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프린터가 별장도, 9만9천 달러 집도 뽑는다 — 텍사스가 8년간 지은 248채

같은 무늬의 콘크리트 벽이 완전히 다른 삶을 감싼다. 텍사스 오스틴의 중산층 주택에도, 노숙 경험이 있는 이들을 위한 영구 주거지에도, 9만9천 달러짜리 실험 주택에도 똑같은 물결무늬 벽이 반복된다. 3D 프린팅 건설사 ICON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얼마나 다른 '집'을 뽑아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8년간의 기록이다.

ICON은 대형 3D 프린터, 자체 개발한 시멘트질 재료,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 공정에 맞춰 설계된 건축 카탈로그를 거의 10년째 쌓아왔다. 2017년부터 2026년까지 완공한 주택·구조물은 총 248채. 숫자보다 흥미로운 건 그 사이의 스펙트럼이다. 같은 프린터가 교외의 표준 평면도를 수십 번 반복해 찍어내기도 하고, 단 하나뿐인 곡선 벽을 그려내기도 한다. 결과물을 결정하는 건 기계가 아니라 땅, 예산, 건축, 소유 구조, 그리고 그 안에 살게 될 사람들이다.

랜치 하우스에서 교외 100채까지

출발점은 2022년 오스틴에 지은 House Zero다. Lake Flato가 설계한 약 280㎡(3,000평방피트) 규모의 이 집은 중반세기 텍사스 랜치 하우스의 낮은 비례, 넓은 처마, 목재, 실내외를 잇는 동선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프린팅된 콘크리트 벽만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방을 감싼다. 벽은 프린터가, 목조 지붕과 창호는 재래식 공법이 맡아 지었다. 3년 뒤인 2025년, 조지타운의 Wolf Ranch에서는 같은 기술이 완전히 다른 스케일로 옮겨간다. ICON과 주택시공사 Lennar가 BIG(비야케 잉겔스 그룹)이 그린 8개 평면·24개 입면을 활용해 100채를 완공했다. 138~195㎡(1,500~2,100평방피트) 규모에 차고·테라스·태양광 패널까지 갖춘 이 집들은 거리에서 보면 평범한 텍사스 교외 주택 단지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야 콘크리트의 반복된 프린팅 층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해 텍사스 힐 컨트리에 지어진 Wimberley Springs는 또 다른 방향이다. BIG의 'TexNext' 컬렉션을 포함한 ICON의 디지털 카탈로그 'CODEX'를 활용해 최대 380㎡(4,100평방피트)에 달하는 대형 별장을 찍어냈다. 깊은 처마와 둥근 프린팅 볼륨으로 텍사스 지역 건축을 재해석하면서도, 예산이 넉넉한 건축주를 위한 더 넓고 표현적인 공간을 구현했다.

9만9천 달러의 집, 노숙인의 집

정반대의 극단은 오스틴 시내에 있다. 비영리단체 Mobile Loaves & Fishes가 운영하는 'Community First! Village'에서 ICON은 2019년부터 만성 노숙을 경험한 이들을 위한 영구 주거를 프린팅해왔다. 지금까지 117채를 지었고, 2024년 말부터는 100채를 추가로 짓는 중이다. 작은 집들이 포치와 공유 야외 공간을 중심으로 배치돼, 개인 주거가 훨씬 큰 공동체 환경 안에 놓이는 방식이다. 2026년에는 이 마을 안에서 또 다른 실험이 완공됐다. ICON이 '9만9천 달러 이하로 지을 수 있는 집'을 주제로 전 세계 건축가·학생을 대상으로 연 공모전 'Initiative 99'에서 Guerin Glass Architects와 ConCave의 안이 선정돼 실제로 지어진 것이다. 명확한 비용 상한선 안에서 나온 곡면 평면과 원통형 방은, 예산이 넉넉한 다른 프로젝트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곡선을 그린다.

오스틴의 Mueller 지구에서는 그 경계가 한층 더 흐려진다. Michael Hsu Office of Architecture가 설계한 12채 프로젝트는 프린팅한 1층 위에 재래식 공법으로 2층을 올렸다. 그중 3채, 약 60㎡(650평방피트) 원룸형 주택은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구매자를 위한 공공 지원형으로 공급됐고, 같은 단지의 다른 집들은 약 223㎡(2,400평방피트)까지 커진다. 같은 시공 방식이 공공 지원 주택과 시장가 주택 사이를 오가는 셈이다. 서쪽 마파에서는 Liz Lambert가 운영하는 부티크 호텔 El Cosmico가 ICON·BIG과 함께 24만㎡(60에이커) 규모의 새 부지로 확장을 준비 중이다. 사막 한가운데서는 프린팅된 벽이 돔과 볼트, 포물선 형태로 한층 과감해진다. 며칠 묵는 호텔 객실과 장기 거주용 '프라이빗 선데이 홈'이 같은 프린팅 기술 위에 나란히 놓일 예정이다.

ICON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로봇이 집을 더 빨리, 더 싸게 짓는다'는 익숙한 약속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기계가 거의 누구를 위한 집이든 만들 수 있다면, 그 집의 성격을 실제로 결정하는 건 결국 기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몇 채를 지을지는 개발사가, 방을 어떻게 배치할지는 건축가가, 누가 살게 될지는 주거 정책이 정한다. 프린터는 그저 그 결정을 실행하는 도구일 뿐이다.

ICON의 3D 프린팅 주택 프로젝트들을 보여주는 이미지
이미지: ICON / designboom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signboom — ICON uses one system to 3D-print radically different ideas of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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