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560m. 몬태나 스키 별장 Cowboy Heaven이 들어선 땅에서 설계자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풍경이 아니라 날씨였다. 시속 80km로 몰아치는 바람, 3.7m까지 쌓이는 눈, 영하 26도를 오가는 한겨울. 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Big Sky)의 스키 슬로프 옆, 좁고 가파른 대지에 앉은 이 집은 그 조건을 피해 가지 않고 아예 설계의 재료로 끌어들였다.
설계는 미국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O’Neill Rose Architects. Devin O’Neill과 Faith Rose 부부가 함께 이끄는 사무소다. 도시에서 자란 설계자에게도 이렇게 높은 곳에 집을 지은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스키를 신은 채 드나드는 스키인·스키아웃 별장이지만, 이 집에서 볼 만한 건 호사보다 태도다. 혹독한 날씨를 어떻게 따뜻함으로 바꿨는지, 그리고 그렇게 만든 공간이 머무는 사람의 걸음과 기분을 어떻게 바꾸는지 순서대로 따라가 보자.

해발 2,560m 몬태나 스키 별장, 입구는 작은 오두막처럼
집은 대지에서 가장 높은 지점 바로 아래, 좁게 파낸 홈에 몸을 묻었다. 북서쪽은 땅이 감싸 주며 바람을 꺾고, 한 개 층 높이의 화강석 기단이 3.7m짜리 눈더미를 받아 낸다. 이 기단은 배의 이물처럼 앞으로 뻗어 나가고, 그 위에 얹힌 목조 볼륨이 캔틸레버로 산과 계곡 쪽을 향해 내민다. 지붕선이 오르내리며 산봉우리와 계곡을 번갈아 액자처럼 잘라 내는 것도 이 배치 덕분이다.
재미있는 건 첫인상이다. 연면적이 약 975m²에 이르는 큰 집인데, 현관 쪽에서 보면 작은 오두막 한 채처럼 보이도록 일부러 덩치를 숨겼다. 대지를 차지하는 티를 덜 내려는 의도였고, 설계자 스스로도 일종의 착시라고 말한다. 집을 돌아 들어갈수록 공간이 풍경 쪽으로 열리며 몸집을 드러낸다. 낮고 아담한 입구가 기대치를 한 번 눌러 두면 그 뒤에 펼쳐지는 전망이 더 크게 다가온다. 건축에서 오래 써 온 압축과 해방의 수법을 산장 스케일로 옮긴 셈이다.
국내 산자락 전원주택은 대개 땅을 평평하게 깎고 옹벽을 세운 뒤 그 위에 집을 올린다. 공사는 단순하지만 집이 바람 앞에 그대로 노출되고, 경사지 특유의 풍경도 함께 잘려 나간다. 이 집처럼 지형에 몸을 기대면 바람막이와 단열에서 이득을 보는 대신 땅에 닿는 벽의 방수·배수 공사비가 확실히 올라간다. 경사지에 집을 짓는다면 설계 초기에 이 비용을 따로 떼어 놓고 땅에 묻히는 쪽에는 창고·기계실·현관 수납처럼 빛이 덜 필요한 공간을 모으는 것이 현실적인 순서다.

