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 두 장이 오벌을 그리다
Leaf House라는 이름은 은유가 아니라 설명에 가깝다. Michaelis는 “잎 두 장이 나란히 기대어 타원을 이루는, 단순하고 유기적인 형태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이 곡선은 단지 주변 숲을 닮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통유리로 채운 실내 곳곳에 360도 조망과 빛을 끌어들이기 위한 실질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두 개 층으로 이뤄진 본채는 현지 채석장에서 캐낸 돌로 마감했고, 지붕에는 흙을 얹어 식물이 자라도록 했다. 지붕 안쪽 처마는 흰색으로 매끈하게 마감해 위로 살짝 들려 올라간 인상을 준다. 동쪽으로는 철제 “줄기” 두 개가 지붕 아래에서 뻗어 나와 땅에 닿는데, Michaelis는 이를 “집을 부지에 상징적으로 고정하는 몸짓”이라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철제 기둥은 덩굴식물로 뒤덮일 예정이라고 한다.
모서리를 지운 벽, 점토로 덮다
내부로 들어서면 곡선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다는 걸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벽과 천장 전체를 점토 미장으로 마감하면서 창틀과 모서리 처리를 최소화해, 부드럽게 휘어지는 벽면 자체가 시선을 붙잡도록 설계했다. “재료 선택의 기준은 맥락에 대한 감수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온기와 촉감에 대한 갈망이었다”고 Michaelis는 말한다. 벽에는 Clayworks사의 점토 미장을 써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표면을 냈고, 1층 바닥 전체에는 덴마크 Dinesen의 넓은 판재 오크를 깔아 질감과 색감에 따뜻함을 더했다.
레몬나무와 고사리가 완충 역할을 한다
평면 양 끝에는 작은 유리방이 한 쌍씩 붙어 있다. Michaelis가 “바이오필릭 버퍼(biophilic buffer)”라 부르는 이 공간은 단순한 장식용 온실이 아니라, 실내외 온도차로 인한 열 손실과 열 취득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완충 장치다. 남향으로 볕이 잘 드는 쪽에는 레몬나무를, 북향에는 고사리를 심었다. 식물의 종류를 방향에 맞춰 다르게 고른 점이 흥미로운데, 온실 속 식물이 계절과 채광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며 집 안 온도를 조율하는 셈이다.
집을 반으로 가르는 복도
1층은 천창으로 빛이 쏟아지는 복층 높이의 현관 복도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뉜다. 동쪽에는 거실이, 서쪽에는 주방과 다이닝이 자리하는데, 두 공간 모두 전면 창으로 풍경을 향해 열려 있고 작은 데크 테라스로 바로 이어진다. 복도 자체가 일종의 분기점 역할을 하는 셈인데, 덕분에 거실과 주방이 서로 시야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지붕 아래 있다는 감각은 잃지 않는다.
휘어진 벽을 따라 앉는 식탁
서쪽 다이닝 공간은 건물의 곡선을 가장 노골적으로 즐기는 자리다. 벽을 따라 둥글게 이어지는 벤치형 좌석 위로 가죽 의자를 곁들였고, 대리석 상판 식탁 역시 곡선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통유리 너머로는 정원과 그 끝의 Long Barn 애넥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방 하나가 이렇게까지 바깥 풍경과 밀착돼 있으면, 실내에 있다는 감각 자체가 옅어지기 마련이다.
침실 창 너머로 보이는 또 다른 집
1층보다 살짝 좁아지는 2층에는 주침실이 서쪽 절반 전체를 차지한다. 크고 완만하게 휘어진 창으로 서쪽 풍경을 담아내는 구조다. 동쪽 절반에는 자녀 방 두 개가 나란히 자리하는데, 각각 천창이 있는 전용 욕실을 갖췄다. 주침실 창밖으로는 정원 건너편의 Long Barn 지붕이 그대로 보인다. 본채와 애넥스가 서로를 마주 보도록 배치한 셈인데, 두 건물 사이 거리가 가까워서 오히려 한 부지 안에 있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허물어진 헛간 자리에 새로 선 Long Barn
부지에는 원래 낡아 무너지기 직전이던 헛간이 있었다. Long Barn이라 이름 붙은 애넥스는 바로 그 헛간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 길고 좁은 형태로 지어졌다. 안에는 메자닌이 딸린 홈오피스, 요가 스튜디오, 게스트 스위트 두 개가 들어차 있다. 내부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더글러스 퍼(Douglas fir) 목재로 전부 통일해 마감했고, 높이 낸 원형 고측창으로만 빛을 들인다. 창을 낮은 위치가 아니라 높이 뚫어놓은 이유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채광은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다.
손님방이면서 업무 공간이면서 요가원인 곳
Long Barn 내부를 채운 목재는 벽과 천장, 붙박이 가구까지 하나로 이어져 마치 나무 상자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원형 창 하나가 벽에 뚫려 있어 본채 쪽 풍경이 액자처럼 걸린다. 한 건물 안에 업무 공간과 요가 스튜디오, 손님방이 공존한다는 건 이 가족이 이 별채를 얼마나 다목적으로 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본채가 가족의 일상을 담는다면, Long Barn은 그 일상 바깥의 용도들을 흡수하는 쪽에 가깝다.
전기도, 물도, 하수도도 스스로 해결한다
Long Barn 지붕에 얹은 태양광 패널이 집 전체에 쓸 전기를 만든다. 온수와 난방은 공기열 히트펌프가 맡고, 물은 땅속 깊이 뚫은 보어홀에서 끌어올린다. 밭 끝자락에 묻은 Klargester 정화조가 오수를 분해해 하수 처리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Michaelis Boyd는 1996년 Alex Michaelis와 Tim Boyd가 함께 세운 사무소다. 런던의 조지안 타운하우스 리노베이션, 케냐의 사파리 리조트 등을 최근작으로 남겼는데, 정작 창립자 자신의 집에서는 도시 인프라 없이도 완결되는 살림을 실험한 셈이다.ArchitectsMichaelis Boyd
PhotosJames McDonald
CategoryHouse
CountryEngland
MaterialsStone, Woo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