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396조각으로 띄운 곡면 지붕, 대만 주택 Our Forest

대만 주택가 한복판, 화이트 담장 너머로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거대한 지붕이 한쪽 끝을 하늘로 치켜든 채 떠 있다. 대만 주택 Our Forest의 첫인상은 집이라기보다 막 내려앉은 비행체에 가깝다.

자리는 대만 중서부 윈린현(Yunlin County)의 더우난진(Dounan Township). 여러 층짜리 건물이 빼곡한 동네에서 이 집은 단층이다. 높이로는 이길 수 없는 집이 동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집이 된 비결은 하나, 지붕이다. 곡률이 전부 다른 목재 396조각을 엮어 16×18m 크기의 곡면 지붕을 짜고, 그 끝을 5.8m까지 들어 올렸다. 설계는 대만 건축사무소 CTAA Architects Lab이 맡았다. 중국어 이름은 ‘大家的森林’, 우리말로 옮기면 ‘모두의 숲’이다.

캔틸레버로 뻗은 목조 지붕 아래 소나무 정원을 품은 Our Forest 마당
© studiomillspace

이웃보다 낮은 대만 단층주택, 지붕만 5.8m로 들어 올렸다

주변은 여러 층으로 올린 건물들이 바짝 붙어 선, 전형적인 대만 소도시 풍경이다. 이런 동네에 단층집을 지으면 어떻게 될까? 대개는 이웃 건물 그림자 속에 납작하게 묻힌다.

설계팀은 집의 몸통을 오히려 주변보다 살짝 낮게 눌렀다. 대신 지붕만 따로 떼어 5.8m 높이까지 띄웠다. 지붕의 높낮이를 여러 단으로 나누고 처마를 겹겹이 내밀어, 낮은 집이 왜소해 보이지 않게 수직의 깊이를 만든 것이다.

층수를 늘리는 대신 지붕의 표정으로 존재감을 얻는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2층을 올릴지 단층으로 갈지 고민하는 전원주택 건축주라면 눈여겨볼 대목이다. 계단 없는 단층의 편안함은 지키면서도, 길에서 봤을 때 ‘작은 집’으로 읽히지 않는 방법이 여기 있다.

곡면 지붕과 노출 콘크리트 매스가 정원을 감싼 Our Forest 정면
© studiomillspace

45도 비튼 곡면 지붕이 방마다 다른 박공을 만든다

평면은 반듯한 직교 체계다. 노출 콘크리트 내력벽으로 만든 방들이 바둑판처럼 놓여 있다. 그 위에 얹힌 곡면 지붕은 평면에서 45도 돌아가 있다.

이 어긋남이 이 집의 핵심 장치다. 직각으로 놓인 방 위를 사선으로 지나가는 곡면이 방마다 다른 각도로 잘리면서, 어떤 방은 왼쪽이 높고 어떤 방은 오른쪽이 높은 박공지붕처럼 읽힌다. 지붕은 한 장인데 방마다 지붕 모양이 다른 셈이다.

가운데가 낮고 가장자리가 들린 쌍곡면이라 바깥에서 보면 그릇이나 말안장 같은 실루엣이 생긴다. 단면도를 보면 지붕 중앙이 완만하게 내려앉았다가 양 끝에서 다시 솟는다. 같은 지붕 아래에서도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천장 높이와 하늘이 보이는 각도가 계속 바뀐다.

정원 위로 휘어 내려온 Our Forest 목조 지붕의 하부 구조
© studiomillspace

곡률이 전부 다른 목재 396조각, 철물 접합부 3,000개

지붕 아래로 들어가면 이 집이 얼마나 집요하게 지어졌는지 보인다. 곡면을 이루는 선형 부재는 글루램(GLT, 집성목) 396조각인데, 그중 같은 곡률을 가진 조각이 하나도 없다. 이 조각들을 3,000개가 넘는 철물 접합부가 잇는다.

