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의 한 주택가, 건축가 부부가 살던 집을 RAD+ar가 통째로 다시 짰다. 이름은 Attic Above Garden. 정원과의 거리감, 이웃으로부터의 프라이버시, 그리고 답답하지 않은 개방감 —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원한 건축주 부부를 위해 RAD+ar는 기존 집을 콘크리트와 스틸 골조만 남기고 전부 걷어냈다.
벽과 복도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오버사이즈 지붕과 유리 소핏을 얹은 다락을 새로 얹었다. 위층은 전부 개방형 평면이고, 1층은 정원과 마주한 데크가 집 안까지 이어진다. RAD+ar는 2017년 Antonius Richard가 설립한 스튜디오로, 이번 리노베이션에서도 “무엇이 충분하고 무엇이 과한지”를 계속 저울질하며 설계했다고 밝혔다.

저녁이 되면 집 안이 켜진다
집을 저녁에 보면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콘크리트와 벽돌로 마감한 매스 사이로 조명이 새어 나오고, 정원의 야자수와 침엽수가 실루엣으로 남는다. 오버사이즈 지붕이 그림자를 만들어 건물 전체를 한 덩어리로 묶어준다. 낮에는 무뚝뚝해 보이던 파사드가 밤에는 훨씬 다정한 표정을 짓는다.

이웃한 지붕들 사이, 낮고 넓게
드론으로 내려다보면 이 집이 얼마나 낮고 넓게 앉아 있는지 알 수 있다. 주변 주택들이 대개 뾰족한 기와지붕을 얹은 것과 달리, 이 집은 각진 대형 지붕 하나로 위층 전체를 덮었다. 무성한 야자수와 침엽수가 지붕 절반을 가려줘서 이웃 시선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차단된다. 프라이버시를 담장이 아니라 지붕과 식재로 해결한 셈이다.

벽돌 타일 위로 열린 창
가까이서 보면 외벽은 벽돌 모양 타일로 촘촘히 마감돼 있다. 그 위에 얹힌 지붕은 처마를 길게 빼서 벽면에 그늘을 만든다. 창은 필요한 자리에만 정직하게 뚫었고, 나머지는 두꺼운 벽으로 덮어 외부 시선을 막았다. 저녁이면 이 창들만 노랗게 빛나면서 집의 표정을 결정한다.

지붕과 벽 사이, 유리 소핏
지붕과 벽이 만나는 자리에는 통유리 소핏을 끼워 넣었다. 낮에는 이 틈으로 빛이 들어와 다락 안쪽까지 밝혀주고, 밤에는 반대로 실내 조명이 이 틈을 통해 밖으로 새어 나온다. 콘크리트 보와 유리가 만나는 각도가 예리해서 지붕 전체가 훨씬 가벼워 보이는 효과를 낸다. 창가에 앉은 아이의 실루엣이 이 틈 사이로 그대로 비친다.

다락 침실, 선큰 스페이스로 내려앉다
다락의 주인공은 침실이다. 콘크리트 지붕 트러스 사이사이에 목재 수납장과 유리를 끼워 침대 자리를 감싸고, 그 옆으로 바닥을 한 단 낮춘 선큰 스페이스를 뒀다. 테라코타 톤 타일을 깐 이 공간은 소파 대신 앉아서 기대는 자리로 쓰인다. 아이와 강아지가 뒹굴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여유 있게 낮춰 앉혔다.

침대, TV, 책상이 한 층에
침실 한 층 안에 TV장, 책상, 옷장까지 전부 들어가 있다. 벽을 세우는 대신 가구 볼륨으로 영역을 나눈 덕분에 공간이 끊기지 않는다. 바닥재도 목재와 테라코타 타일을 구간별로 바꿔서, 벽 없이도 자연스럽게 용도가 구분된다. RAD+ar는 이렇게 일부러 용도를 딱 떨어지게 정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천창 아래, 강아지가 있는 풍경
다락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보 아래로 침대와 책상이 나란히 놓인다. 천장 한쪽에 낸 작은 창으로 옆집 담벼락과 나무가 함께 보인다. 흰 털의 강아지가 침대 앞에 서 있는 이 장면은 이 집이 실제로 매일 쓰이는 공간이라는 걸 보여준다. 마감재는 대부분 밝은 톤의 목재와 베이지색 패널로 통일해 차분한 인상을 준다.

1층, 벽 없는 부엌과 거실
1층은 콘크리트 기둥만 남기고 벽을 모두 걷어냈다. 스테인리스 아일랜드 조리대가 거실 겸 다이닝 공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그 뒤로 소파와 TV장이 이어진다. 벽돌 마감 기둥과 목재 천장이 만나는 지점마다 채광창을 내 낮에도 인공조명 없이 밝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동선이 그대로 눈에 들어올 만큼 시야가 트여 있다.

저녁, 거실에 걸린 그림들
저녁이 되면 이 거실은 또 다른 얼굴을 보인다. 콘크리트와 벽돌 마감 벽에 그림과 소품이 걸려 있고, 우드톤 조명이 공간 전체를 데운다. 아이가 부엌에서 물을 마시는 동안 강아지는 러그 위에 앉아 있다. 낮 동안 정원과 이어졌던 개방감이 밤에는 조명 하나로 아늑하게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