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북부 라플란드의 소나무 숲, 지상에서 몇 미터 위에 트리하우스 호텔 객실 하나가 떠 있다. 이상한 건 이 방의 겉모습이다. 벽이 보여야 할 자리를 나무 새집 350채가 빼곡히 덮고 있다. Bjarke Ingels Group, 줄여서 BIG(비아이지)가 스웨덴의 트리하우스 호텔 Treehotel에 지은 여덟 번째 객실 Biosphere다. 사람 두 명이 묵는 34m²짜리 방 하나에 새집을 350채나 매달았으니, 이 숲에서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는 한번 따져볼 일이다.
얼핏 보면 SNS용으로 잘 만든 설치미술 같다. 그런데 출발점은 꽤 진지하다. 노르보텐(Norrbotten) 지방에서 새가 줄고 있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사람이 숲을 다뤄온 방식에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2022년 여름 문을 연 Biosphere는 호텔 객실이자 조류 보호 장치이고, 투숙객에게 ‘돌아가면 새집 하나 달아보라’고 권하는 교재이기도 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방이 계속 회자되는 건 사진이 잘 나와서만은 아니다.

블랙 큐브 하나에 새집 350채, 트리하우스 호텔 Biosphere의 구조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한가운데에 대부분 유리로 된 블랙 큐브가 있고, 그 바깥을 금속 그리드가 한 겹 감싼다. 이 그리드에 크기가 제각각인 목재 새집 350채를 매달아 전체 윤곽을 둥근 공 모양으로 만들었다. 네모난 방을 둥근 새집 무리가 둘러싼 형국이라, 멀리서 보면 숲 한가운데 거대한 솔방울이 하나 걸려 있는 것 같다.
객실 면적은 34m², 약 10평이다. 정원은 2명이고 더블 침대 하나가 들어간다.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 기억하는 형태다. 방 자체는 평범한 상자인데, 머릿속에 남는 건 상자가 아니라 새집이 만든 구의 실루엣이다. 건물의 주인공을 건물 바깥에 매단 셈이랄까. 밝은 원목 새집과 그 뒤로 비치는 블랙 본체의 대비 덕에, 구는 짙은 숲 속에서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장식이 아니라 처방이다, 새가 줄어드는 숲
이 새집들은 꾸밈용이 아니다. 설계 단계부터 노르보텐 조류학회(Norrbotten Ornithological Association) 회장인 조류학자 Ulf Öhman이 함께했다. 그에 따르면 노르보텐주에서 학회와 주 행정청이 각각 벌인 조사에서 여러 새의 개체수가 줄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원인 하나는 임업이다. 숲을 목재 생산용으로 관리하면서, 늙은 나무에 저절로 생기던 구멍, 그러니까 새들이 알을 품던 나무 구멍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도 거든다. 곤충이 가장 많아지는 시기가 해마다 앞당겨지면서,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올 즈음엔 먹이 철이 이미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둥지를 달아주고, 북부 스웨덴에서 겨울을 나는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일이 실제 보호 수단이 된다는 게 Ulf Öhman의 설명이다. 그는 투숙객들이 이 방을 보고 자기 집 근처에도 새집을 달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호텔 한 채가 새집 350채를 다는 것보다 손님 수천 명이 하나씩 다는 쪽이 숲에는 더 큰 일이다. 어쩌면 이 방의 진짜 노림수는 그쪽에 있다.