예전 같으면 ‘전부 다른 부재’는 곧 공사비 폭탄이었다. 설계팀은 BIM과 Rhinoceros로 형상을 설계하고 그 데이터로 부재를 바로 가공했다. 가공은 일본 장인들이 맡았고, 조립을 마친 뒤엔 기둥 하나하나를 레이저 스캐너로 측정해 오차를 확인했다.

목조 건축이 오래 반복해 온 ‘직선 부재를 짜 맞추는 구조’에서 한 발 벗어난 장면이다. 디지털 설계와 정밀 가공이 손을 잡자, 수작업으로는 엄두가 안 나던 곡면 목구조가 주택 스케일까지 내려왔다.

곡면 지붕 가운데 뚫린 개구부로 하늘이 보이는 Our Forest 정원
© studiomillspace

기둥 없이 가장자리에 걸친 그릇형 목조 지붕

이 거대한 지붕을 받치는 방식도 독특하다. 곡면의 바깥 가장자리에는 기둥이 하나도 없다. 대신 2×3m 크기의 CLT(직교적층목) 경사 지붕 46개가 둘레를 돌며 그릇의 테두리처럼 곡면을 떠받친다.

선은 GLT가, 면은 CLT가 맡는 분업 구조다. 두 재료를 섞은 덕분에 캔틸레버를 더 길게 뽑고 곡률도 더 크게 줄 수 있었다고 설계팀은 설명한다. 바깥에서 지붕 끝이 허공으로 쭉 뻗어 나간 듯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지붕 한가운데에는 네모난 개구부가 뚫려 있다. 지붕 평면도에서도 확인되는 이 구멍으로 정원 위에 하늘이 한 장 걸린다. 비가 오면 빗줄기가 그대로 정원에 떨어지고, 맑은 날엔 해가 움직이는 대로 빛의 사각형이 잔디와 모래 위를 천천히 미끄러진다.

소나무 정원과 곡선 유리벽이 마주한 Our Forest 중정
© studiomillspace

처마 아래 그늘이 마당과 집 사이 완충지대가 된다

지붕 아래 마당에는 분재처럼 가지를 다듬은 소나무와 큼직한 정원석, 모래, 동그란 정원등이 놓였다. 일본식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그 너머로 집의 유리벽이 곡선을 그리며 정원을 감싼다.

깊게 뻗은 처마는 대만의 뜨거운 햇볕과 잦은 비를 막아 주는 동시에 실내도 실외도 아닌 그늘을 여러 군데 만든다. 설계팀은 이 그늘진 영역이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린다고 설명한다. 거실 문을 열면 곧장 마당이 아니라, 한 번 숨을 고르는 처마 밑 공간이 먼저 나온다.

발코니 확장으로 반외부 공간이 사라진 한국 아파트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꽤 부러운 장면이다. 비 오는 날 의자를 내놓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처마 밑은 사람의 생활 반경을 생각보다 크게 넓힌다. 집 안에 있으면서도 날씨를 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자리랄까.

목조 지붕 아래 아일랜드 주방과 원형 식탁이 이어진 Our Forest 거실
© studiomillspace

침실을 줄지어 두고, 한가운데는 모두의 거실

평면도를 펼치면 이 집이 왜 ‘모두의 숲’인지 짐작이 간다. 도면 위쪽으로 침실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오른쪽으로 주방과 욕실, 오른쪽 아래로 거실이 이어진다. 그 사이 한가운데, 정원과 맞닿은 자리에 원형 식탁을 둔 큰 공용 공간이 있다.

도면에는 아이들과 강아지, 차 세 대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설계자가 상상한 이 집의 일상이 그만큼 북적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리로 나뉜 방 하나에는 원목 삼각 클라이밍 놀이기구와 흔들목마가 놓여 있다.

식구가 많은 집일수록 각자의 방과 함께 모이는 방의 균형이 중요하다. 이 집은 사적인 방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곡면 지붕이 가장 넓게 덮어 주는 한가운데를 공용 공간에 내줬다. 가족이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동선을 지붕의 형태가 거들고 있는 셈이다.