눈 울타리에서 빌려 온 탄화목 외벽, 눈을 막지 않고 붙잡는다
외관의 열쇠는 미국 서부 평원 곳곳에 서 있는 스노 펜스(snow fence)다. 날리는 눈을 붙잡아 가축을 지키려고 세운 거대한 목재 울타리인데, 설계자는 대지로 향하는 첫 운전길에서 이 울타리를 보고 이 땅에서 날씨가 무엇을 결정할지 직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위층 볼륨 전체를 표면을 불에 그을린 탄화목, 일본 전통 기법인 야키스기(쇼우스기반)로 바구니처럼 엮은 격자 스크린으로 감쌌다. 목재는 아세틸화 처리로 내구성을 끌어올린 Accoya를 탄화해 썼다.
이 격자는 눈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붙잡는다. 눈이 살짝 흩날리는 날이면 격자의 틈마다 눈이 맺혀 섬세한 레이스 무늬가 생기고, 바람이 한 번 쓸고 가면 다시 사라진다. 집이 날씨와 싸우는 대신 날씨를 표정으로 삼는 방식이다. 군데군데 스크린이 건물에서 떨어져 나와 눈이 들이치지 않는 바깥 공간을 만드는데, 산 위에서 눈바람을 피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자리다. 겨울을 견뎌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구경거리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장치랄까.
야키스기는 국내에서도 점점 자주 보이는 외장재다. 다만 탄화층을 그대로 둔 등급은 손으로 문지르면 그을음이 묻어나니, 사람 손이 자주 닿는 1층 높이에는 표면을 솔질해 정리한 등급을 쓰거나 석재·콘크리트 기단과 조합하는 편이 낫다. 앞서 소개한 〈야키스기로 안팎 감싼 호주 해변 별장, Beach House Blues〉가 블랙 탄화목과 화이트 벽을 나눠 쓴 좋은 예다.


크레인으로 한 개씩 놓은 돌, 테라스가 지형이 된다
현관 반대편, 집의 뒷면으로 돌아가면 화강석이 주인공이 된다. 기단과 조경에 두루 쓴 돌은 실버 클라우드 화강석이다. 테라스는 마치 레고 블록을 쌓듯 만들었는데, 블록 하나가 약 0.9~2.3톤(2,000~5,000파운드)에 이른다. 석공들이 크레인과 대형 흡착판으로 한 개씩 자리를 잡았고, 하루에 두세 개를 놓는 게 고작이었다고 한다.
사진 속 온수 욕조 테라스는 격자 스크린이 집에서 떨어져 나와 테라스를 느슨하게 감싸는 지점이다. 스크린 틈으로 스패니시 피크스(Spanish Peaks)와 엔니스(Ennis) 계곡이 보이고, 맑은 날엔 물 위로 격자 그림자가 내려앉는다. 거친 돌과 산 공기, 눈과 뜨거운 물, 그리고 곳곳의 불. 설계자는 이 원초적인 조합이 사람에게 깊은 만족감을 준다고 말한다.
등 뒤는 막혀 있고 앞은 탁 트인 자리에서 사람은 가장 편안해진다. 환경심리학에서 ‘조망과 피신(prospect-refuge)’이라 부르는 원리인데, 반쯤 열린 이 격자 테라스가 정확히 그 감각을 만든다. 완전히 노출된 데크였다면 산 위의 바람과 시선 앞에서 오래 머물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파트 발코니나 단독주택 옥상도 마찬가지다. 사방을 트는 대신 한두 면에 루버나 격자 스크린을 세워 ‘등 뒤’를 만들어 주면 같은 면적이라도 실제로 앉아 있는 시간이 확 늘어난다.

부메랑 평면, 거실 하나가 두 개의 풍경을 나눠 갖는다
거실은 가족이 모이는 중심 공간이다. 평면이 부메랑처럼 한 번 꺾여 있어서 한쪽은 주봉우리를, 다른 한쪽은 엔니스 쪽으로 겹겹이 물러나는 계곡을 바라본다. 창 하나로 풍경 하나를 보여 주는 대신 몸을 돌릴 때마다 다른 그림이 걸리는 구조다.
실내 마감도 바깥 풍경에서 출발했다. 세로 홈을 판 애시 목재 벽은 산 위쪽에 흩어져 자라는 로지폴 소나무 숲을 떠올리게 하고, 목재 대부분은 인체에 무해한 아마인유로 마감했다. 천장은 뒤집힌 눈더미처럼 조각한 플라스터다. 얇게, 떠 있는 듯 가볍게 처리해 실내에서 바깥으로 넘어가는 경계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아쉬운 점을 하나 짚자면 소리다. 석재 바닥, 통유리, 플라스터 천장은 모두 소리를 튕겨 내는 재료라 이만한 거실이면 울림이 커지기 쉽다. 이 집은 홈을 판 목재 벽이 소리를 흩어 주고, 두툼한 러그와 패브릭 소파가 일부를 흡수하며 균형을 맞췄다. 대형 창에 포세린 타일 바닥을 깐 국내 거실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 바닥 전체를 덮는 대형 러그, 창 쪽의 두꺼운 커튼, 한쪽 벽에 템바보드(세로 홈 목재 패널)를 더하면 대화 소리가 한결 차분해진다.

