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를 붓는 대신 층층이 쌓아 올리는 3D프린팅 건축이 실험실을 벗어나 진짜 마을이 됐다. 덴마크 홀스테브로에서 3D프린터로 벽을 찍어낸 학생주택 36채가 최근 완공돼 이달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건축사무소 SAGA Space Architects와 시공사 3DCP Group이 손잡고 12개월 만에 지어낸 이 단지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3D프린팅 주거단지로 꼽힌다.
여섯 번을 반복해야 진짜 기술이다
Skovsporet라는 이름이 붙은 이 단지는 VIA University College 인근 부지에 여섯 개 클러스터로 나뉘어 있다. 클러스터마다 6채씩, 총 36채의 단층 주택이 중정과 정원,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다. 벽체는 COBOD BOD3 3D프린터가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층층이 쌓아 뽑아냈고, 지붕은 전통적인 목구조로 얹었다. 3DCP Group의 최고경영자 Mikkel Brich는 “진짜 기술적 도약은 벽 하나를 잘 찍어내는 게 아니라, 같은 정밀도로 여섯 개 클러스터에 걸쳐 반복하면서도 속도를 끌어올리고 프린팅 요소를 기존 시공 방식과 맞물리게 하는 데 있었다”고 말했다.

저탄소 시멘트로 두 번 실험했다
벽체에는 Aalborg Portland가 개발한 저탄소 시멘트 FUTURECEM을 배합한 D.fab 콘크리트가 쓰였다. 자전거 보관소 한 동은 아예 시멘트를 뺀 MEVOcem 소재로 찍어, 기존 콘크리트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을 84%까지 줄였다. 덴마크 혁신기금(Innovation Fund Denmark)의 지원으로 개발된 이 소재는 아직 부속 건물 수준의 실험이지만, 같은 부지 안에서 저탄소 배합과 일반 배합을 나란히 검증했다는 점에서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갈 채비를 갖췄다.
부지에 있던 나무의 약 90%는 베어내지 않고 프린팅 위치를 조정해 살렸다. 벽면은 코르크 패널과 유리, 목재 지붕틀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마감했고, 각 유닛은 39~50㎡ 규모로 주방과 스터디룸, 욕실, 침실을 갖췄다. 지붕창과 경사 천장을 넣어 단층 주택임에도 채광을 확보했다.

실험이 아니라 덴마크 공공주택 규정을 통과했다
이 단지를 발주한 NordVestBO는 덴마크 북부에서 3천 가구 넘게 관리하는 비영리 공공주택 재단이다. Skovsporet는 덴마크의 까다로운 보조금형 공공주택 기준과 건축법규를 모두 충족하며 지어졌다는 점에서, 3D프린팅이 실험작을 넘어 학생주택난 같은 실제 공급 문제에 쓸 수 있는 카드임을 증명했다. SAGA Space Architects의 공동창업자 Sebastian Aristotelis는 “작은 프로토타입을 찍던 단계에서 진짜 주택 36채와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단계로 넘어왔다”고 밝혔다.
앞서 소개한 화성에도, 달에도 — 3D프린팅으로 짓는 인류의 다음 집이 우주 정착지를 겨냥한 실험이었다면, 텍사스가 8년간 지은 248채는 저가 단독주택 양산에 방점을 찍었다. Skovsporet는 그 사이에서, 공공주택 규정 안에 여러 채를 동시에 반복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지를 검증한 사례다. 같은 계열 장비가 세 대륙에서 서로 다른 문제—우주 정착, 저가 주택, 공공주택 공급—를 풀고 있다는 사실이 이 기술의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