더스티 핑크 아일랜드와 노출 콘크리트 벽이 만난 Our Forest 주방
© studiomillspace

더스티 핑크 아일랜드, 그리고 주방 조명이 남긴 숙제

주방은 노출 콘크리트 박스와 목조 지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대리석 무늬 상판을 얹은 아일랜드의 하부장은 차분한 더스티 핑크다. 그레이 콘크리트와 허니 톤 편백 사이에서 이 색 하나가 공간의 온도를 확 끌어올린다.

조명을 보면 꽤 공을 들였다. 지붕을 가로지르는 GLT 보 위와 콘크리트 벽을 따라 블랙 트랙이 달렸고, 작은 스폿 조명이 줄지어 박혀 있다. 통로 쪽엔 골드 톤 구슬 펜던트 두 개가, 조리대 뒤 벽엔 브라스 원통형 벽등이 걸렸고, 원형 식탁 위로는 물방울 모양 유리 펜던트가 내려온다. 스폿이 천장과 벽을 비추는 연출 조명, 벽등과 펜던트가 국부 조명을 맡는 구성이다.

다만 낮과 밤의 사정은 다르다. 낮에는 지붕 틈과 고측창으로 빛이 쏟아지지만, 천장이 이렇게 높은 공간에서 밤의 작업 조명은 늘 부족해지기 쉽다. 정작 아일랜드 상판 바로 위에는 전용 조명이 보이지 않는다. 조명은 전반·국부·연출 세 겹을 겹쳐야 깊이가 생기는데, 이 집은 연출 조명은 넉넉하고 손 닿는 높이의 작업 조명이 얇다.

비슷한 고천장 주방을 꾸민다면 아일랜드 위에 펜던트를 눈높이 가까이까지 내려 작업면을 직접 비추고, 상부장이 없는 벽엔 선반 아래 라인 조명을 매립하는 게 좋다. 편백과 콘크리트처럼 결이 살아 있는 마감은 2700~3000K 웜톤에서 가장 아름답게 읽히니 색온도도 맞추고, 디머를 달아 저녁 식사와 조리 때 밝기를 나눠 쓰면 된다.

노출 콘크리트 벽 사이로 지붕 틈의 빛이 드는 Our Forest 복도
© studiomillspace

직교 평면과 사선 지붕 사이, 빛이 새는 틈

콘크리트 벽은 지붕까지 올라가 닿지 않는다. 직각으로 선 벽의 윗선과 45도 돌아간 곡면 지붕 사이엔 삼각형, 사다리꼴 모양의 틈이 생기고, 이 틈은 유리로 메워져 고측창이 된다.

그래서 이 집에는 같은 빛이 드는 방이 없다. 어떤 복도에는 머리 위로 길쭉한 빛줄기가 떨어지고, 어떤 방에는 벽 모서리를 타고 비스듬한 그림자가 흐른다. 설계팀은 지붕과 평면이 어긋나며 생긴 사선의 틈이 공간마다 다른 빛과 그림자를 준다고 설명한다.

지붕 높이가 낮아지는 쪽 방은 자연스럽게 아늑하고 조용해진다. 높고 밝은 공용 공간과 낮고 차분한 개인 공간이 벽 하나 사이에서 갈리는 것이다. 칸막이를 더 세우지 않고도 공간의 성격을 바꾸는 방법으로는 천장 높이만 한 게 없다.

천창 아래 목재 보가 반복되는 Our Forest 침실 복도
© studiomillspace

노출 콘크리트 벽과 편백 천장의 온도차

침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이 집에서 가장 절제된 공간이다. 폼타이 구멍이 규칙적으로 찍힌 노출 콘크리트 벽이 양옆에 서고, 머리 위로는 천창 아래 목재 보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된다. 복도 끝엔 밝은 원목 문 하나가 있다.

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와 따뜻하고 가벼운 편백. 두 재료는 극과 극이지만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 콘크리트만 있었다면 미술관처럼 서늘했을 복도가, 위에서 내려오는 나뭇결 덕분에 사람 사는 집의 온기를 얻는다.

