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간이 있던 자리에 빨간 다리를 놓았다, Annesso Rosso

Italy 중부 Marche 지역, Loretto 마을의 한 1960년대 빌라 뒤뜰에는 낡은 농기구 창고 몇 채가 방치돼 있었다. 건축사무소 Mecozzi Verdini는 이 자리를 통째로 걷어내고 콘크리트 구조의 별채를 앉힌 뒤, 본채 2층과 별채를 새빨간 스틸 브리지로 이었다. 별채의 이름은 그래서 단순하다. Annesso Rosso, 그대로 옮기면 “빨간 별채”다.

빨간색은 우연이 아니다. 창틀과 난간, 다리, 나선 계단까지 이 별채와 관련된 철물은 전부 같은 톤의 붉은색으로 칠했다. Mecozzi Verdini 공동 창립자 Giovanni Mecozzi는 “농촌이라는 맥락 안에서 이 시대적인 제스처를 또렷이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글레이징 키친과 붉은 나선 계단이 있는 애넥스 외관
© Simone Bossi

버려진 헛간의 발자국 위에

Annesso Rosso는 뒤뜰에서 Marche 구릉지를 내다보던, 그러나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땅의 전망을 그대로 살렸다. 통유리로 감싼 거실 겸 다이닝 공간 위로 옥상 패티오를 얹었고, 이 패티오는 그대로 이어져 본채 2층까지 닿는 고가 산책로가 된다. 산책로 아래로는 작은 나선 계단이 정원과 별채로 내려온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은 빌라 뒤편을 진짜 농촌의 삶과 동시대적인 생활 방식이 조화롭게 뒤섞이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었다”고 Mecozzi는 말한다.

본채와 Annesso Rosso를 잇는 붉은 스틸 브리지
© Simone Bossi

세대를 잇는다는 것의 물리적 형태

Mecozzi는 이 다리를 프로젝트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제스처”로 꼽는다. “단순히 기능적인 역할을 넘어, 세대와 전통, 그리고 현대적 삶 사이를 잇는 상징적인 다리로 작동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어울리고, 생각에 잠기고, 주변 풍경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공간을 만드는 장치”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사진으로 보면 이 다리는 구조물이라기보다 두 시대의 건물을 물리적으로 악수시키는 손 같은 인상을 준다. 흰 콘크리트로 지은 새 건물과 회벽의 오래된 빌라 사이에서, 빨간 선 하나가 유일하게 눈에 띄는 색이다.

라치 목재로 마감한 애넥스 파사드
© Simone Bossi

정사각형 그리드로 나눈 살림

Annesso Rosso는 정사각형 콘크리트 그리드를 기준으로 네 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통유리 거실 겸 다이닝 공간 옆으로 글레이징 주방이 자리하고, 외벽을 라치(larch) 목재 판재로 감싼 욕실이 나머지 한 구획을 채운다.

목재로 마감한 벽에는 사각형 창을 하나만 뚫어놓았는데, 안에서 보면 그림 액자처럼 풍경을 잘라내는 효과를 낸다. 콘크리트의 차가움과 목재의 온기가 구획별로 명확히 나뉘어 있다는 점이 이 집의 재료 감각을 잘 보여준다.

글레이징 주방 내부
© Simone Bossi

주방에서 정원으로, 문턱 없이

주방의 슬라이딩 유리문을 열면 바로 바깥 다이닝 패티오로 이어진다. 콘크리트 구조 안에 삽입된 두 개 구획에는 갈대(reed)로 엮은 캐노피를 얹어 그늘을 만들었는데, 덕분에 강한 여름 볕 아래서도 야외 식사가 가능하다.

붉은 창틀 사이로 보이는 무화과나무와 들판이 이 주방의 진짜 배경화면인 셈이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유리문 한 장으로만 나뉘어 있다 보니, 요리를 하다가도 시선은 늘 밖으로 향하게 된다.

붉게 칠한 나선형 계단
© Simone Bossi

다리 밑에 숨겨둔 지름길

고가 산책로 밑으로는 붉은 나선 계단이 하나 더 있다. 산책로가 본채와 별채 옥상을 이어주는 정식 동선이라면, 이 나선 계단은 정원에서 곧장 별채로 들어가는 지름길에 가깝다.

계단 자체도 다리·난간과 같은 색으로 통일해, 걸어 다니는 동선 전체가 하나의 붉은 선으로 그려지도록 했다. 구조물이 여러 개로 흩어져 있다는 느낌보다는, 하나의 붉은 시스템이 부지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인상에 더 가깝다.

Marche 구릉지가 보이는 옥상 테라스
© Simone Bossi

다리가 끝나는 곳, 옥상 테라스

고가 산책로의 종착점은 별채 지붕 위 테라스다. 목재 데크를 깐 바닥과 붉은 난간만 남기고 시야를 완전히 열어, Marche 특유의 완만한 구릉과 올리브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부지가 원래 가지고 있던 전망을 헛간이 가로막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 테라스는 부지가 오랫동안 감춰왔던 조망권을 되찾아준 자리이기도 하다.

노출 콘크리트 보와 금속 지붕이 만나는 천장 디테일
© Simone Bossi

거친 콘크리트와 가벼운 금속판

Mecozzi Verdini는 이 별채 전체의 미감을 “브루탈리즘”이라 표현한다. 콘크리트 구조체를 마감 없이 그대로 노출시켰고, 실내 천장에는 금속판을, 바닥에는 테라조를 깔았다.

“재료는 견고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골랐고, 이는 지역의 전통과 동시대적 삶을 동시에 반영한다”고 Mecozzi는 말한다. 무겁고 단단한 콘크리트 골조 위에 얇은 금속 지붕을 얹은 이 대비가, 오히려 이 별채를 가벼워 보이게 만드는 역설이 있다.

정원에 차린 야외 다이닝 테이블
© Andy Massaccesi

갈대 그늘 아래 차린 저녁 식탁

갈대 캐노피가 만드는 그늘 아래, 긴 나무 식탁이 정원을 향해 놓여 있다. 이 자리에 앉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건 Marche의 들판과 정원에 핀 세이지, 그리고 저 멀리 이어지는 언덕뿐이다.

Mecozzi는 이 별채가 결국 “빌라의 옛 부속 공간을 동시대적인 생활 경험으로 바꾸면서, 건축과 풍경, 그리고 기억을 통합하는 사례”라고 정리한다. 전통과 현대성을 동시에 기념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테라조 바닥과 구릉 전망이 보이는 실내
© Simone Bossi

안에서도, 밖에서도 같은 풍경

테라조 바닥이 깔린 실내에서 창밖을 보면, 야외 다이닝 자리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 구릉 풍경이 이어진다. 창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실내외가 같은 전망을 공유하는 셈이다.

낡은 헛간이 서 있던 자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지금 이 부지는 붉은 다리 하나로 과거와 현재, 안과 밖을 전부 연결해놓았다.

ArchitectsMecozzi Verdini
PhotosSimone Bossi, Andy Massaccesi
CountryItaly
MaterialsConcrete,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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