고와 커다란 창

집 전체를 밝고 가벼운 톤을 사용하는 동시 천정을 높게 하여 공간을 넓게 가져느껴지게 하고 메자닌 층을  만들어 각 층을 오픈 플로어로 디자인했다. 벽 또한 두 면을 유리로 만들어 개방성을 높여 실재 내부 크기보다 더 큰 느낌을 받도록 유도했다.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집, 무엇을 채울까?

House N의 특징은 주택 기능 확장에 있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장소 이상의 공간으로 집을 디자인하고 채웠다. 1층의 리빙 공간은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정의했다.

그랜드 피아노를 닮은 듯한 티테이블 사이로 보기만해도 편안하고 안락한 카우치와 영상 모니터를 두었다. 저녁 시간 팝콘을 끼고 앉아 친구나 애인, 또는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며 주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창가 옆에 둔 Foosball Table은 이 룸의 성격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금요일 저녁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며 게임을 즐기며 승리에 도취되어 함성을 지르는 풍경을. 생각만으로도 즐겁지 않나?

아일랜드, 필수품은 아니다

이 모스크바 주택에는 아일랜드가 없다. 현대 주택에서 아일랜드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지만 이 주택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공간을 넓게 가져가는 집 전체 컨셉에 맞춘 생략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주방을 가로로 길게 디자인했다. 요리대와 싱크를 일렬로 배치하여 동선이 좌우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든 것이다.

과감한 벽의 생략, 화려하고 독특한 침실

과감한 생략법은 침실에도 이어진다. 침실에 딸린 욕실에 벽을 없애고 하나의 공간으로 열어놨다. 욕조를 침실 안으로 가지고 들어 온 것이다. 기존 공간 화법을 탈피한 어디서도 본적 없는 놀라운 시도다. 침대 옆에서 즐기는 목욕은 어떤 느낌일까. 세면대는 욕조 맞은 편 벽에 설치했다.

벽이라고 다 같은 벽이 아니다. 소통하는 벽

벽으로 분리한 유일한 공간이 다이닝 공간이다. 주방을 중심으로 다이닝 공간과 리빙룸 사이 벽을 설치해 시각적으로 분리시켰다. 오픈 플로어의 경우는 다이닝에어리어와 리빙 공간이 설로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House N 처럼 벽을 두어 분리시키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분리된 공간이지만 답답한 느낌 없이 오히려 공간에 특징이 부여되면서 성격을 확실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목재 테이블에 투명한 플라스틱 의자를  조합했다. 생소한 조합이어서 아직까지는 낯설다. 손님들을 위해 여분의 의자도 준비해 두었다.

블랙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큰 집과 창이 많은 집에서는 블랙 사용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내를 좀 더 감각적으로 꾸미기 원하거나 실내가 작은 공간이라면 블랙은 만만한 컬러가 아니다.

블랙 사용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해 생각할 수 있다. 면과 선이다. 생활 공간이 작은 공간이라면 면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선반 테두리, 가구 프레임, 창틀 등 선으로 이루어진 곳에 블랙을 사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모스크바 House N 주택의 경우 블랙을 선으로 사용한 경우다.  내외부 모두 한면을 블랙으로 구성한 곳은 없다. 선을 사용해 구조의 화려함을 강조하고 높은 천고와 큰 창에서 비롯되는 밝고 가벼운 분위기에 안정감을 심는 역할을 하도록 사용했다.

집 밖에서 충족하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집안에서 이어가며 즐길 수 있는 집,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문화를 채워진 집, 친구 가족과 왁자지껄 어울리고, 카폐에서 느끼던, 뮤지엄에서 가능했던 나만의 문화 생활이 가능 한 집, 이것이 채워졌을 때 집은 비로소 집이 된다.


Architecture
4a Architek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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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지영
허 지영
방(Room)보다 마당(Outdoor). ;디자이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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