향도 한몫한다. 편백 특유의 향 덕분에 현장 작업자들이 한결 편하게 일했고, 집주인도 편백 정유 향 때문에 집에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료의 성질이 생활의 질을 바꾸는 사례다. 국내에서도 편백 루버나 편백 천장을 침실에 쓰는 이유가 바로 이 향이다.

철물 접합부가 드러난 Our Forest 편백 CLT 지붕 디테일
© studiomillspace

일본 가고시마 편백으로 줄인 탄소 696톤

지붕에 쓴 편백은 일본 가고시마산이다. 부재 제작에는 가고시마의 목재 회사 Yamasa Mokuzai가 참여했다. 무거운 철골 대신 가벼운 목구조를 택하면서 현장 시공도 수월해졌다.

설계팀은 같은 지붕을 철골로 지었을 때와 비교하면 약 696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였다고 추산한다. 목재는 자라는 동안 탄소를 머금고 있다가 건물이 된 뒤에도 그 탄소를 품고 있으니, 구조재를 목재로 바꾸는 것만으로 숫자가 크게 달라진다.

철물 접합부가 드러난 이 디테일 컷을 보면, 탄소 감축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꼼꼼한 결구의 문제라는 게 실감 난다. 앞서 소개한 〈못도 접착제도 없이 지은 목조주택, House Anton II〉가 결구로 목조의 가능성을 밀어붙였다면, Our Forest는 디지털 가공과 철물로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낸 경우다.

깊은 처마 아래에서 정원을 내다본 Our Forest 외부 공간
© studiomillspace

단층 주택의 존재감은 높이가 아니라 지붕에서 나온다

Our Forest는 2025년 대만의 Golden Pin Design Award에서 공간 디자인 부문 주거 공간 분야 Golden Pin Design Mark를 받았다. 제품·브랜드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상에서 주택 한 채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대만 주택이 보여 주는 건 단층집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땅이 넉넉하지만 주변이 높은 대지에서, 층수 경쟁 대신 지붕 하나에 모든 걸 걸었다. 그 지붕 하나가 마당에 그늘을 드리우고 방마다 다른 천장을 만든다.

지붕 하나로 집 전체의 인상을 결정한 사례로는 〈수녀 모자 닮은 지붕이 통째로 뒤덮은 별장, La Cornette〉도 함께 볼 만하다. 다만 Our Forest의 지붕은 형태를 넘어, 그 아래 사는 사람들이 어디서 쉬고 어디서 모일지까지 정해 준다. 처마 밑에 서서 정원을 내다보면 동네 지붕들 사이로 이 집만의 작은 숲이 펼쳐진다.

ArchitectsCTAA Architects Lab
Photosstudiomillspace
ContractorFON JENG CO., LTD.
Category단독주택
Country대만
Materials노출 콘크리트, 편백 CLT, 글루램(GLT), 철물 접합부, 유리
Location윈린현 더우난진(Dounan, Yunlin County)
Area연면적 450m², 대지 760m²
Year2025

더 볼만한 기사

댓글 남기기

댓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추천 기사

옷 창고를 개조해 만든 독특한 마감법의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튜디오(원룸)

스웨덴 스톡홀름 Heleneborgsgatan에 있는 이 아파트는 가구를 보관하는 창고로...

놀라운 동선, 스마트한 공간 분할, 47제곱미터의 Tsukiji Room H

일본 도쿄에 있는 이 스튜디오(원룸)은 과거 오피스로 사용하기 위해...

지붕 위에 집을 쌓은 목조주택, House in Shimogamo

1층 이상의 집을 짓게 되면 아래층의 천장과 위층의 바닥이...

[9/15] 데일리 건축 이슈 큐레이션. 런던 랜드마크 BT Tower, 호텔 개조안 나왔다…

오늘의 건축이슈 — 국내외 건축·부동산·기술 소식 9건을 요약과 원문 링크로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