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5건을 조사해 36건을 등록했다 — 건축자산 제도가 멈춘 자리

오래된 집 한 채를 지키는 일은 대개 소유주 혼자의 문제로 남는다.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건축자산을 발굴하고 등록해 활용하자는 법은 10년 전에 이미 만들어졌다. 문제는 그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돌아가고 있느냐다.

8월 25일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에서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 공청회가 열렸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건축공간연구원이 주관했다. 이 기본계획은 ‘한옥등건축자산법’에 따라 5년마다 세우는 법정 계획이다. 2015년 12월 제1차(2016~2020), 2020년 12월 제2차(2021~2025)가 수립됐고, 2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다음 5년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7,835건과 36건 사이

이날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숫자는 두 개였다. 강성원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강희재)는 건축자산 기초조사가 7,835건 이뤄지는 동안 우수건축자산 등록은 36건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조사는 쌓이는데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인으로는 등록의 구조가 지목됐다. 우수건축자산은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강 건축사는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됐을 경우 완화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건축법이 무엇인지 홍보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했을 때 무엇이 좋아지는지가 보이지 않으면 소유주가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건축자산의 문서화·기록화 사업이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밑거름이 되는 만큼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옥 목재 대문과 화분
이미지: Wikimedia Commons, ‘Wooden gate and flowerpots in Bukchon Hanok Village in Seoul’ ⓒBasile Morin (CC BY-SA 4.0)

3차 계획이 들고 나온 것

제3차 기본계획은 ‘지역의 가치로 문화강국을 이끄는 대한민국 건축자산’을 비전으로 4대 추진전략과 12대 추진과제로 짜였다. 4대 전략은 지역 건축자산의 발굴과 관리체계 구축, 건축자산을 활용한 지역 핵심거점 조성, 건축자산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 및 확산, 지속가능한 한옥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다.

건축사 입장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참여 통로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규철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사 등 건축 전문가의 건축자산 기초조사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부안에는 건축자산 진흥구역 관리계획의 간소화, 한옥 건축기준 개정, ‘소규모건축구조기준: 전통목구조편’ 개정, ‘건축구조기준’의 목구조·전통목구조 세부기준 마련이 담겼다. 이 연구위원은 2차 계획에서 개정안까지 만들어놓고도 법 개정이 추진되지 않아 다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토론에서 나온 반론들

동아대 김기수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서는 계획 바깥의 조건들이 거론됐다. 제주대 김태일 교수는 1·2차 계획이 도시재생사업과 충돌한 지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으며 유사 사업과의 협력·연계를 통한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대 신웅주 교수는 어떤 건축자산을 고를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우수건축자산의 대상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실행 주체를 지적한 목소리도 있었다. 수원시정연구원 안국진 선임연구위원은 건축자산 사업의 추진 여부가 지자체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들어 지자체의 인식 전환 교육을 강조했고, 공공건축물의 일정 비율을 공공한옥으로 짓도록 조례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북대 조재모 교수는 한옥이 재개발보다 우선순위가 낮다는 현실을 들며, 건축자산보다 재개발을 선호하는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과 재개발로 사라질 건축자산을 보호할 법령·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멸실 위기 건축자산의 아카이빙(서영주 건축사, 어크로스 건축사사무소), 건축자산 선정 기준안의 공유 여부(신아람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가인아키텍츠) 등이 제안됐다.

국토교통부 이진철 건축정책관은 “이번 제3차 기본계획은 건축자산을 보존에서 창조적 활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진흥 정책”이라며 “건축자산을 공공재로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더 나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건축사신문 —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 공청회…“건축사 등 전문가 건축자산 기초조사 참여 확대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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