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트리하우스라고 하면 나무 둥치에 매달린 오두막부터 떠오르지만, PAN Treetop Cabins는 나무에 기대지 않는다. 오슬로에서 차로 두 시간 북쪽, 스웨덴 국경과 맞닿은 숲 핀스코겐(Finnskogen)에서 이 캐빈은 가느다란 철골 다리로 지상 8m까지 혼자 올라섰다. 블랙 아연 비늘을 뒤집어쓴 뾰족한 A프레임 몸체 옆에는 원통형 나선계단 타워가 보초처럼 서 있다. 동화책 삽화와 산불 감시탑을 한 몸에 섞은 듯한 실루엣이다.
설계는 오슬로 건축대학(AHO) 교수이기도 한 건축가 Espen Surnevik이 맡았다. 캐빈 하나의 실내 면적은 40m², 여섯 명까지 묵을 수 있는 렌탈 스테이다. 원룸 오피스텔 한 칸 남짓한 바닥에 높이 5.4m짜리 박공 공간을 세워 넣은 셈인데, 작은 집이 머무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이기도 하다.

지상 8m, 나무 대신 철골 다리를 고른 트리하우스
이름은 트리하우스지만 나무 한 그루도 건드리지 않았다. 캐빈은 가느다란 스틸 다리 위에 얹혀 있고, 그 기초는 땅 밑 암반으로 6m를 파고들어 강한 바람을 버틴다. 숲 위로 머리를 내민 상자가 겨울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결이 땅속에 숨어 있는 셈이다.
바닥 높이는 지면에서 약 8m, 아파트로 치면 3층 베란다쯤에서 숲을 내려다보는 높이다. 나무에 못을 박지 않으니 숲의 생장을 해치지 않고, 나무가 자란다고 집이 기울 일도 없다. 트리하우스의 낭만은 가져오되 나무에는 짐을 지우지 않는 방식이다. 요즘 스테이 홍보 문구마다 붙는 ‘자연 친화’라는 말보다 훨씬 구체적인 해법이랄까.

핀스코겐, 숲 주인이 직접 꾸린 스테이
핀스코겐은 16세기 핀란드 이주민들이 들어와 숲을 일구며 살던 땅이라 ‘핀란드인의 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캐빈이 선 곳은 Åsnes의 Gjesåsen, 지금도 사람보다 가문비나무와 소나무가 훨씬 많은 동네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이 숲을 가진 Kristian Rostad와 Christine Mowinckel이다. 두 사람은 근처 농장에 살면서 2016년 ‘진짜 노르웨이의 야생’을 경험하는 숙소를 구상했고, 2018년 첫 두 채가 문을 열었다. 두 캐빈은 같은 도면으로 지었지만 놓인 자리의 경사와 방향에 맞춰 조금씩 다르게 손봤다. 반응이 좋아 2022년에는 4인용 세 번째 캐빈이 더해졌다. 건물 한 채가 숙소이자 동네를 알리는 간판 노릇까지 하는 셈이다.

무민, 산불 감시탑, A프레임 — 세 가지 레퍼런스
형태의 출발점은 셋이다.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의 무민 시리즈, 건조한 계절마다 연기를 찾아 숲을 내려다보던 산불 감시탑, 그리고 북미 산장에서 흔히 보는 A프레임 로지다. Surnevik은 이 원초적인 삼각형이 ‘폭으로는 아늑하고, 높이로는 기념비적일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한다.
그가 얀손에게서 가져온 건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다. 얀손의 글과 그림은 북유럽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담은 하나의 신화이고, 거기엔 띄엄띄엄 떨어진 마을 사이의 먼 거리, 외로움, 긴 겨울 밤과 추위에 대한 감각이 배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면에서 보면 폭 3.7m의 좁은 박공이 하늘로 날카롭게 솟는다. 동화 같으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이 실루엣이 바로 그 고독의 번역본이다.