벽난로는 바위처럼, 화강석은 눈더미처럼
이 집의 목표 중 하나는 고요함이었다. 그래서 재료 가짓수를 최대한 줄이고, 같은 재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썼다. 실버 클라우드 화강석을 고른 이유도 결이 바람에 쌓인 눈더미를 닮아서다. 돌 안에 운모가 섞여 있어 밤이면 조명을 받아 별이 뜬 하늘처럼 반짝인다.
거실 벽난로의 받침은 소프스톤으로, 바깥 경사지에 놓인 바위처럼 덩어리감 있게 짰다. 후드는 스틸 판을 휘고 아랫부분을 둥글게 말아 만들었는데, 안쪽에 스틸 후드를 여러 겹 겹쳐 열은 안에 가두고 바깥 면은 차갑게 유지되도록 했다. 목조 건물 안에 이만한 개방형 불을 들이려면 상당한 엔지니어링이 필요했다고 한다. 설계자의 말처럼, 제약을 하나씩 발명의 계기로 바꾼 장면이다.
불은 사람을 한자리에 모으는 가장 오래된 장치다. 다만 국내 아파트에서 장작을 때는 개방형 벽난로는 굴뚝과 소방 기준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 대안은 ‘불’ 대신 ‘무게감’을 가져오는 것이다. 석재로 낮은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바이오에탄올이나 전기 벽난로를 앉히면 거실에 시선이 모이는 중심이 생긴다. 바이오에탄올 제품을 쓴다면 환기 조건과 관리 규약을 먼저 확인할 것. 따뜻한 산장 감성을 가구와 패브릭으로 푼 〈꽃무늬 소파가 친구를 부른다, Kendall Jenner의 산장 인테리어〉와 비교해 보면, 이 집은 같은 산장이라도 재료의 덩어리로 아늑함을 만든다는 점이 또렷하다.

샹들리에는 산을 닮게, 나머지 빛은 벽 뒤로 숨긴다
이 집의 조명 기구는 하나같이 개성이 강하다. 세계 곳곳에서 물건을 찾아 집으로 들이는 걸 좋아하는 건축주의 취향이 반영됐다. 다이닝 테이블 위의 길고 낮은 샹들리에는 한 작가의 공방에서 설계자가 직접 손을 보태며 만든 수공예품이다. 겉은 어둡고 속은 골드빛으로 빛나는 물결 모양 갓이 창밖 산 능선을 닮았다.
샹들리에 뒤의 짙은 블루 볼륨은 설계자가 ‘블루 팬트리’라 부르는 곳으로, 공간 전체의 경첩 역할을 한다. 현관에서 들어서면 이 덩어리가 시야를 가려 전망이 한 번에 보이지 않고, 몸을 돌려 지나가야 풍경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표면은 굵은 나무에서 가는 나무로 겹쳐지는 숲의 깊이를 홈의 굵기로 옮겼고, 그 틈에 음향 시스템까지 숨겼다. 한 번에 다 보여 주지 않는 공간은 걸음을 늦추고, 늦춰진 걸음은 도착의 감각을 키운다.
조명 구성을 보면 천장에 다운라이트가 거의 없다. 전반 조명은 낮의 자연광과 벽·천장 가장자리에 숨긴 코브 조명이 맡고, 식탁 위 샹들리에가 작업 조명이자 장식 조명을 겸하며, 벽난로 불빛이 마지막 층을 더한다. 전반·작업·장식 세 겹이 기구를 드러내지 않고도 갖춰진 셈이고, 빛은 대체로 따뜻한 색온도로 보인다.
다만 밤에는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짙은 블루 볼륨은 빛을 먹어 같은 밝기여도 중심부가 더 어둡게 읽히고, 거대한 통유리는 바깥이 캄캄해지는 순간 실내를 비추는 블랙 거울이 된다. 해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창가 쪽 실내 조도를 디머로 낮추고 테라스에 약한 외부 조명을 켜 두면 유리 반사가 크게 줄어든다. 국내 거실이라면 식탁 위 펜던트 하나만 ‘작품’으로 고르고, 나머지 빛은 커튼박스 코브 조명과 2700~3000K 전구로 숨기는 것만으로도 이 집의 분위기를 상당 부분 가져올 수 있다.

