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공장에서 만들면 가전도 같이 지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와 에너지 기술을 앞세워 모듈러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1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경기 화성의 ‘삼성 AI 모듈러 홈’과 충북 진천의 ‘LG 스마트코티지 빌리지’를 잇달아 찾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녹색전환(K-GX) 정책과 연계해 고효율·저탄소 주거 모델을 살펴보기 위한 방문이었다.
모듈러 주택, 공장에서 70~80%를 끝낸다
모듈러 주택은 벽체·바닥·천장·창호부터 전기 배선, 배관, 욕실, 주방까지 주요 부분을 공장에서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전체 공정의 70~80%를 공장에서 처리해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보다 공사 기간을 20~30% 줄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현장 작업이 줄어 인력난과 날씨 변수가 줄고, 폐기물과 소음·분진도 적다.
가전업체가 눈여겨보는 지점은 집이 아니라 집 안의 시스템이다. 지은 뒤에 가전과 냉난방을 따로 들이던 순서가 제작 단계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가전 판매에서 주거 공간 전체의 에너지 관리로 사업이 넓어지는 셈이다.
삼성은 AI 에너지 관리, LG는 에너지 자립

삼성 AI 모듈러 홈은 제작 과정에서 AI 가전과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미리 설치·등록해 입주와 동시에 쓰게 했다. 견본주택에는 히트펌프 냉난방, 태양광 패널,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들어갔고, 발전량과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보고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출시를 앞둔 ‘EHS 올인원’은 실외기 한 대로 냉방, 바닥 난방, 온수를 모두 처리하며, 냉방에서 나온 폐열을 온수로 재활용한다. 삼성전자는 영국 콘월의 1,500세대 단지 사례도 소개했다.
LG 스마트코티지는 에너지 자립형 주택을 전면에 세웠다. 히트펌프, AI 가전, 홈에너지관리시스템(HEMS), ESS, 태양광을 묶어 기름이나 가스 대신 전기로 냉난방과 온수를 해결한다. 태양광을 얹은 ‘모노 플러스 26’ 모델은 국내 프리패브 건축물 중 처음으로 한국에너지공단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최고 등급인 ‘ZEB 플러스’를 받았다.
시장은 커지는데 공사비가 발목을 잡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철강 모듈러 건축 시장은 2021년 1,518억 원에서 2023년 8,055억 원으로 5배 넘게 컸다. 2024년 5,570억 원으로 주춤했다가 지난해 6,074억 원으로 돌아섰고, 2030년에는 1조 1,000억~4조 4,000억 원까지 전망된다. LH는 모듈러 발주를 지난해 1,006가구에서 올해 2,076가구로 두 배 넘게 늘리고, 의왕 초평지구에서는 22층 공공임대도 짓고 있다.
걸림돌은 돈이다. 모듈러 공동주택의 공사비는 기존 공법보다 20~30% 높다. 대형 구조물의 운송·설치 비용이 더해지고 발주 물량이 적어 대량생산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LH가 전용면적 36m², 46m², 54m² 중심의 표준평면을 개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규격을 통일해 반복 생산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제도는 아직 현장 시공 기준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 발의된 모듈러 건축 활성화 특별법안은 용적률·건폐율·높이 제한 완화와 설계·시공 일괄 발주를 담았지만, 전문건설업체의 원도급 수주 허용을 두고 종합건설업계가 반대한다. 앞서 소개한 〈모듈러 주택 기밀성 4년 만에 개선, 소음도 RC 못지않다〉가 성능 쪽 과제라면, 이번 소식은 가격과 제도 쪽 과제를 보여 준다. 철골 접합부 기술을 다룬 〈철골 모듈러 접합부 바뀐다〉까지 이어 보면, 모듈러가 건설사의 기술 경쟁에서 가전·에너지 기업의 영역으로 넓어지는 흐름이 읽힌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