계단을 오르는 시간이 체크인이 된다
캐빈에 들어가려면 먼저 10m가 넘는 원통형 계단 타워를 빙글빙글 올라야 한다. 타워는 캐빈에 기대지 않고 따로 기초를 잡아 스스로 서 있고, 꼭대기에서 독립된 공중 브리지가 캐빈 현관으로 이어진다. 계단 디딤판과 벽은 구멍 뚫린 타공 철판이라 오르는 동안에도 발밑과 옆으로 숲이 비친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시야가 한 칸씩 높아지니, 차에서 내린 도시의 긴장이 계단 위에서 조금씩 풀린다. 공간 심리에서 말하는 일종의 전이 공간인데, 호텔 로비가 하던 일을 계단 하나가 대신하는 셈이다. 해 질 녘이나 눈 오는 밤에는 타워 안쪽 조명이 나선을 따라 켜져 원통 전체가 거대한 랜턴처럼 빛난다. 이 집의 첫인상은 사실 건물보다 이 계단이 만든다.

블랙 아연 비늘 — 숲과 일부러 섞이지 않는 외피
외피는 블랙으로 산화 처리한 아연과 블랙 스틸이다. 마름모꼴 아연판을 생선 비늘처럼 겹쳐 지붕과 벽을 한 번에 감쌌고, 출입문 위에는 작은 박공 하나가 모자처럼 돌출돼 있다.
숲속 건물이라면 으레 목재 외장으로 풍경에 녹아드는 쪽을 택하지만, Surnevik은 반대로 갔다. 금속이 주는 ‘사람이 만든’ 느낌으로 숲과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야생 한복판에 떠 있는 작고 단단한 도시의 전초기지, 그게 이 캐빈의 콘셉트다. 블랙 표면은 계절마다 표정도 바꾼다. 여름엔 짙은 침엽수 사이에 그림자처럼 묻히고, 겨울엔 화이트 설경 위에서 또렷한 그래픽이 된다.

해의 길을 따라 비튼 배치와 통유리창
두 캐빈은 해가 지나가는 길에 맞춰 방향을 틀어 앉혔다. 박공면과 측면의 큰 유리창으로 낮게 깔리는 북유럽의 햇빛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그 빛이 실내를 데우는 보조 난방 역할까지 한다.
창 아래로는 숲의 지붕선과 멀리 호수가 한 장의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8m라는 높이가 효과를 내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땅에서는 나무 기둥만 빽빽하던 숲이, 이 높이에서는 나무 꼭대기 너머 지평선까지 열린다. 창이 벽에서 바닥 쪽으로 깊게 내려와 있어 소파에 앉은 채로도 아래 숲이 내려다보인다. 숙소 사진 한 장으로 예약을 부르는 장면도 대부분 이 창에서 나온다.

5.4m 박공 아래, 좁아서 아늑하고 높아서 시원한 실내
실내는 폭 3.7m, 길이 8.4m, 높이 5.4m다. 숫자만 보면 좁고 긴 상자인데, 안에 들어서면 답답하기보다 묘하게 안정감이 든다. 양쪽으로 기울어진 벽이 몸을 감싸듯 좁혀 오고, 시선은 천장 꼭짓점과 삼각형 유리창을 따라 위로 빠져나간다.
환경심리학의 ‘조망과 피신(prospect-refuge)’ 이론이 딱 이 상황을 설명한다. 사람은 자기 몸은 보호받으면서 바깥을 넓게 내다볼 수 있는 자리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동굴처럼 감싸는 벽과 숲을 통째로 담은 창이 한 공간에 있으니, 쉬러 온 사람에게 이보다 좋은 조건은 드물다. 작은 집이면 천장을 낮게 잡는 게 상식이지만, 이 캐빈은 바닥을 아낀 대신 높이는 아끼지 않았다.

메자닌과 접이식 침대로 여섯 명을 재우는 법
40m² 안에 여섯 명이 자는 비결은 수직과 벽이다. 사다리로 오르는 메자닌에 더블베드 하나, 아래층에는 침대로 펼쳐지는 소파 두 개, 그리고 안쪽 벽 속에 숨겨 두었다가 필요할 때 젖혀 내리는 침대 두 개가 있다. 낮에는 벽이 침대를 삼키고 거실이 넓어지는 구조다.
사다리는 블랙 철제 레일에 연한 목재 디딤판을 끼워 실내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선처럼 보이게 했다. 메자닌 난간도 철망으로 마감해 아래층에서 올려다봐도 무겁지 않다. 잠자리와 수납을 벽 속으로 밀어 넣는 이 방식은 국내 소형 주택이나 원룸 리모델링에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 접이식 침대 하나만 벽에 넣어도 손님방이 따로 필요 없어진다.