새집 크기가 전부 다른 이유, 주소마다 다른 세입자
가까이 다가가면 새집의 크기와 간격이 들쭉날쭉하다는 게 보인다. 아무렇게나 흩뿌린 게 아니다. 설계팀은 이 지역에 어떤 새가 얼마나 자주 사는지, 종별 빈도에 맞춰 새집 크기를 달리했다고 설명한다. Bjarke Ingels는 처음부터 사람뿐 아니라 이 숲에 사는 새와 박쥐까지 함께 들여 ‘둥지 떼로 된 구’에서 동거하게 하자는 구상이었다고 말한다.
새집을 바깥쪽으로 퍼지게 내밀고 사이사이를 비운 덕분에, 빛은 방 안으로 들어오고 안에서는 새집 틈으로 숲이 보인다. 설계팀은 이를 체커판처럼 막힌 곳과 뚫린 곳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이라고 부른다. 이 외피 하나가 차양이고 블라인드이고 새들의 아파트다.
근대 건축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오래된 경구가 있다. 19세기 말 미국 건축가 Louis Sullivan(루이스 설리번)이 남긴 말이다. BIG은 이 방의 외관이 기능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능은 사람의 기능이 아니라 생태계의 기능이다. 형태가 생태를 따른 경우라고 해야 할까.

땅에서 우듬지까지, 브리지로 걸어 올라가는 동선
Biosphere로 가는 길은 숲 바닥에서 시작한다. 완만하게 경사진 브리지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무 꼭대기 높이에 닿아 있다. 계단이나 사다리로 ‘기어오르게’ 하는 대신 오르막을 ‘걸어가게’ 만든 건 영리한 선택이다. 걸음마다 고도가 조금씩 바뀌고, 시선도 줄기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우듬지로 옮겨 간다.
건축에서는 건물에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의 장면 연출로 설계하는 것을 ‘건축적 산책로(promenade architecturale)’라 부른다. Le Corbusier(르 코르뷔지에)가 Villa Savoye에 넣은 경사로가 교과서적인 예다. Biosphere에서는 그 발상이 숲으로 옮겨 왔다. 문을 열기도 전에 투숙객은 이미 사람의 눈높이를 벗고 새의 눈높이로 올라가 있다. 34m²짜리 방이 실제보다 훨씬 큰 경험으로 기억되는 건, 이 진입로가 경험의 절반을 먼저 해주기 때문이다.

현관 앞 모이통, 손님과 새가 같은 문간을 쓴다
출입구에 다가서면 새집이 머리 위와 옆으로 바짝 다가온다. 문 옆에는 지붕 달린 모이통도 하나 걸려 있다. 겨울을 나는 새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보호 수단이라는 조류학자의 설명이 현관 앞에 그대로 구현된 모양새다. 사람의 출입구와 새의 출입구가 한 뼘 간격으로 붙어 있는 집, 동화책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외벽은 블랙으로 마감했고, 출입구 위 처마 밑에는 라인 조명을 숨겨 웜톤의 빛이 문간과 바닥으로만 흘러내리게 했다. 블랙 바탕은 낮에는 원목 새집을 도드라지게 하는 배경이 되고, 해가 지면 따뜻한 문간 하나만 남긴다. 숲에서 빛을 아껴 쓰는 법을 아는 디테일이다. 밤새 사방을 환하게 비추는 건물은 사람에게는 편해도 숲의 생물에게는 소음이나 다름없다.

밖은 새, 안은 사람, 유리 바닥 위의 버드워칭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기가 확 바뀐다. 실내는 거의 전부 블랙이다. 벽과 천장, 붙박이 선반, 바닥 카펫까지 짙은 톤으로 가라앉혔다. 그 덕에 창밖의 숲과 새집의 밝은 원목이 액자 속 그림처럼 튀어나온다. 설계팀은 어둡게 누른 실내가 시선을 방 안이 아니라 숲으로 돌리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한다. 인테리어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를 포기한 셈이다.
창가 쪽 바닥 일부는 유리라 발밑으로도 숲이 내려다보이고, 그 옆에는 둥근 행잉 체어가 매달려 있다. 이불을 두르고 앉아 새를 기다리기 딱 좋은 자리다. 외피에는 삼중 유리를 써서, 새소리가 은은하게만 들어오도록 조절했다. 수백 채의 새집이 창 바로 바깥에 붙어 있는데도 방이 시끄럽지 않은 이유다.
새집이 유리에 이렇게 바짝 붙어 있으면 창이 금세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Bjarke Ingels도 같은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그는 Ulf Öhman에게서 ‘새는 둥지 근처에는 배설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안도했다고 털어놓는다. 새집 구름 속에서도 유리는 맑게 유지될 거라는 얘기다.