주방은 아연과 화산석으로, 그렇다면 나머지는 애시 목재로 조용히
주방은 부메랑의 다른 쪽 날개에 있다. 블루 팬트리의 반대편 면에는 피자 오븐과 장작 수납이 붙어 있고, 그 앞 아일랜드가 집의 진짜 중심이다. 하루 종일 스키를 타고 돌아와 화끈거리는 다리로 산을 바라보며 피자를 연달아 구워 내는 자리라고 설계자는 설명한다.
디테일에는 사연이 있다. 아연 마감은 주방 가구를 맡은 덴마크 공방 Garde Hvalsøe의 장인이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여름 오두막에서 어머니가 아연 싱크대에 레모네이드를 만들곤 했는데, 레몬즙이 금속에 남긴 무늬가 아름다웠다는 이야기다. 설계팀은 레몬을 붓고, 튀기고, 천에 싸서 문지르는 실험을 몇 달 동안 반복해 그 무늬를 재현했다. 사진 속 원형 아일랜드 상판은 화산석에 세라믹 유약을 입힌 것으로, 완성되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자연 공정이라 설계자도 세상에 하나뿐일지 모를 색이라고 말한다.
아연·구리·황동처럼 시간이 지나며 변하는 금속은 손때와 얼룩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집은 그 얼룩을 미리 무늬로 만들어 두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국내 주방에서 시도한다면 상판 전체보다 아일랜드 측면, 후드, 손잡이처럼 물과 칼이 덜 닿는 면에 먼저 써 보길 권한다. 그리고 이 집처럼 밝은 애시나 오크 목재, 그레이 톤 석재로 나머지를 조용히 받쳐 줘야 한다. 강한 컬러 상판은 한 점이면 충분하다. 주변이 차분할수록 그 한 점이 살아난다.

위층 방은 작게, 창은 지붕 모양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공간의 스케일이 달라진다. 아래층이 넓게 모이는 곳이라면 위층 방들은 작고 아늑하다. 안방 창은 건물 볼륨의 단면 모양을 그대로 따라 오각형으로 뚫어 침대에서 봉우리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 볼륨은 근처 언덕에 흩어진 오두막들에서 형태를 빌려 왔다.
방마다 벽난로가 하나씩 있고 생김새는 조금씩 다르다. 안방 벽난로는 가구 배치에 맞춰 둥근 알코브 안에 들어앉았고, 복도 끝 방에는 프랑스에서 들여온 벽난로를 벽에 묻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처음엔 벽에 매립할 계획이었지만 투박한 질감이 어디선가 발견한 오브제나 자동차 부품처럼 보여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계단참에는 일부러 작은 창을 냈는데, 아침에 커피를 마시러 내려가는 길에 해돋이를 엽서처럼 잘라 보여 준다.
낮에는 넓게 모이고 밤에는 작게 흩어지는 구성은 사람의 하루 리듬과 맞물린다. 천장과 면적이 줄어든 방은 몸을 감싸는 듯한 보호감을 주고, 잠들기 전 긴장을 풀게 한다. 다만 사진상으로는 안방 큰 창에 커튼이 드러나지 않는데, 해발이 높은 곳의 아침 햇빛은 생각보다 강하다. 침실에 큰 창을 낸다면 천장에 매립형 블라인드 박스를 미리 만들어 두는 편이 좋다. 쓰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고, 필요할 때는 방을 완전히 어둡게 만들 수 있다.

