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원에게 시공사 선정은 단순히 아파트 이름표를 정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브랜드가 붙느냐에 따라 시세가 바뀌고, 몇 층까지 올릴 수 있느냐도 그 협상 테이블 위에서 갈린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총 사업비 30조 원 규모의 재건축이 올 하반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먼저 윤곽이 잡힌 곳은 10단지다. 현대건설이 두 차례 유찰 끝에 단독 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다. 기존 2,160가구를 4,248가구로 새로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약 2조6,135억 원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빨랐던 6단지는 이미 지난 6월 DL이앤씨가 두 차례 단독 입찰 끝에 시공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고, 기존 1,368가구가 최고 49층·18개 동·2,173가구로 탈바꿈한다.
다음 달 초는 또 다른 분수령이다. 3,852가구·공사비 2조3,762억 원 규모인 13단지는 9월 7일 입찰이 마감되는데,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2,810가구인 12단지 역시 GS건설 단독 참여가 유력하고, 9월 22일 마감하는 8단지(1,881가구)에는 대우건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주력 단지를 정해두고 움직인다. 롯데건설은 2단지에, IPARK현대산업개발은 2·11단지에 역량을 모으기로 했고, 포스코이앤씨는 1·2·4·11·14단지 다섯 곳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경쟁이 붙는 단지, 조용히 정리되는 단지
모든 단지가 조용히 정리되는 건 아니다. 규모와 입지에서 목동을 대표하는 7단지는 현대건설·삼성물산·DL이앤씨 3파전이 예상된다. 기존 2,550가구가 4,335가구로 늘어나는 이 사업은 이달 서울시에 통합심의를 신청했고, 10월 시공사 선정 공고가 목표다. 다음 달 시공사 선정에 들어가는 14단지도 만만치 않다. 14개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큰 5,123가구 사업에 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 네 곳이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건 컨소시엄 이야기다. 사업 규모만 보면 여러 건설사가 손잡는 공동 도급이 합리적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조합은 단독 시공 원칙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컨소시엄으로 지으면 아크로·디에이치·써밋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붙이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브랜드 하나가 재건축 이후 단지 가치를 좌우한다고 믿는 조합원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속도전을 만든 건 2030년 11월
이 모든 경쟁의 배경에는 시한이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 제한 개정안이 적용되는 2030년 11월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최고 41~49층 설계가 가능하다. 그 시한을 넘기면 층수 계획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아직 공고 전인 1·3단지에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가, 9단지에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이, 11단지에는 대우건설·GS건설·포스코이앤씨·IPARK현대산업개발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단지별 구도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계속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대형 건설사가 대거 뛰어들면서 브랜드 영향력이 커졌다. 재건축 이후 가치가 얼마나 오르느냐가 시공사 선정의 핵심 변수다.” 30조 원짜리 재건축이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다. 어느 브랜드가, 몇 층짜리 목동을 완성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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