구 안의 구, 새집 군집을 닮은 펜던트 조명
두 개 층 높이로 트인 공간 한가운데에는 작은 블랙 큐브 여러 개를 뭉쳐 만든 구형 펜던트가 걸려 있다. 건물 전체를 축소해 실내에 한 번 더 매단 모양이다. 큐브 사이 틈으로 웜톤의 빛이 새어 나와, 바깥에서 새집 틈으로 햇빛이 드는 방식을 밤의 실내에서 되풀이한다. 조명은 스웨덴 조명 회사 Ateljé Lyktan이 맡았다. 벽면 선반 아래로는 라인 조명이 숨어 있고, 침대 머리맡에는 작은 독서등이 붙어 있다.
블랙 인테리어에서 조명은 까다롭다. 짙은 마감은 빛을 먹기 때문에 같은 밝기여도 훨씬 어둡게 읽힌다. 게다가 밤에 실내가 너무 밝으면 유리창이 거울이 돼서, 바깥 숲 대신 내 방이 비친다. 사진으로 보면 이 방은 천장 전체를 밝히는 대신 펜던트, 라인 조명, 독서등처럼 작은 광원을 필요한 자리에 나눠 두는 쪽을 택했다. 전반 조명, 작업 조명, 연출 조명의 세 겹을 겹치되, 전반 조명의 몫을 최소로 줄인 구성이다.
집에 응용한다면 이렇게 해볼 수 있다. 창밖 풍경을 살리고 싶은 방이라면 천장등 하나를 켜기보다 2700~3000K 웜톤 스탠드와 간접 조명 두세 개로 나눠 켜는 편이 낫다. 디머를 달아 해 질 녘에 실내 밝기를 바깥보다 낮게 맞추면, 유리에 비친 내 모습 대신 바깥 풍경이 오래 남는다. 어두운 벽을 칠했다면 선반 아래나 커튼박스 안에 라인 조명을 숨겨 벽면을 쓸어내리듯 비추는 것도 효과가 좋다.

34m²를 쓰는 법, 다락 침실과 수직 조닝
이 작은 방의 조닝은 단면도를 보면 한눈에 읽힌다. 한쪽은 바닥부터 지붕까지 두 개 층 높이로 비운 거실이고, 다른 한쪽은 아래에 화장실과 샤워실, 그 위에 더블 침대를 얹은 2층 구조다. 침대에는 거실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물 쓰는 공간과 잠자는 공간을 수직으로 포개고, 그렇게 아낀 면적을 통째로 천장고로 돌려준 것이다. 10평 남짓한 방인데도 사진 속 거실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다락 침실은 천창과 두 면의 유리창을 끼고 있어서, 누우면 새집과 나뭇가지가 바로 머리 위로 지나간다. 블랙 침구 위에 덮인 나이테 무늬 블랭킷은 숲의 나무를 침대 위로 끌어들인 작은 위트다. 지붕에는 눈이 없는 계절에만 쓸 수 있는 루프 테라스가 있어, 우듬지 사이로 숲을 360도 둘러볼 수 있다.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이라면 참고할 만한 공식이다. 면적을 넓힐 수 없을 땐 높이를 한쪽에 몰아주면 된다. 침대를 로프트로 올리고 그 아래를 수납이나 욕실로 쓰면, 남은 공간이 실제 평수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한 호텔이 건축 컬렉션이 되기까지, Treehotel의 계보
Biosphere를 제대로 읽으려면 Treehotel이라는 호텔부터 알아야 한다. Treehotel은 Harads라는 인구 600명 남짓의 작은 마을에 있다. 이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Kent Lindvall과 Britta Lindvall 부부가 2010년 객실 네 개로 문을 열었다. 아이디어는 도시 남자 셋이 숲에 트리하우스를 짓는 스웨덴 영화 〈The Tree Lover〉에서 얻었다.
이 트리하우스 호텔의 운영 방식은 독특하다. 객실마다 다른 건축가를 불러 전혀 다른 집을 짓게 한다. 숲을 비추며 스스로 사라지는 거울 상자 Mirrorcube(Tham & Videgård), 비행접시 모양의 UFO, 나뭇가지를 엮어 거대한 새 둥지처럼 만든 Bird’s Nest, Snøhetta(스노헤타)가 설계한 The 7th Room까지. 호텔 하나가 건축가들의 작품을 모아 둔 야외 컬렉션이 된 셈이다.
건축 유형으로 보면 이 객실들은 ‘폴리(folly)’의 계보에 닿아 있다. 폴리는 18세기 영국 풍경식 정원에 세우던 작은 건축물로, 쓸모보다는 풍경 속 볼거리 자체가 목적이었다. Treehotel의 객실들은 여기에 숙박이라는 기능을 얹은 현대판 폴리라 할 만하다. 앞선 객실들이 숲에 숨거나(Mirrorcube) 숲을 흉내 내는(Bird’s Nest) 쪽이었다면, BIG의 답은 숲의 생태계에 직접 끼어드는 쪽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Biosphere는 소나무 사이의 점 하나에 불과한데, 그 점이 새 수백 마리의 주소지다.