구리는 욕실 한 곳에만, 특별한 재료는 아껴 쓴다
안방 욕실은 마감이 공간의 인상을 거의 다 결정한다. 벽은 주방 상판과 같은 계열인 Made a Mano의 유약 입힌 화산석 타일로, 작가가 유약을 16~24겹까지 올려 장마다 색과 깊이가 미묘하게 다르다. 그 차이가 벽 전체에 리듬을 준다.
창 아래 놓인 깊은 욕조는 구리다. 구리는 열을 오래 품기 때문에 어깨까지 물을 채우고 40분을 담가도 물이 쉽게 식지 않는다. 짙은 타일 색과도 잘 어울린다. 설계자는 이 집에서 구리를 쓴 곳이 여기 한 곳뿐이라고 강조한다. 특별한 순간을 위해 아껴 둔 재료라는 뜻이다.
재료를 한 곳에만 쓰면 그 공간이 기억에 남는다. 국내 욕실 리모델링에서도 비싼 수공 타일을 전면에 깔기보다 욕조 뒤나 세면대 벽 한 면에만 쓰고 나머지는 무늬 없는 타일로 받쳐 주면 예산은 줄고 효과는 커진다. 구리 욕조에 끌린다면 무게부터 확인해야 한다. 물을 채운 욕조는 사람 무게를 더해 수백 킬로그램에 이르니, 아파트라면 바닥 하중과 방수층 조건을 먼저 따져 보고, 부담스럽다면 구리 톤 수전이나 액세서리로 분위기만 가져오는 방법도 있다.

벙크룸과 스키룸, 아이들과 장비에게 각자의 자리를
Devin O’Neill이 가장 아끼는 방은 아래층 벙크룸이다. 애시 목재로 짠 2층 침대에 아이 열 명까지 잘 수 있는데, 설계자의 표현대로 ‘집 안의 작은 집’들이다. 긴 복도 끝에는 복도와 폭도, 천장 높이도 똑같은 대형 피벗 도어가 있고, 이 문을 열면 큰 화로가 놓인 원형극장 같은 테라스로 이어진다. 침대 칸 사이에는 작은 나무 블록을 붙인 스크린을 세워 숲속처럼 얼룩진 빛이 들게 했다.
스키룸은 이 집이 스키 별장이라는 걸 가장 실감 나게 보여 준다. 집 옆으로 휘어 도는 슬로프에서 그대로 미끄러져 들어와 장비를 벗고 말려 둔 채 위층으로 올라가 점심을 먹는다. 바닥은 다른 곳과 같은 돌이지만 약 10cm 크기의 작은 블록으로 잘라 줄눈을 늘렸다. 젖은 스키 부츠로 밟아도 덜 미끄럽게 하려는 계산이다. 옆의 백룸에는 여행 가방용 수납 칸 12개와 서랍을 짜 넣었고, 같은 원리로 욕실에도 사람마다 세면도구 칸을 나눴다.
자기 자리가 정해진 공간에서 사람은, 특히 아이들은 훨씬 편하게 움직인다. 물건마다 둘 곳이 있으면 눈과 물기는 현관에서 멈추고 집 안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국내 주택이라면 현관을 조금 넓혀 머드룸(현관 수납 공간)을 만들고, 바닥은 줄눈이 많은 작은 모듈 타일로 깔아 미끄럼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만하다.
설계자들은 완공 뒤 이 집에 다시 머물며 건축은 사진처럼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며 겪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한다. 스키를 신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블루 팬트리를 돌아 전망을 만나고, 작은 창에서 해돋이를 보는 아침까지. Cowboy Heaven은 그 동선 하나하나에 날씨와 풍경을 끼워 넣은 몬태나 스키 별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