소나무 실내에 블랙 주방 한 덩어리
벽과 바닥, 가구는 대부분 소나무로 짰다. 결이 그대로 드러난 연한 목재가 사방을 감싸니 바깥의 블랙 외피와 정반대로, 속은 밝고 따뜻하다. 겉은 차갑고 속은 부드러운 이 대비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의 반전을 만든다.
그 한가운데 주방만은 블랙 상판과 블랙 수납장을 한 덩어리처럼 박아 넣었다. 밝은 목재 공간에 짙은 박스 하나를 두면 시선이 거기서 정리되고, 작은 공간에서도 기능 구역이 또렷이 나뉜다. 텍스타일은 숲의 색으로 물들인 현지산 100% 울을 써서 손끝의 촉감까지 지역에서 가져왔다. 집에서 따라 한다면 우드 톤 공간에서 주방이나 붙박이장 한 면만 블랙이나 차콜로 바꿔 보는 것이 가장 쉬운 시작이다.

장작 난로와 웜톤 조명, 캐빈의 밤을 설계하다
거실 한쪽에는 블랙 장작 난로가 놓였고, 제조사 목록에는 노르웨이 난로 브랜드 JØTUL이 올라 있다. 연통이 박공 꼭대기까지 곧게 뻗어 사다리와 나란히 수직선을 하나 더 긋는다. 캐빈은 단열을 꼼꼼히 하고 목재 바닥에 전기 난방을 깔아 난로가 없어도 춥지 않지만, 불꽃이 주는 심리적 온기는 또 다른 문제다.
조명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천장 매립등은 최소한으로 넣었고, 밤이면 박공 유리창 너머로 웜톤 빛이 새어 나와 숲속에 등불 하나를 띄운 풍경이 된다. 조명은 전반·국부·연출 세 겹이 겹쳐야 공간에 깊이가 생기는데, 이 캐빈은 매립등이 전반을, 난로 불빛과 창밖으로 번지는 빛이 연출을 맡는 구성이다. 2700~3000K 웜톤은 휴식에 맞는 색온도라 숙소의 성격과도 맞다.
다만 5.4m 박공 꼭대기는 아래쪽 조명만으로는 어둡게 남기 쉽다. 집에서 박공 천장을 만든다면 위쪽 벽에 간접 업라이트를 하나 두어 천장면을 밝히고, 디머를 달아 저녁과 밤의 밝기를 나눠 쓰는 것이 좋다. 메자닌 침대 옆에는 벽부형 독서등 하나면 충분하다.

옐로우 모자이크 욕실, 작은 방에 건 색의 승부수
캐빈 한가운데에는 샤워실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욕실이 있다. 벽과 바닥을 옐로우 모자이크 타일로 통째로 감쌌는데, 자재 목록에는 이탈리아 모자이크 브랜드 Bisazza가 올라 있다. 소나무와 블랙으로 절제한 거실과 달리, 문을 여는 순간 색이 확 덤벼든다.
작은 욕실을 한 가지 색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면 모서리 경계가 흐려져 오히려 덜 좁아 보인다. 옐로우는 숲의 이끼나 가을 자작나무 잎과도 닮아 바깥 풍경과 은근히 이어진다. 욕실까지 난방이 들어가 영하의 숲에서도 샤워가 고역이 아니다. 무채색 집에서 포인트 컬러를 쓰고 싶다면 이렇게 문이 닫히는 작은 방 하나에 몰아 쓰는 게 실패 확률이 가장 낮다.

숲 위에 머무는 스테이, 장소의 얼굴이 되다
숲속에는 같은 얼굴의 캐빈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다. 서로 보이지만 소리는 닿지 않는 거리라, 일행이 두 채를 나눠 빌리기에도 좋다. 구조 설계는 Finn-Erik Nilsen, 목공은 Terje Nymoen AS, 철골은 ARMEC AS가 맡았고, 캐빈은 2019년 European Steel Design Awards를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다.
이후 북유럽에서는 앞서 소개한 〈새집 350채를 두른 스웨덴 트리하우스 호텔, Biosphere〉처럼 숲 위에 머무는 숙소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뿌리째 뽑은 가문비나무 18그루가 기둥이 됐다 — 노르웨이 해안의 캐빈〉처럼 구조 자체를 이야기로 만든 캐빈도 이어졌다. 그 흐름의 앞자리에 PAN Treetop Cabins가 있다. 무민의 숲이라는 신화와 금속의 단단함을 한 실루엣에 묶어, 작은 집 한 채가 어떻게 장소의 얼굴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