길고 혹독한 겨울, 새들에게 더 필요한 집
Harads는 북극권 경계에서 멀지 않은 스웨덴 라플란드에 있다. 겨울은 길고 혹독하며, 여름엔 해가 좀처럼 지지 않는다. 설계팀은 이처럼 계절 차이가 극단적인 땅에서는 현지의 목재와 돌을 쓴 튼튼한 건물 유형이 자리 잡아 왔다고 짚는다. Biosphere도 그 조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외피의 삼중 유리는 새소리를 거르는 장치이면서, 당연히 이 추위를 견디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눈이 내리면 이 집은 다른 얼굴이 된다. 새집 지붕마다 눈이 소복이 쌓이고, 모이통에는 겨울을 나는 새들이 찾아든다. 조류학자의 말대로라면 먹이가 귀한 이 계절이 새들에게 가장 도움이 필요한 때다. 여름 사진만 보면 ‘예쁜 트리하우스’지만, 겨울 사진을 보고 나서야 이 집이 왜 새들을 위한 집인지 실감이 난다.

하룻밤 1만 4,800크로나, 그리고 집으로 가져가는 숙제
Biosphere의 숙박 요금은 2인 기준 1만 4,800스웨덴크로나부터다. 시즌마다 달라지고 조식이 포함된다. 결코 싼 방은 아니다. 하지만 이 방이 파는 건 결국 경험이고, BIG이 오래 내걸어 온 ‘쾌락적 지속가능성(Hedonistic Sustainability)’이라는 구호와 그대로 겹친다. 친환경이 금욕과 희생이 아니라 더 즐거운 삶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손님은 새소리 속에서 잠들고, 새는 둥지를 얻는다. 이 객실은 2022년 Interior Design의 Best of Year 어워드를, 2024년 Créateurs Design Awards 호스피털리티 건축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BIG은 지금 6만m²짜리 미술관도 짓는 사무소다. 앞서 소개한 〈처마 곡선을 겹겹이 엮은 쑤저우 미술관, Suzhou MoCA〉가 그 예다. 같은 사무소가 34m²짜리 방 하나에 이만큼 공을 들였다는 게 흥미롭다. 숲속의 작은 집에 대한 BIG의 관심은 처음이 아닌데, 〈세계적인 건축 그룹 BIG에서 만든 오두막 스테이〉의 A45도 같은 결의 작업이다.
Ulf Öhman의 바람대로라면, 이 방의 성과는 숙박 후기의 별점보다 손님들이 집에 돌아가 마당이나 베란다에 단 새집 개수로 매겨져야 할지도 모른다. 34m²짜리 방 하나가 남기고 가는 숙제치고는 꽤 근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